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
존 카메론 미첼 감독, 존 카메론 미첼 외 출연 / 엔터원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영화 그 이상, <헤드윅>

Hedwig and the Angry Inch

 

 

 

 

내 책상에 앉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영화 <헤드윅>에서 인상깊었던 장면들을 담은 인화 사진이다. 지나치게 화려한 배경과 그보다 더욱 자극적인 주인공 헤드윅의 옷차림. 부담스러울 정도로 진한 화장과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가발. 그리고 그 속에 감춰진 그의 아픔, 고독, 혼란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낸다.

 

<헤드윅>은 먼저 뮤지컬 작품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 영화로 각색되어 2001년에 개봉하였다. John Cameron Mitchell은 감독,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주연 배우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파격적인 스토리라인과 주인공의 섬세한 연기에 Stephen Trask의 아름다운 음악까지 더해져 재미와 깊이를 겸비한 한 편의 예술 영화가 탄생하게 되었다.

 

 

영화 <헤드윅>은 동 베를린에서 태어난 한셀 (Hansel Schmidt) 이라는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한셀은 철학과 미국 락 음악을 좋아하는 "slip of a girly boy" 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셀은 미군 병사인 Luther Robinson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둘은 결혼을 결심한다. 한셀에게 이 결혼은 답답한 공산주의 동 베를린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혼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남녀 커플이어야 한다. 이에 한셀- 이제는 "헤드윅"-은 성전환 수술을 받게 되지만, 싸구려 수술의 실패로 인해 그에게는 여자의 가슴 대신 다리 사이에 일인치의 살덩어리만이 남게 된다.

 

몇년 후, 남편 Luther에게 버림받은 헤드윅은 록 밴드인 '엥그리 인치'를 조직하여 캔사스 변두리의 바를 전전하며 노래를 불러 생활한다. 그녀는 우연히 만난 16세 소년 토미와 음악적으로 교감하며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토미는 그녀를 배신하고 그녀가 만든 노래를 자신의 것으로 발표하여 세계적인 스타가 된다. 그 후 대스타 토미는 플래티넘 레코드 기록을 세우며 전국 콘서트를 개최하고, 헤드윅은 그를 따라다니며 그가 공연하는 공연장의 옆에 위치한 허름한 레스토랑에서 공연을 하곤 한다.

 

결국 헤드윅은 토미와 재회하게 되는데, 이 둘이 같이 있는 것이 파파라치에게 목격되면서 토미의 표절 의혹이 불거지고 그의 인기는 사라진다. 반면 헤드윅은 점점 유명해지기 시작하여 마지막 씬에서는 쓰러져가는 식당이 아닌 어느 클럽에서 공연한다. 그녀는 자신이 항상 쓰고 다니던 거추장스런 가발과 현란한 옷을 벗어 던지고 진한 화장도 지운 뒤, 처음으로 그녀 본연의 모습으로 노래한다. 공연이 끝난 뒤, 헤드윅은 어두운 거리를 발가벗고 거닐며 드디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한다.

 


주인공이 갖은 불행과 시련을 견뎌내고 자아를 찾는다는 내용의 감동 스토리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헤드윅의 이야기가 유독 안타깝고 감동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건 그녀의 지나친 강인함 속에 숨어있는 나약함이 보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헤드윅은 절대 울지 않는다. 울긴커녕, 자신의 치부를 거침없이 드러내어 오히려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허나, 이렇게 매사에 당당하고 뻔뻔하기 그지없는 그녀가 실은 가발과 화장과 화려한 옷차림으로 자신을 감추기 바쁘다는 사실은 가히 모순적이다. 너무 딱딱하면 부러지기 쉽다는 말처럼, 겉으로는 아무리 강한 척, 두려운 게 없는 척 하던 헤드윅도 사실은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한 위태로운 상황에 있었던 건 아닐까.

 

 

영화에 감동과 재미를 더해준 부수적인 요소들이 많다. 이 포스팅에 "영화 그 이상" 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헤드윅>이라는 한 편의 영화에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녹아 들어있다. 음악은 물론이고, 미술, 애니메이션, 신화까지.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주제를 재미있게 다룬다. 일부러 근엄하게 꾸며낸 영화보다도, 이렇게 자연스레 여러 가지의 예술을 접목시킨 영화야말로 진짜 "예술 영화"라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