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1898년에 출판한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Korea and Her Neighbours)』에서 러시아로 이주한 조선인 마을을 방문한 뒤 조선인에 대한 견해를 바꾼다. "조선에 있을 때 나는 조선인들을 세계에서 제일 열등한 민족이 아닌가, 의심한 적이 있다. 그들의 상황을 가망 없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곳 프리모르스크?[연해주]에서 내 견해를 수정할 상당한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조선인들은 번창하는 부농이 되었고, 근면하고 훌륭한 행실을 하고 우수한 성품을 가진 사람으로 변해갔다." "조선에 남아 있는 민중들이 정직한 정부 밑에서 그들의 생계를 보호받을 수만 있다면 천천히 진정한 의미의 ‘시민’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나에게 주었다." 비숍은 이곳의 조선 남자들에게서 고국 남자들이 가진 특유의 풀 죽은 모습, 의심, 나태한 자부심, 노예근성이 아니라 주체성, 독립심을 보았다. "활발한 움직임이 우쭐대는 양반의 거만함과 농부의 낙담한 빈둥거림을 대신했다. 돈을 벌 기회가 많았고 고관이나 양반의 착취는 없었다.

최흥백의 가족사를 좀 더 살펴보기 전에 생각해보자. 그의 이야기가 삼일운동과 무슨 관계인가? 당시 경계를 넘었던 많은 최흥백 들의 발걸음이 가난과 억압에서 벗어나 존엄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향한 것이었다면, 삼일운동은 ‘식민지 노예로 살지 않겠다’는 거대한 함성이며 ‘자유와 평등을 담아낼 공동체’를 향해 내디딘 큰 걸음이었다. 이러한 걸음걸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삼일운동을 최흥백에서 시작하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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