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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각 삼층장 이야기 ㅣ 전통공예그림책 나비장석
지혜라 글.그림 / 보림 / 2011년 12월
평점 :
아이를 키우며 점점 번잡하고 바빠지는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책입니다.
아이의 신학기 참고서를 사러 서점에 나갔다가 오랜만에 그림책코너를 가보았습니다.
어느덧 훌쩍 커서 곧 중학생이 될 아이를 둔 엄마이기에 그림책을 멀리 한 지 꽤 오래 되었지요.
저학년 때 까지만 해도 참 많은 책을 같이 보며 이야기하곤 했는데,
점점 눈앞의 학습에만 매달리다보니 아이와 교감하는 시간들은 사라지고
세상의 분위기에 밀려 엄마의 마음엔 빨리빨리, 많이많이...
앞서서 뛰고자하는 조급함으로 채워져 가는 걸 느끼며
스스로 제동을 걸려는 노력을 하던 중이었기에 발길이 그림책코너로 돌려졌던 것 같습니다.
전통공예에 대한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아들 어렸을 땐 이런 책 없었는데... 역시 좋아지네.‘
너무도 예쁜 색상의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전통공예인 화각삼층장을 만드는 과정이 세심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더욱이 작가가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수상자이기에 전문적인 내용에 신뢰가 갔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넘기는 손길조차 천천히... 천천히...정성스러워 졌습니다.
화각장을 만들기 위해 모인 다섯 명의 장인.
그들이 장인이 되기 위해 쌓은 시간과 노력들.
그 위에,
함께 모여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담아 줄 화각장을 만드는데 들이는 정성과 시간들.
자신의 작업에 대한 완벽함은 곧 타인의 작업에 대한 배려가 되어야 하는 관계성들.
오랜 세월을 견딘 목재가 삼층장이 되는 과정,
소뿔이 각지가 되기까지의 과정,
각지에 그림을 그리고, 삼층장에 수차례 옻칠을 하고, 이음쇠와 자물쇠를 정성껏 만드는 과정.
마지막으로 이 모든 정성과 노력들이 모여 하나를 이루어 비로소 탄생되는 화각삼층장.
읽는 나조차도 그 정성과 노력과 시간들의 가치를 조금이나마 함께 해야 할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어 천천히, 소중히 한 장 한 장을 보았습니다.
책을 덮는 내게 평안함과 함께 학원에 있는 아들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오늘 저녁에 이 책을 함께 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책을 사들고 돌아왔습니다.
나만이 제일이 되어야하고,
어디서든 내가 두드러져야 하고,
남보다 먼저 빨리 결과를 내어야하고,
숨은 가치보다는 현상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우리 사회에서
마음을 다쳐가는, 아니 다쳤다는 것조차 모르고 학업에 시달려 피폐해져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한 텀 쉬어갈 수 있는 마음과
그 쉼의 가치를 알려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오랜만에 다 큰 아들에게 예쁜 그림책을 선물했습니다.
함께하여 이루어내는 것의 가치.
합력하여 이루는 것의 아름다움.
함께 하려면 꼭 갖추어야 할 배려의 마음.
과정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며 정성을 쏟아야만 진정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겸허함.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이런 것들을 오늘 저녁, 아들과 이야기하려합니다.
그리고, 멀리보지 못하고 눈앞의 결과만으로 걱정하고 조바심내던
엄마의 마음과 행동을 아이에게 사과?하려 합니다.
마지막장의 화각삼층장 그림을 보니,
너무도 곱고 예쁜 빨강, 노란의 화각삼층장에 그려진 그림들은
앞 페이지에 나온 그림 조각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네요. (놀라운 나의 세심한 관찰력^^)
‘작가선생님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혹시 이렇게 흩어져있는 조각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가치를 이루어가는 것이
삶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