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전집 6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이었다. 국민들의 행복한 도취는 점령 후 일주일 이상 지속되지 못했다. 체코 정치인들은 잡범처럼 소련군에게 끌려갔고,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모든 사람이 그들의 안위를 걱정했고, 소련군에 대한 증오는 술기운처럼 치밀어 올랐다. 증오감에 도취된 축제였다. 보헤미아의 도시는 손으로 그린 포스터로 온통 뒤덮였다. 포스터에는 냉소적 글귀, 서시, 시구절, 브레즈네프와 그의 군대 캐리커처가 자극적으로 표현되었다. 그의 군대를 일자무식한 광대 집단이라고 조롱하는 포스터였다. 그러나 어떤 축제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그동안 소련은 체코 정치인을 모스크바로 납치하여 타협 문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했다. 둡체크는 이 타협안을 가지고 프라하로 돌아와 라디오 방송에서 연설문을 낭독했다. 구금 생활 엿새 동안 너무도 쇠약해진 그는 가까스로 입을 열다가 말을 더듬었다. 그는 중간 중간 거의 삼십 초가량이나 말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기도 했다.


- P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