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하고 싶은 날 그린이네 문학책장
전은지 지음, 정문주 그림 / 그린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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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

 

 

 

'남'의 마음과 사정에 귀 기울여 보기

'나'와 세상을 제대로 마주 보기 위해서

 

 

지각하고 싶은 날

 

 

전은지 글 / 정문주 그림

출판사 : 그린북

 

 

남의 이야기 다섯 편

- 차례 -

지각하고 싶은 날 7

놀고먹고 자면서 돈 버는 일 29

말도 못 하게 기가 찬 이야기 49

엄마의 착한 아들 69

영혜에게 약간 불만이 있다 93

 

교과 연계

4-1 국어 10. 인물의 마음을 짐작해요

5-1 국어 10. 주인공이 되어

6-2 국어 1. 작품 속 인물과 나

 


 

<놀고먹고 자면서 돈 버는 일>

 

 

"이건 뭐 완전히 놀고먹는 일이에요. 정말이라니까요.

말 그대로 아침에 일어나 아침밥 먹고, 뒹굴거리며 놀다가,

배고프면 점심밥 먹고, 또 뒹굴거리며 놀다가 배고프면 저녁 먹고,

배불러서 졸리면 자고, 그럼 되는 거예요.

다른 할 일은 전혀 없습니다.

…할 일이라면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면서 저희에게 머리카락만 주시면 됩니다.

그럼 저희 회사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드립니다."




나는 이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먼저 계약서를 받았는데,

일단 최소 2년은 숙소에 묵으며 머리카락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휴게실에 가 보니 넓은 소파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새 동료가 왔다고 반갑게 맞아 준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두 모자를 쓰고 있었다.

아무래도 머리카락을 제공하는 게 직원들의 업무이다 보니

머리카락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들 모자를 쓰고 있는 듯했다.

아무 일 없이 놀고먹고 자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동료애 같은 게 전혀 없다 보니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함께 놀 일이 없어 늘 혼자였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난 어느 날,

점심 식사 후 나른하여 휴게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였다.

스피커에서 "ㅇㅇㅇ 씨, ㅁㅁㅁ 씨, △△△ 씨, 머리카락 채취실로 와 주십시오."라는 방송이 나왔다.

그럼 주위의 몇 사람이 하던 일을 멈추고 어딘가로 갔는데,

이름이 불리는 걸 다들 반기지 않는 듯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회사에서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옷까지 빨아서 입혀 주는 대신,

머리카락 좀 가져가겠다는데 왜 저러나 싶었다.

 

드디어 오늘 불린 이름 중에 내 이름이 있었다.

앞선 두 사람은 발을 질질 끌면서 걷는 게,

가기 싫지만 억지로 간다는 티가 심하게 났다.

마치 주사를 맞기 직전의 어린아이처럼 공포심도 엿보였다.

나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3번 방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마주한 현실은 위의 그림과 같다.

사람들은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뽑히고, 그 머리카락으로는

오리들의 점퍼를 만든다.

비싼 게 흠이지만 사람 머리털이 들어간 점퍼는 따뜻해서 인기가 좋은 듯 하다.

놀고먹고 자면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대신,

자유와 행복은 없다.

엄청난 고통이 그 대가였다.

 

 

몇 년 전 사람에게 멱살이 잡힌 채 털이 뽑히는 오리, 거위들의 모습이 뉴스로 전해졌다.

살아 있는 생명이 악을 쓰며 고통스러워 하는 데도 패딩을 만들기 위해 털을 뽑는 걸 멈추지 않았다.

보는 것만으로 괴롭고 오리털로 만든 패딩을 입는다는 것이 죄스러웠다.

죽은 오리의 고기를 먹고 그 털로 만든 점퍼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너무나도 잔인하고 절대 없어야 할 일 같은데,

많은 동물들이 인간 때문에 겪는 고통이 너무 크다.

털이 뽑히는 오리, 지느러미를 잘린 채 바다에 버려지는 상어,

쓸개즙을 뽑아내기 위해 몸에 호스가 꽂히고 철장에 갇혀 사육 당하는 곰,

너무나 끔찍한 이런 현실들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분이다.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인간의 욕심으로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


 .

.

내가 아닌 남을 이해하고 나와 다른 남의 마음과 생각에 공감하는 건,

세상을 잘 이해하고 세상과 더불어 사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지은이의 말에 동감한다.

서로 위로하고 용기를 얻으며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모두가 이런 마음으로 평안에 이른다면 무서운 탄압과 전쟁도 더는 없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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