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부치는 위태로운 함정을 느꼈다. 안중근은 ‘코레아’라는 이름을 내걸고 이토를 쏘았고 세계 공통어 ‘후라’로 만세를 외쳤다. 미조부치는 ‘후라’가 어느 나라 말인지 알지 못했지만, 안중근이 범행 전에 이미 ‘후라’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은 틀림없었다. 안중근의 정치성은 이토와 코레아와 세계 공통어 ‘후라’를 그의 한 몸의 리듬으로 연결시키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을 거쳐서 대련에 닿는 철도를 따라서 전개되고 있었다. 세계 공통어 ‘후라’는 말해지지 않은 많은 말을 내장하고 있었다. 미조부치는 ‘후라’의 배후를 더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 P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