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선고를 받고 사흘 후에 안중근은 항소를 포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관의 논고와 변호사의 변론을 들으면서 안중근은 항소는 쓸데없는 짓이 될 것임을 알았다. 이 세상의 배운 자들이 구사하는 지배적 언어는 헛되고 또 헛되었지만 말쑥한 논리를 갖추어서 세상의 질서를 이루고 있었다. 검찰관과 변호사는 한나절씩 번갈아가며 길게 말했다. 신문기자들이 그 말들을 받아 적고 있었다. 안중근은 그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