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는 두 명의 소년 - 에밀 싱클레어와 막스 데미안이 등장한다.
데미안은 어른스러운 태도로 세상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어떠 문제에든 명쾌한 해답을 내놨다.
사람들은 대개 착함과 나쁨 등 대비되는 쌍으로 판단 내리고 싶어한다.
이 사이에서 사라지는 존재가 있다, 바로 '나'다.
선행에도 악행에도 책임이 없는 '나'는 '텅 빈 존재'가 되고 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둘고 나누어 바라보는 세계관 - '알'을 깨뜨려야 한다.
이것을 깨뜨리는 순간 독립적인 존재로 탄생하며,
융합적 세계관을 지닌 정신적 존재로 성장해 나간다.
그 상징이 '아브락사스'이다.
정신적인 해방을 의미하는 아브락사스와 불교의 해탈을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도 있겠다.
'데미안'의 핵심 주제는 성년기에 접어드는 청소년들이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말에 기대어
기존의 관념과 가치관 안에서 안주하던 세계를 깨뜨리고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열여섯 살보다 일찍 데미안을 접했다.
문학 소녀에 대한 동경으로 집에 있던 책들 중 멋있어 보이는 것을 골라 읽고는 했는데,
막내 이모의 책 중 데미안이 나의 흥미를 끈 것이다.
데미안이 무슨 뜻인가 하고 펼쳤던 책은 당시 내게 너무 어려웠다.
읽다가도 자꾸 다른 생각이 들어서 첫 장으로 돌아가기를 여러번 반복했다.
데미안 책을 들고 다니며 읽으니 친구 중 한 명이 내게 되게 멋있다고 해줘서
뿌듯했지만 정작 내용 이해를 못하고 있으니 부끄러웠던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도 데미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독립적이고 정신적인 성장을 꾀한다는 것임을 그 때는 몰랐다.
헤르만 헤세의 책은 표현이 무척 멋있고, 꽤 어렵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지금도 이렇게 이해를 돕는 설명문이 필요하기에
'나의 열여섯 살을 지켜준 책들'을 읽게 되었다.
간략하게 줄거리도 읽기에 재미있고,
알지 못했던 많은 지식을 쌓은 것 같다.
책을 글로만 보던 내게 이야기와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같다.
누구보다 불안했고 혼란했던 청소년 시기에 이 책을 만났다면 참 좋았겠다.
지금이라도 읽게 되어서 좋았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