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 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안지숙 지음 / 산지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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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에서 밝음이란 성격이 아니라 미홍이 운영하는 극단의 이름이다. 미홍은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가졌다. 이처럼 작가는 말을 부리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문장과 문장의 이음새와 연결성이 좋다. 가지런하고 말끔하며 군더더기가 없다.

 

이 작품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안지숙 작가의 관심사는 관계인 것 같다. ‘라는 연결고리는 대개 불안하고 느슨하며 집착적이지만 거기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관계에 빠진 주인공은 몸도 마음도 튼튼하지가 못하고 나무 안에 서식하는 또 다른 식물처럼 의존적이다.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게 몸이 불완전하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들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는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 미홍에게 있음을 알아차리고 연락을 취하지만 미홍의 태도는 애매하기만 하다. <놀래미> 안의 인물들 역시 서로가 서로에게 물리듯 연결되어 있는데 왜, 무엇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물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스토커의 문법>의 여주인공은 에게 집착하며 헤어나지 못하는데 아마도 가 나를 멀리하고 따돌리는 이유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 그녀에게 가득 차 있는 관념은 자신의 신체적 불완전함이지만 가 특별히 그것을 문제로 삼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이러한 의 관계성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것이 <청게>라는 작품이다.

 

바다에 나갔다 오는 아버지의 배에는 몸통에서 떨어져 나온 청게의 발이 흩어져 있었다. 아버지가 갑판을 정리하고 그물을 거두어 내린 뒤에도 청게의 끊어진 발이 갑판 위에서 벌벌 움직였다.

 

몸에서 끊어져 나온 청게의 발은 이미 죽음이다. 죽었지만 다 죽지 못하여 벌벌거리며 돌아다닌다. 안지숙의 주인공들은 이와 같은 존재들이다. 몸통에서 떨어져 나와 죽었지만 아직은 벌벌거리며 살아서 돌아다닌다. <청게>가 지니에게 보이는 집착, <스토커의 문법>에서 에게 보이는 집착의 정체는 바로 그것이다. 청게의 발은 몸통을 그리워한다. 몸통을 찾아 벌벌거리며 돌아다닌다.

 

왜 몸통을 찾아서 헤매는가.

 

나의 원래 몸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은 최소한 그렇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지니를, 그를, 미홍을, 아버지를 잊지 못한 채 오래 기억하고 매달린다. 집착한다. 세상의 많은 집착들은 대개 다 미궁이지만 안지숙 소설의 주인공들은 원래 몸을 찾아 돌아다니는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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