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을게요 -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인생
김혜원 지음 / 유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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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아무거나'로 퉁 치는

게으른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요즘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한때 가게들의 안주 메뉴에 '아무거나'가 있었다. 그만큼 결정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겠지. 피식 웃으며 나 같은 사람들이 참 많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습관처럼 아무거나를 외치다 보면 정말 나의 진짜 취향이 뭔지 잊어버릴 때가 많다. 상대방을 배려해서 '아무거나'라고 대답할 때도 있다. 하지만 솔직히 그만큼 스스로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기도 하다. 익숙하니까 의식이 흘러가는 대로 아무 생각, 아무 말 하기에 대해 책에서는 게으른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싶어 침대에 누워 다리를 거꾸로 벽에 붙이고 읽고 있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서 따라 해보고픈 게 많이 나와 메모를 위해 의자에 앉았다. 아무 생각 없이 길 가다가 만원 주운 기분이랄까! 이럴 때 참 신난다.

단 결심부터 했다. '아무거나로 인생을 낭비하지 않기'로. 한 번 사는 인생 아무거나 말고 좋아하는 것으로 채우며 살아봐야지. 그렇게 하기 위해선 먼저 내 취향의 방향이나 위치가 정확히 표시되어 있는 지도가 필요했다. 지금 내 마음속은 30년 동안 한 번도 정리하지 않은 창고 같은 상태일 테니까. 필요할 때 필요한 취향을 꺼내 쓸 수 있도록 제자리를 찾아주는 작업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본문 중>

플레이리스트, 가보고 싶은 장소, 갑자기 떠오른 생각들 등등. 나도 두서없이 아무렇게나 일단 저장만 해둔 상태였다. 그러다 갑자기 여유 시간이 생겼을 때 취향에 맞지 않는 장소에 있거나, 검색하려니 귀찮아 대충 클릭해서 음악을 듣거나 하며 만족스럽지 못한 시간을 보낸 적이 많았다.

플레이리스트 정리

'Music is my life.'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초등학교 시절부터 용돈을 전부 음반에 투자했었고 이후로도 음악을 정말 많이 들었었다. 그만큼 음악에 진심인 나에게 꼭 필요한 일이었는데 이제야 하게 되었다. 기분에 따라 장소에 따라 집중이 필요할 때 듣고 싶은 음악을 다시 분류해놓았다. 어떤 노래를 들을지 더 이상 막막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가보고 싶은 장소 정리

전에 읽은 《 CEO의 다이어리엔 뭔가 비밀이 있다 》에서도 나온 개념이었는데, 평소 글이나 영상을 보고 가보고 싶은 장소가 생기면 포스트잇에 한 장소씩 쓴다. 그리고 근처에 일정이 생길 때마다 해당 포스트잇을 붙여 '가는 김에 ~한다.' 라고 했었다. 하지만 다이어리를 매번 들고 다니지는 않아 완전히 활용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핸드폰에 몇 시간의 여유가 생겼을 때 가보고 싶은 곳,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여행지, 그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 여행지별로 분류해두었다.

생각 정리와 단어 모으기

평소 떠오르는 생각이나 글감(난 작가는 아니지만 자주 생각한다 ㅎㅎ)들 관련해서 매일 일기를 쓰기도 하지만 낮에 일하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들은 휴대폰 메모 앱에 대충 써놓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작가님은 에버노트 앱에 주제별로 폴더를 만들어 정리하고 있었는데 그중 '단어 냉장고'라는 개념이 정말 와닿았다. 책을 읽거나 대화를 하면서 보고 들은 신선한 단어들을 이 '단어 냉장고'에 모으는 것이다. 식재료와 달리 쉽게 상하지 않기에 특별한 노력 없이 차곡차곡 쌓아두기만 하면 된다고 하는데 바로 따라 하기로 했다. 여기저기 끄적여놓은 단어와 문장들을 에버노트에 옮겨두었다.


우리 개개인은 특별하면서도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재벌이라고 해서 하루 5끼 먹는 건 아닌 것처럼 사람의 기본적인 생활패턴은 비슷하다. 비슷한 일상을 겪으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반복되겠지만, 내가 내 인생을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장르가 바뀔 수도 있다는 작가님의 말을 보며 나 역시도 기왕이면 예쁜 말, 아름다운 말로 내 인생을 기억하고 싶는 생각을 했다.

책에는 나를 데리고 잘 살기 위해 알아둬야 하는 디테일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제목처럼 내가 무엇을 달다고 느끼고 무엇을 쓰다고 느끼는지 구분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봤다.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쓰다고 느끼는 걸 피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나만의 시간에는 내가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만 하는 사치를 누리며 마음을 어루만져 주어도 좋지 않을까? 오늘은 일요일이다. 그녀처럼 나 역시 일요일 오후 3시에 집을 나서 잠시 동안 일상의 소풍을 즐겨봐야지.




우리 기왕이면 좋은 것에 집중하며 살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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