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독일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나치의 잔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독일인들의 잔재청산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들은 정말 철저하게 반성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일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런데 나치정권이 천년왕국의 상징으로서 고대문명들을 흉내 내어 설계한 거대 건축물들은 독일 곳곳에 아직 남아 있다. 물론 최초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으니 잔재라기보다는 흔적이라 해야겠다. 그것들을 보면서 어떤 사람은 히틀러는 예술가가 제격이었다고 아쉬워하고, 어떤 사람은 히틀러가 분명히 맨 정신이 아니었을 것으로 단정 짓기도 한다. 고대 이래 거대 건축물의 탄생은 정치와 무관하지 않았다. 나치 정권은 원칙적으로 개인적인 것‘을 부정했다. ‘국가사회주의‘에 의한 ‘탈개인화의논리‘가 가장 강하게 표출된 곳이 건축분야였다. 그들은 ‘탈개인화 과정‘
을 새로운 문화‘의 창조과정인 것으로 이해했다. 그들은 국가공권력을총동원해서 새로운 ‘민족공동체‘를 만들고자 애썼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국가사회주의‘는 하나의 새로운, 독자적인 문화를 창조하는 데 실패했다. 독창적인 것은 하나도 없는 온갖 잡탕과 사이비만으로얼기설기 엮어진 것이 소위 ‘제3제국의 문화‘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