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거리 이름에 대해 알면 알수록 학창 시절 내가 왜 그토록 독일어를 하지 않으려 했는지 상기시켜 주는 단어인 ‘Vergangenheitsbewaltigung (과거사 극복)’이라는 단어가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 단어에는 ‘과거’라는 의미와 ‘인정하고 극복하는 과정’이라는 의미가 결합되어 있다.
독일의 특징을 매우 잘 보여 주는 단어로 독일이 나치와 분단의 역사를 청산할 때 자주 쓰인다. 그러나 그 의미 자체는 매우 보편적이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직면하고 기억하고 씨름하고 해결해야 할 과거가 있다. 그리고 그런 과거가 때로는 거리 이름의 역사일 때도 있다.
내게 ‘Vergangenheitsbewaltigung’이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이런 단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과거를 극복하는 ‘과정’이 단어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마치 ‘과거는 극복될 수 있는가?’라고 묻는 것만 같다. 과연 ‘Vergangenheitsbewaltigung’에 끝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