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앤서 - 어느 월스트리트 트레이더의 다이어리
뉴욕주민 지음 / 푸른숲 / 2021년 2월
평점 :
품절


디앤서

 

어느 날 친구가 유튜브 주소를 보내왔다. 또래의 여자 분이 경제적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아 이분은 깨달은 분이구나 자명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뉴욕주민이라는 유튜버로 민사고를 졸업해서 미국 유학길에 올라 아이비리그를 2년 만에 조기졸업하고 월스트리트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한국인으로써는 굉장히 드문 이력의 소유자였다. 백인남자들의 상류사회 속에서 성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동글동글한 외모 안에 오뚜기 같은 눈빛에서 그 단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 팬을 자처하고 있던 중, 책이 출판되었다기에 서점으로 달려갔다. 사실 이전 첫 저서 미국주식에 관한 책은 아직 내 수준이 아닌 것 같아 덮었었는데, 이번엔 본인의 이야기, 월스트리트에서 보고 배운 것들에 대해 썼다고 하여 바로 구매했다.

 

돈은 깜량 껏 따라온다

 

책 초반부에는 저자의 대학생활부터 어떻게 월스트리트에 자리잡게 되었는지 과정이 재미있게 펼쳐진다. 2008, 대학교 졸업 무렵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취업 문이 막힌 저자는 맥킨지라는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다가 본인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는 와튼스쿨을 거쳐 헤지펀드 회사로 재입사하게 된다. 항상 자신을 팔라는 선배의 조언에 따라 스스로의 가치를 점점 높여간다. 년차가 높아질수록 커리어가 쌓일수록 학위가 늘어날수록 몸값이 올라간다.

성공을 결정하는 요인들은 크게 5가지다. 재능, 배경, 사람, , 노력. 그 중 유일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변수가 노력이다. 저자는 그 변수에 최선을 다했다. 외국인 여성이 미국사회 중 최상류사회인 그 좁은 월스트리트의 문을 통과했다는 사실에서 저자의 노력은 아마 헤아리기 힘들 것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한다지만, 대학시절 누워서 잔 시간이 거의 없다는 부분에서는 책을 읽다가도 고개가 숙여졌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사는 저자를 보면서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그릇을 키우기 위한 고군분투로 보였다. 그릇을 키우면 돈은 자동으로 채워지는 듯하다. 그리고 그 그릇은 본인만이 키울 수 있다. 펀드 회사들이 이런 인재들의 노력에 편승해서 레버리지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월스트리트 뿐 아니라 세상 어디든 마찬가지이다. 본인의 몸값은 스스로가 올려야한다.

 

 

에고라는 적

 

책 중반부에서는 저자 본인이 월스트리트에서 겪었던 케이스들을 교훈삼아 투자에서 지켜야할 원칙들을 제시한다. 유능한 헤지펀드 매니저가 CEO 자리를 위임받았지만 휴브리스(지나친 자기과신)에 빠진 모습을 보고 망할 것을 예측하여 공매도에 성공한 스토리, 본인이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고집으로 큰 손실을 봤던 케이스 등의 예를 들어 하루하루 급변하는 시장에서 항상 자기 확신을 경계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정보 수집에서도 마찬가지로 내가 옳았음을 증명하는 정보를 선호하는 확증편향,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선택편향에 빠지지 말 것을 강조한다. 같은 맥락에서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틀림을 빠르게 인정하는 유연함을 가졌다는 것이다.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에고의 소리는 음소거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해야한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아는 것이 힘이다.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집요하게 서치하여 펀더멘탈을 구축한다. 이를 바탕으로 완벽하게 리스크를 줄인 수익흐름을 만들어 예측불가능한 시장에 대응한다. 근거없는 희망은 버려야하며 분석만이 수익창출의 길이다.

저자는 분석력에서 직관력이 나온다고 주장하는데 맞는 말이다. 통찰은 사료가 없이는 나올 수 없으며 직관력은 그만큼 깊이 고민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다.

어느 분야에나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특히나 내가 몸담고 있는 의학이라는 분야는 정확한 지식이 있어야지만 환자에게 양질의 진료를 행할 수 있다. 모르는 것은 죄가 되기에 최신지견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해야한다. 척보면 척 아는 의사들은 그만큼 그 병에 대해 분석하고 고민한 세월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정확한 정보의 습득이 허물을 줄이는 길이다.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

 

마지막으로 갈수록 치열하게 살아온 저자의 건강이 우려되면서 돈도 벌만큼 벌었겠다, 이제 월스트리트를 떠나도 되지 않겠나. 하는 오지랖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저자는 월스트리트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저자의 커리어는 ing .

월스트리트에서 살아남은 비결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과연 무엇일까?

단연 돈은 아닐 거라 생각된다. 저자 말로는 월스트리트에서 1~2년만 일하면 돈에 대해선 무감각해지기 때문에 돈만을 목표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얼마 못 버티고 월스트리트를 떠난다고 한다. 그녀에게 워라밸은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work life 이기 때문이다. 본인의 한계에 도전하고 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 꿈이며 월스트리트는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이라고 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살아있네~

 

책을 관통하여 내가 저자에게서 받은 교훈은 감정은 배제하고 판단에 앞서 최대한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토대로 리스크를 줄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에서 10년 간 일하면서 감정에 동요되지 않는, 일희일비하지 않는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시니컬 해보일 수도 있는 저자의 필체에서도 그 노력이 느껴지는 듯하다.

 

사람을 주식에 비유하자면 그 가치를 평가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펀더멘탈은 노력이 아닐까. 펀더멘탈을 키우기 위해서 오늘도 난 독후감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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