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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광의 자치통감 1 - 진시황의 중국 통일과 멸망
사마광 지음, 권중달 역주 / 세화(도서출판)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궁금했던 점이 있습니다. 단 두 명이 이야기하거나 혼자 중얼거리는 것을 어떻게 기록을 할 수가 있었을까. 그것도 몇백, 수천년 전의 일을 말입니다. 어릴 때야 아무 생각없이 진실이라고 생각을 하였었지만 요즈음에 와서는 반 이상은 허구라고 느끼게 되었고, 오히려 역사소설에 가까운 내용이 아닐까하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따라서 역사가들은 여러 사료들을 접하면서 물론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사료들을 우선 취합하려 하겠지만 그런 와중에도 무의식적으로는 자신의 가치관이 개입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도 그 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일예로 예양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군의 복수를 하는 사람으로 나오는데 숯을 삼켜 벙어리가 되었다고 기술하고는 뒤에 지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옵니다. 누가 봐도 모순이지만 사마광으로서는 필요한 부분이어서 그대로 넘어 갔으리라고 봅니다.
요컨대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이야기의 진실성을 따지기 보다 그에 담겨 있는 인간들의 모습에서 우리 삶의 태도를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여기서 두사람에 주목하였습니다. 앞에서 본 예양과 조나라의 염파입니다. 이 두 사람은 결코 영악한 사람이 아닙니다. 예양은 자신의 주군을 죽인 사람에게 복수를 하려다 결국에는 실패를 하는 사람이고, 염파는 조나라의 장수로 삼국지를 읽다보면 촉나라의 오호대장 황충이 제갈공명이 자신의 나이 많음을 지적하자 '옛적 조나라의 염파는 나이 팔십에 고기 열근을 먹어 주변 나라들이 두려워 침범하지를 못하였다'고 말하는 구절이 나오는데, 바로 황충이 말한 그 사람입니다.
제가 이 사람을 인상깊게 본 이유는 인상여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자 곧바로 이를 시인하며 뉘우치는 장면에서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염파는 진실로 이를 뉘우치고 죽는 날까지 조국의 안위만을 걱정한 사람입니다. 사실 예양이나 염파는 단순하고 우직한 사람입니다만, 이러한 단순한 사람들의 우직함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왕이 참언을 듣고 충신을 해하여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진실을 구별하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오늘날에 비견하여 보면 오직 한숨만이 나올 뿐입니다. 이는 오직 자신의 안위를 기준으로 바라보아 그런 것이고, 이를 버리면 진실이 보이리라고 판단됩니다. 이러한 인생사의 다양한 면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궁금한 점은 이 책이 편년체를 표방하고 있으나 온전한 편년체 같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특정 인물에 대하여는 사기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 기간을 걸쳐 서술한 부분이 다수 나오는데, 이것이 과도기의 성격인지 아니면 원래 편년체가 이해를 돕기 위하여 그런 내용도 포함하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다시 손보아야 할 것을 지적하자면 주부분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1권의 주31은 아예 빠져 있고, 신종의 서문의 주는 마지막에 중복되고 잘못된 곳이 있고, 탈자와 주번호의 위치가 잘못된 경우도 있었으며, 인물사전의 페이지 표시에도 오류가 있었고, 또 제목 전체가 잘못된 것도 있었는데 '거에서 제기한 연나라'가 아니라 제나라의 오류입니다. 그리고 번역부분이 문맥이 맞지 않거나 국문법상 틀린 부분도 간혹 눈에 띄었습니다. 아마 한문 번역상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보여집니다. 원문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학부시절 맹자와 육조단경을 통독한 것이 전부인 짧은 한문 실력이라 엄두를 내지는 못하였습니다.
위에서 지적한 것은 한문번역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기 때문에 굳이 옥의 티라고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한가지 부탁을 드린다면 주 부분을 늘려달라는 것으로 책에 나오는 적모,서자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것으로 중견 법조인이나 아는 말이고 선우도 그것이 선비족의 족장이라는 것도 일반인들이 알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기타 제가 그 뜻을 짐작도 못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차제에 아예 도움말 사전을 내는 것은 어떨까요. 옮긴이에게 괜히 부담만 지운 것 같습니다. 다음 권을 독촉하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