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로 간 소신
이낙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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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rato 는 음악 영어로 보통 빠르기를 말한다. 작가는 큰 제목의 목차로 이 모데라토를 써 놓았다.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삶을 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Presto(프레스토:아주 빠르게) 도 아닌 Vivace(비바체: 매우 빠르게)도 아닌 평범한 삶의 행복을 지향하는 작가의 의도가 묻어 나오는 선택이다.
일상의 사건을 큰 틀에서 회화적으로 나열하고 있으나 지루하지 않게 읽게 되는 것은 그것이 한낱 사건의 연속성에 있는 스토리가 아닌, 개인의 역사로서 객관화하고 조명함으로 그 가치를 다른 세계의 행복감으로 승화시키려는 작가의 의도를 꿰뚫기 때문이다. 독자는 그런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려서 시골에서 뒹굴 뒹굴하며 개구리 잡고 , 소를 끌며 뒷동산에서 나무를 갈아 장난감을 만들며 컸을 작가를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그의 그러한 자연적 태생인으로서의 친밀감은 글의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 남보다 좀 더 예민하고 섬세하게 사물을 바라보는 감각들이 돋보였다.

그가 결혼하고 직장을 잡고 아이들을 얻으면서 겪는 소소한 일상이 한 개인의 역사로 훈훈하게 전해진다. 아이들이 크고 대학에 가면서 자연스레 집도 이사를 하고 부수적인 살림이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갖게 되는 심리적인 오래묵음에 대한 여유
..
Ritardando 는 음악 프레이징의 끝부분을 늘어지게 함으로 곡이 다 끝나감을 의미하는 동시에 새로운 음악으 전개응 암시한다. 작가는 그의 책 중반에 이 용어를 선택하여 넣음으로 그의 일상에 새로운 마침표와 시작점을 두길 원하는 듯 하다.
누구나 되는 부모가 아닌 '좋은 부모'가 되길 바라는 듯 두 딸아이의 성장을 세세하게 신경쓰고 하나 하나의 행동에 큰 의미를 둔다. 그의 일생에서 자식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교육은 그렇게 남달리 큰 비중으로 다가오나보다.

할머니의 죽음은 낙상으로 인한 갑작스런운 것이어서 작가에게 적잖은 충격과 고난의 시간이었지만 잘 헤쳐나간 듯 하다. 작가 특유의 의리와 원칙주의적 성격, 인간관계성 그리고 사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성격이 그를 꼼꼼함을 지나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고 . 그의 그런점은 그의 일생에서 긍정성으로 작용한다.

장인 장모와 다른 친척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개인의 역사를 드러내는 작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개인사의 파고듦이 길어질 때 a tempo라는 타이틀로 청춘이라는 글이 시작된다.

보통 '아 템포'란, 본디 빠르기로 돌아가라는 뜻으로 처음 시작점의 박자와 뉘앙스를 원할 때 작곡가가 쓰는 음악용어다. 변주와 발전부를 끝낸 음악가는 다시 조용히 앞 악절을 떠올리기를 바라는 것이다 .
이제 보통 빠르기에서 시작한 작가는 느려지는 구간 리타르단도(ritardando)를 지나 다시 본디 빠르기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꿈꾸던 세상에 꿈은 없고, 바라던 세상은 오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을 버틴 것은 내게 주어진 가족보다 내가 만든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그 식구들이 살아야 하기에 집이 있어야 했고 , 그 식구들이 살아야 했기에 감춰진 용기를 드러낼 용기가 없었다...)
바로 위의 대목은 이 책의 재목을 가늠할 수 있는 작가만의 정서를 보여준다 .

용기를 드러내서 일의 순환을 되돌려 보고도 싶었지만 그로 인해 감당할 수 밖에 없는 가족들에 대한 신념은 그로 하여금 '소신을 달나라로' 보내게 하는 역할을 하게 했다.

가족에 대한 가치를 중시 여기고, 한 중산층의 가장으로 낳고 길러지고 다듬어진 그의 소신을 감명 깊게 전해 듣는 대목이다.
그의 생애는 도입부에서 삶의 터전과 어린 시절의 회상에서 자아를 내려다 보며 회상한다. 이윽고 발전부를 지나 리타르단도에서는 속도를 줄여 아이들과 자신이 속한 범주에서의 통찰을 기대하며 그 투영된 사실 속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정리해 나간다.
삶의 패턴이 정해진 객관화 된 것일 수는 없지만 , 작가는 그의 짧지 않은 인생에서의 만남과 성장 그리고 이별과 참회 , 더 나아가 발전과 동화됨을 자연스런 행복으로 이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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