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의 여자 - 뮤리얼 스파크 중단편선
뮤리얼 스파크 지음, 이연지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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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그저 The Driver's Seat이지만 한국어 제목에는 '여자'를 강조해서 넣으신 것 같다. 아찔한 하이힐을 신고 엑셀을 밟고 있는 이미지가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 뮤리얼 스파크가 자신의 최고 작품이라 꼽은 <운전석의 여자>를 포함한 11개의 중단편이 실려있는 책이다. 뮤리얼 스파크는 이 책으로 처음 접한 작가인데 이야기 속 다양한 여자주인공들의 모습이 내 모습과 닮아있기도 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어서 읽는 내내 내 마음도 바쁘게 움직였다.

운전석의 여자라는 제목을 보고 처음 떠오른 것은, 개념없이 운전하거나 주차에 미숙한 여성운전자들을 비하하는 단어인 '김여사'였다. <운전석의 여자> 속 주인공 리제가 운전에 미숙한지 능숙한지는 알 수 없지많ㅎㅎ '여성'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있다는 점에서는 일견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으로부터 2,30년 전에 발표된 소설들이라서 여성의 사회참정권에 대한 이야기나 그 당시의 사회적 배경을 잘 알았다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소설 속에 그려진 부녀관계, 부부관계 등 다양한 남녀관계가 사회 속에서 갖는 의미의 변화를 고민해 볼 수 있기도 하고, 여성과 남성의 말이 갖는 힘의 차이나 위계질서 속 남녀의 지위차이 등은 현재에도 여전히 많은 고민과 논의가 이루어지는 부분이어서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공감과 답답함을 동시에 느끼기도 했다.

'내가 잘 이해한 것이 맞는지?', '이건 어떤 의미인지?' 명확히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을 남기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더욱 여운이 길었다. 에세이를 주로 읽어서 서평단 활동이 아니었다면 만나기 어려웠을 매력적인 작가를 만나게 되어서 즐거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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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 퐁 씨와 장난꾸러기 가하하 웅진 세계그림책 246
가나자와 마코토 지음, 김보나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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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부터 두 캐릭터의 분위기가 대조를 이룬다. 왼쪽이 수염 퐁씨인 것 같고 오른쪽이 가하하 같은데 장난꾸러기치고는 표정이 뭔가 화가 난듯하다.

가하하는 자신의 도시락을 모두 개미들에게 내어줄 정도로 마음 착한 수염 퐁씨가 영 마음에 거슬린다. 그래서 퐁씨를 괴롭히려고 아기거북이 포케나 너구리 포포탐 할아버지를 골탕먹이려고 한다.(가나자와 마코토 작가님 처음 접하는데 캐릭터 디자인이 진짜... 하... 심하게 귀엽다♡)

그 때마다 어려움에 처한 숲 속 친구들을 도우며 자신의 몸은 엉망진창이 되어도 그저 웃는 마음 좋은 수염 퐁씨를 지켜보던 가하하는 어느 날 자기도 모르게 몸을 날려 누군가를 돕고 '가슴이 뜨끈뜨끈' 해지는 걸 느낀다.

"왜 저렇게까지 남을 돕는거지?"

나부터도 뉴스나 신문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한 적이 몇 번 있다. 자기 자신도 넉넉치 않으면서 남을 위해 자기 것을 내어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가하하같은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던걸까.

절대로 남을 돕지 않겠다면서, 남은 돕는 수염 퐁씨에게 뒤질 수 없다고 다짐하는 가하하는 매력적인 츤데레 캐릭터이다. 잠자리에 누워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내일은 한 가지라도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저녁 식사 시간에 느낌을 나눠보기로 했다.

수염 퐁씨에게 뒤쳐지고 싶지 않은 가하하에게 질 수 없는 우리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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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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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환경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인류가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을 테라포밍하여 이주하는 일이 마냥 상상 속 이야기만은 아닌 시대를 살고 있다. (테라포밍 관련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고, 실제로 일론 머스크도 정말 진지하게 우리 모두 화성으로 이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민관공에서 꾸준히 연구의뢰를 받아 반강제로 공부를 하신다는 배명훈 작가님이 이번에는 외교부로부터 '화성의 행성 정치'에 대한 연구를 의뢰받아 2년간 연구한 내용을 소설로 옮긴 책이 바로 '화성과 나'이다.

화성이주로 글을 써보라고 하면 어떤 이야기를 써야할까? 화성에 혼자 남겨져 화성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이야기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이건 이주가 아니었다. 정말로 내가 또는 내 가족이 화성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면 그 곳에서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해외 이민만 가도 몇 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든데 행성 간 이주를 간다면 평생 못 볼 각오를 해야하지 않을까? 화성의 척박한 환경에서 의식주는 어떻게 해결하고, 교통이나 통신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화성의 땅이나 건물은 어떻게 소유하는 것일까? 사건사고는 어떻게 다루어야하지?

이런 다양한 질문에 대해 정말 현실감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여섯 편의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있다. 단편들이 실린 순서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는데 의식주 해결이 중요한 화성이주 초기정착 시기부터, 화성연구를 위해 화성에 이주한 엘리트 연구원들로부터 태어난 2세의 이야기가 나오는 화성이주 안정화 시기까지의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지금 우리는 화성이주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를 따져야하는 아주 초기단계에 있지만, 이런 가능과 불가능을 따지는 과학자들의 시선 너머로 화성이주의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삶을 앞당겨 생각해볼 수 있게해주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북토크 사전질문에 내 질문이 뽑혀서 배명훈 작가님 친필 사인본도 받아보게 되어서 더욱 의미있는 독서경험이기도 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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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약제사 - 제11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동시집 90
박정완 지음, 현민경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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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약사의 길을 걸었습니다" 작가 소개의 첫 줄을 보고 동시집 제목을 다시 보았다. '고양이 약제사'... 책의 시작을 열어주는 시인의 말은 '난 고양이 약제사야.'로 시작한다. 당나귀 뼈, 바닷말, 울보 아이의 눈물 세 방울과 비밀 재료를 넣어 만든 투명 젤리도 줄테니 함께 친구가 되어 놀자고 초대한다.

숲 속 오솔길을 따라 고양이 약제사가 있는 비밀 약방을 찾아가는 듯한 목차의 배경그림도 한동안 바라보았다.

1부. 눈물 나라의 여왕
2부. 밝은 내 귀를 켜고
3부. 뎅구르르 길이 활짝 열리면
4부. 초록 가방 어깨에 메고
5부. 비밀의 숲 문을 열어

세뱃돈, 도서전, 고양이, 찻잔, 노란 달, 오이 등 어린이들이 주변에서 자주 보는 대상들이 따뜻하고 감각적인 시에 담겨있다.

특히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글자로 형상화한 시도 인상적이었는데, 우리 아이들도 "오오~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하고 눈이 뜨이는 경험을 한 것 같다.

두 아이와 시를 한 편 한 편 읽으며, 비밀의 숲을 산책하는 느낌을 받았다. '투명 젤리'를 먹으면 어떤 일을 할 지도 한참 이야기 나누었다.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들도 고양이 약제사의 비밀 재료가 될 수 있을까?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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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구멍 열림원어린이 동시집 시리즈
이창숙 지음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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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나에게도 쥐구멍에 숨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3층에 멈춰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조금 큰소리로 계속 짜증내다가 엘리버이터에 탔는데, 바로 아래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추더니 아랫집 할머님께서 타셨다😖 아휴, 얼마나 민망했는지 모른다.

이런 부끄러운 마음도 잘 다듬어 기록하면 시가 될 수 있었을까.

-이창숙 시인님은 아이와 부모 사이, 친구와 친구 사이에서 오고가는 대화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쥐구멍' 포인트를 시에 잘 잡아내셨다.

[장래희망 VS 장래희망]
나는 네가 과학자가 되면 좋겠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대, 열심히 해, 딸

아빠가 웃으며 이렇게 말하기에
나도 해맑게 웃으며 대답해 줬지

나도 아빠가 과학자가 되면 좋겠어
기적이란 것도 있잖아, 포기하지 마, 아빠

내 딸이 이러면 얼굴이 달아오르겠지만 시집에서 읽으니 어쩜 이리 영특하고 귀여운지🤭

-그리고 화분, 돌멩이, 나무처럼 우리가 일상 속에서 그냥 지나치는 사물들의 시선을 빌려 따뜻한 이야기도 속삭여주신다.

[위풍당당 단풍잎]
자, 다들 손바닥 쫙쫙 펴
어깨도 펴고
마지막까지 불꽃처럼 살자

-샛노란 책 표지처럼 따뜻하고 통통튀는 동시를 만나볼 수 있는 책♡ 감사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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