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이동진 옮김 / 해누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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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걸리버여행기는 어렸을 때부터 동화책으로 그리고 텔레비젼 만화로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내용들은 거개가 거인국과 소인국의 여행에 대한 내용들이었지요.

저는 그것이 걸리버여행기의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신문에서 책소개란에서 조나단 스위프트가 걸리버여행기를 사형을 각오하고 이 책을 썼다고 되어 있더군요. 무슨 내용이길래 그럴까하고 원작을 번역했다는 해누리판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끝까지 단숨에 읽고 보니 우리나라에 지금까지 소개된 내용은 전체 내용의 반도 안되고 그 중요도도 다른 부분에 비하여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특히 감탄한 부분은 거인국과 소인국에서의 생활묘사부분과 넘치는 상상력입니다. 생활묘사는 마치 정말로 그렇게 생활하였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고, 여러나라들에 대한 모티브는 최고의 상상력의 소산입니다. 지금까지 보아온 어떤한 SF소설이나 환타지 소설보다도 상상력이 풍부합니다.

일본만화 '천공의 성 라퓨타'는 이 책의 날아다니는 섬에서 아예 그 명칭을 그대로 옮겨 왔고, 뛰어난 준마들인 후이님들의 나라는 '혹성탈출'에 그 모티브를 제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밖에 영혼을 불러내어 역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도 이후의 다른 문학작품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여타 창작분야에 이 책이 끼친 영향은 지대합니다. 이것을 이제서야 알았다는 것이 억울하지만 지금이라도 알았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입니다. 탐욕스럽고 잔인하기만 한 인간들의 행위에 대한 경계가 저자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한 본질이라고 봅니다. 이 책의 뛰어난 상상력을 감상하고 인간의 본질에 대하여도 진지하게 고민하여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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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없다 - 기독교 뒤집어 읽기
오강남 지음 / 현암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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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에서 기독교를 중심으로 비판을 하고 있지만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사항은 비단 기독교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유달리도 종교에 대하여 광신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으며, 종교생활도 이타적인 내용이 아니고 대부분 현실기복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종교가 과연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고, 개인의 종교생활은 어떠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은 등한시하고, 현대의 종교인은 주어진 것만 받아들이고 자기와 다른 것은 배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우리나라 나아가서 전세계 종교인들의 화두는 이제 공존과 화합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종교가 인간,나아가서 우리와 함께 숨쉬는 모든 생명체를 위하여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종교가 인간의 정신과 삶을 고양해야지 종교 때문에 인간의 정신이 구속되고, 목숨을 잃는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전에 저자가 쓴 '장자'를 읽은 적이 있는데, 같은 저자가 쓴 책이라는 것은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열린 생각을 가진 분이라 이런 내용을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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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역적들아 들어라
최용식 지음 / 자인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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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상당히 선정적이어서 책을 선택하기에 앞서서 조금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서는 상당히 만족을 느꼈습니다. 저는 대학시절에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을 들었고, 수험공부에 필요한 정도로 경제학을 공부한 정도입니다. 그래서 경제상황을 분석하는 데에는 거의 문외한이라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지금도 어떤 상황에서는 예전에 배운 지식을 동원해 봅니다만 경제요소라는 것이 서로 상반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있어서 예측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제가 포기했던 사항들, 기존의 경제학 교과서로는 해결이 되지 않던 부분에 대하여 답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식시장에 대한 설명은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수긍을 할 수 없는 부분은 IMF의 처방에 대하여 상당히 호의적으로 평가를 하셨던데, 비주류학자들의 IMF연구결과를 보면 IMF의 정책을 받아들인 나라들이 대부분 선진국들의 수탈체제로 바뀐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경제위기에서 빨리 벗어나도록 했다고는 하지만 IMF가 정말 후진국들의 이해에 부합하는 행동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하튼 이 책의 분석틀은 정말 논리적이라고 생각하는바, 저자의 본격적인 경제학 교과서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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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김열규 지음 / 궁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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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의 일입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죽음에 대하여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지금 이 모습으로 내 주위의 사물과 사람들을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저를 공포스럽게 하더군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죽음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살았습니다. 지금도 죽음을 막상 대면하려 하면 숨이 턱턱 막혀 옵니다. 한번씩 시도를 해 봅니다만 결과는 항상 저의 패배로 끝이 납니다. 이 책은 그렇게 외면하고 싶은 진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죽음과 화해하는 삶을 권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인의 전통적인 죽음에 대한 태도, 잊혀져 가는 우리의 상례문화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문화인류학적, 사회적, 역사적으로 상당히 많은 자료를 토대고 깊이 있는 성찰의 결과로 이 책이 탄생하였다고 봅니다.

그러나 인간이 진정 죽음을 회피하는 이유를 개인적으로 해결할 때 사회,문화적인 해결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죽음과 화해를 한다고 하지만 어떻게 화해를 할 것이냐에 대하여는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그 문제는 종교의 문제, 철학의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그 점이 이 책의 가치를 평가절하시킨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외면하고 싶은 사실에 대하여 학문적으로 접근했다는 사실 자체를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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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광의 자치통감 1 - 진시황의 중국 통일과 멸망
사마광 지음, 권중달 역주 / 세화(도서출판)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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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궁금했던 점이 있습니다. 단 두 명이 이야기하거나 혼자 중얼거리는 것을 어떻게 기록을 할 수가 있었을까. 그것도 몇백, 수천년 전의 일을 말입니다. 어릴 때야 아무 생각없이 진실이라고 생각을 하였었지만 요즈음에 와서는 반 이상은 허구라고 느끼게 되었고, 오히려 역사소설에 가까운 내용이 아닐까하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따라서 역사가들은 여러 사료들을 접하면서 물론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사료들을 우선 취합하려 하겠지만 그런 와중에도 무의식적으로는 자신의 가치관이 개입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도 그 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일예로 예양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군의 복수를 하는 사람으로 나오는데 숯을 삼켜 벙어리가 되었다고 기술하고는 뒤에 지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옵니다. 누가 봐도 모순이지만 사마광으로서는 필요한 부분이어서 그대로 넘어 갔으리라고 봅니다.

요컨대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이야기의 진실성을 따지기 보다 그에 담겨 있는 인간들의 모습에서 우리 삶의 태도를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여기서 두사람에 주목하였습니다. 앞에서 본 예양과 조나라의 염파입니다. 이 두 사람은 결코 영악한 사람이 아닙니다. 예양은 자신의 주군을 죽인 사람에게 복수를 하려다 결국에는 실패를 하는 사람이고, 염파는 조나라의 장수로 삼국지를 읽다보면 촉나라의 오호대장 황충이 제갈공명이 자신의 나이 많음을 지적하자 '옛적 조나라의 염파는 나이 팔십에 고기 열근을 먹어 주변 나라들이 두려워 침범하지를 못하였다'고 말하는 구절이 나오는데, 바로 황충이 말한 그 사람입니다.

제가 이 사람을 인상깊게 본 이유는 인상여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자 곧바로 이를 시인하며 뉘우치는 장면에서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염파는 진실로 이를 뉘우치고 죽는 날까지 조국의 안위만을 걱정한 사람입니다. 사실 예양이나 염파는 단순하고 우직한 사람입니다만, 이러한 단순한 사람들의 우직함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왕이 참언을 듣고 충신을 해하여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진실을 구별하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오늘날에 비견하여 보면 오직 한숨만이 나올 뿐입니다. 이는 오직 자신의 안위를 기준으로 바라보아 그런 것이고, 이를 버리면 진실이 보이리라고 판단됩니다. 이러한 인생사의 다양한 면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궁금한 점은 이 책이 편년체를 표방하고 있으나 온전한 편년체 같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특정 인물에 대하여는 사기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 기간을 걸쳐 서술한 부분이 다수 나오는데, 이것이 과도기의 성격인지 아니면 원래 편년체가 이해를 돕기 위하여 그런 내용도 포함하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다시 손보아야 할 것을 지적하자면 주부분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1권의 주31은 아예 빠져 있고, 신종의 서문의 주는 마지막에 중복되고 잘못된 곳이 있고, 탈자와 주번호의 위치가 잘못된 경우도 있었으며, 인물사전의 페이지 표시에도 오류가 있었고, 또 제목 전체가 잘못된 것도 있었는데 '거에서 제기한 연나라'가 아니라 제나라의 오류입니다. 그리고 번역부분이 문맥이 맞지 않거나 국문법상 틀린 부분도 간혹 눈에 띄었습니다. 아마 한문 번역상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보여집니다. 원문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학부시절 맹자와 육조단경을 통독한 것이 전부인 짧은 한문 실력이라 엄두를 내지는 못하였습니다.

위에서 지적한 것은 한문번역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기 때문에 굳이 옥의 티라고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한가지 부탁을 드린다면 주 부분을 늘려달라는 것으로 책에 나오는 적모,서자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것으로 중견 법조인이나 아는 말이고 선우도 그것이 선비족의 족장이라는 것도 일반인들이 알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기타 제가 그 뜻을 짐작도 못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차제에 아예 도움말 사전을 내는 것은 어떨까요. 옮긴이에게 괜히 부담만 지운 것 같습니다. 다음 권을 독촉하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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