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엔딩 - 또 다른 이야기들

두 번째 엔딩 (양장)
김려령 외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몬드, 페인트, 유원, 우아한 거짓말, 버드스트라이크, 모두 깜언, 싱커, 1945 철원, 그 여름의 서울

최근 창비 청소년 문학 시리즈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내린 작품들에 대한 두 번째 엔딩.

소설 그 이후의 이야기일 수 있고, 소설 속 주인공 외에 부차적으로 등장했던 인물의 이야기일 수도

소설이 시작되기 이전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하다.

책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김려령 [우아한 거짓말 ] 외전 <언니의 무게>

배미주 [싱커]의 스핀오프 <초보 조사관 분투기>

김중미 [모두 깜언] 외전 <나는 농부 김광수다>

손원평 [아몬드] 외전 <상자 속의 남자>

이희영 [페이트] 외전 <모니터>

구병모 [버드 스트라이크] 외전 <초원조의 아이에게>

백온유 [ 유원] 외전 <서브>

최근에 [아몬드]와 [유원]을 다 읽고나서 마음이 힘들었다.

조금은 극단적인 상황 속의 등장인물 설정이

보통의 청소년들의 삶과는 조금은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고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은 성인이 나라도 견뎌내기 힘든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 소설들을 읽으면서 살아가면서

어떤 기준에서 삶을 이어가야 할 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최근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오르내리고 있고,

내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아몬드] 외전 <상자 속의 남자>를 먼저 찾아 읽었다.

[아몬드] 주인공 윤재와도, 또 윤재의 친구인 도라와도 얽힌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공동체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어떤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스쳐지나가는 많은 이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일 수도 또는

나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나와는 깊은 인연의 고리로 맺어진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상자 속의 남자>는 [아몬드]와도 연결지어 볼 수 있었고

남자가 형에게 질문하는 장면과 형이 구해준 여자 아이 부모들이 남자에게 말하는 부분은

[유원] 작품과도 연결지어 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우아한 거짓말]의 외전인데 꼭 [유원]의 외전으로도 읽힐 수 있었던 부분 <언니의 무게> 중

"너는 네 몫만 하면 돼. 자기 몫만 하고 사는 것도 힘들어. 마음은 기특하고 예쁜데, 너는 너로만 살아."

이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배미주 작가의 <초보 조사관 분투기>나 김중미 작가의 <나는 농부 김광수다>

두 작품을 읽으면서 청소년들보다도 못한 어른의 어리숙하고 무책임한 모습에 화가 나기도 했다.

<초보 조사관 분투기>에서는 업무를 위해 방문한 곳에서는 젊은 어른 사장과

말도 안되게 중요한 임무이지만 어렵고 더러운 목숨을 내 놓아야 하는 일이기에

어리디 어린 인턴 정후에게 일을 시키고, 그의 복귀마저 봉쇄라는 이름으로 미루는 비정한 상관이,

이제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정후를 무시하고, 외진 곳에 가둬버린다.

<나는 농부 김광수다>에서는 나이 쉰이 다 되어 가도록 할머니가 없으면 무엇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나약한 아빠의

끊임없는 대학 가라는 잔소리에도 자신의 결정을, 미래를 굳게 믿어 보려는 광수가 나온다.

질풍노도의 시기이고, 감정의 기복이 하늘과 땅을 오가는 청소년기라지만

어른이라는 이름의 허울만 뒤집어 쓴 채 자신의 책임은 회피하려는 이들보다는

꿋꿋하게 자신의 할일을 해나가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주인공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

모든 작품들이 원전을 읽지 않아도 짧은 한 편의 소설로

이야기나 사건 전개 부분들이 탄탄해 의미가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원작에서 다루었던 인물들, 사건들을 확장해서 살펴볼 수 있고

또 다른 세계를 펼쳐준다는 데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원전이 궁금해서 꼭 찾아 읽어야 겠다는 다짐이 든다.

이미 완결된 책들에 대한 외전을 따로 단편소설처럼 한 권으로 묶어 책으로 출간했다는 것이 신선하면서

다른 작품들도 이런 시도가 계속해서 이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책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