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외출 - 2018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선정도서
김민혜 지음 / 산지니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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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무엇보다 깜찍한 생각을 하는 주인공들이 가득한 책이다. <정크 퍼포먼스>에서는 답답한 인생을 사는 두 남자가 길에서 만나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다.

 

내 일을 말하자면.....정크 아트라고, 고물을 주워 예술로 만드는..... 요즘은 일거리도 없어 죽 쑤고 있지요.”

고물로 예술을? 그럼 예술가라 그 말이네. 처음 듣는 얘긴데.”

 

이 도시 좀 봐요. 사방에 치솟은 높은 빌딩 보이지요. 아래는 또 온갖 오물이 흐르고 있을 것 아닙니까. 이 도시에는 뭔가 심어 생명을 키우는 일이 진짜 필요한 거라 말입니다.”

 

죽어버린 도시에 생명력을 부여할 방법을 찾던 중에 이 중 한 인물이 길에서 천만 원 가량의 지폐를 주워 집으로 가져온다. 무위도식하던 참이었던 두 백수는 궁리 끝에 행위예술을 기획한다. 이른 바 발가벗은 몸에다 지폐를 붙이고 사람들 앞에 나타나 맘껏 떼어 가라고 말해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안면몰수하고 예술가에게 달려들어 지폐쟁탈전을 벌일까.

표제작인 <명랑한 외출>의 화자인 희진은 한 번의 전과와 혼외자식으로 인해 이 화려한 세상의 물밑에 우울하게 가라앉아 있다. 생계도 막막하고 아이에게 매순간 잡혀 살자니 암담하기 이를 데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흠을 지녔으니 죽은 듯이 살아야 하고 죽은 척 해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다시 물 위로 솟구쳐 오르고 싶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 당장은 아이가 가장 큰 방해물이다. 희진은 매우 깜찍한 선택을 한다. 느끼기에 따라 끔찍한 선택이 될 수도 있겠다.

 

<아내가 잠든 밤>에는 아내가 블로그에 연재하던 소설을 몰래 훔쳐보는 남편이 나온다. 그는 소설적 설정과 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급기야는 소설을 현실로 믿어버린다. 실재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 그 역시 깜찍한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마블쿠키>의 남편은 아이를 아내로부터 유괴하고 그 아이의 유괴범을 찾기 위해 정신병원에 가야 한다며 아내를 설득한다. 그와 같은 논리에 사로잡힌 아내는 정신병원 안에서 오늘도 열심히 탐정활동을 하고 있다.

 

그밖에도 이 소설 대부분의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하는데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선을 넘어버리는 선택들이다. 그것이 무겁거나 진지한 게 아니라 가벼운 농담처럼 이루어지고 있어 부담은 없다. 명랑하게 빨리 읽을 수 있는 소설들이 가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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