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시간 속에서 소멸되어가고 있다. 치즈의 유리덮개 아래, 에리카와 그의 훌륭한 보호막인 어머니가 함께혀 있는 것이다.
?아빠, 근데 석상 표정이 왜 모두 다른 거야??사람들이 매일 똑같은 표정으로 살진 않잖아.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으니까, 그 순간순간을 다 새겨 넣은 거겠지.?근데 아빠, 이쪽은 죄다 우울해 보여. 전부 우거지상이야.?글쎄, 그런 표정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때론 나쁜 게 좋을 때도 있고, 좋은 게 나쁠 때도 있지.?뭔 소리야, 그게??수아야, 포도나무는 말이야, 땅이 비옥하면 오히려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해. 그냥 잎만 무성하게 자랄 뿐이야. 적당히 비바람도 불고 토양도 어느 정도 척박할 때 좋은 포도알을 맺는 거야.?난 나쁜 거 다 통과하고 그냥 쑥쑥 자라서 어른이나 됐으면 좋겠는데.?무슨 그런 서운한 얘기를. 수아 나이가 얼마나 멋진데. 수아 나이 때는 앞에 정말 많은 문이 열려 있잖아. 그런데 나이가 들면 그 문이 점점 사라지는 기분이 들거든.?아빠 나이가 되면 괴로운 거야? 더 열고 나갈 문이 없어서? 저렇게 많은 표정이 없어서??그래…….?아빠는 참, 뭘 모르긴. 등을 돌리고 서면 거꾸로잖아. 들어왔던 데로 나가면 다시 점점 더 문이 많아지는 거 아니야? 인생이 심심하면 뒤로 돌아가서 선택했던 문 몇 개만 바꾸면 되겠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심야인권식당톨스토이에 견줄만한 작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명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