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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똥 여우 ㅣ 웅진책마을 111
송언 지음, 허아성 그림 / 웅진주니어 / 2021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
붉은 여우가 들려주는 여섯 편의 우화
이야기 똥 여우
글 : 송언 / 그림 : 허아성
출판사 : 웅진주니어
- 목차 -
이야기 똥 여우
검은 독수리와 꼬마 개구리
어느 시궁쥐 이야기
호랑이 대왕과 어린 여우
직박구리 엄마의 사랑
너구리네 부엌에서 벌어진 일
한적한 산골 마을, 외따로운 언덕 위에서
곰 할아버지는 손자 곰과 살고 있었다.
탱자나무 가시 울타리를 빽빽하게 둘러친 으리으리한 집에
콕 틀어박혀서 말이다.
어느 날 산책을 나가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잠깐 쉬고 있을 때,
붉은 여우를 만나게 된다.
붉은 여우는 단번에 그들이 탱자나무 큰 집 식구라는 것을 알아보고,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얘 여우야, 염소가 동글동글한 똥을 싸듯이
너는 이야기 똥을 솔솔 잘도 싸 놓는구나.
참 재미있게도 말이야.
지금껏 나는 이런 소소한 재미를 못 느낀 채 살아왔단다.
사업을 해서 큰돈을 버는 일에만 매달렸으니 참…….
그래서 하는 말인데,
다음부터는 네가 우리 집으로 찾아와서
계속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어떻겠니?"
타고난 이야기꾼인 붉은 여우의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들으며
마음을 열게 된 곰 할아버지는,
탱자나무 가시 울타리를 말끔하게 베어 내고
커다란 집 마당에 놀이터를 만들었다.
붉은 여우는 해가 뜨면 아랫마을 어린 동물들을 데리고
곰 할아버지네 집 마당으로 우르르 몰려가 한바탕 이야기꽃을 피운 다음,
해가 저물도록 신나게 놀았다.
"내가 독차지하고 있던 커다란 집과 널따란 마당이
산골 마을 동물들의 놀이터가 되다니, 여우 너를 만나기 전에는
상상도 못 해 본 일이었어.
스스로 탱자나무 가시 울타리를 베어 버린 건
내가 부자가 된 뒤에 가장 잘한 일인 것 같구나.
훌쩍 세상을 떠나더라도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 같아.
여우 너와 이야기 친구들이 내 손자를 잘 돌봐줄 테니 말이다.
아, 정녕코 새봄이 찾아왔구나."
곰 할아버지 표현대로 '이야기 똥 여우'가 된 붉은 여우는
곰 할아버지네 집에서 손자 곰과 어린 동물들을 데리고
이야기 여행을 계속 한다.
검은 독수리와 꼬마 개구리
아주 깊고 큰 우물 안에 개구리들이 모여 살았다.
안전하고 살기 좋은 우물 안에서
개구리들은 많이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무탈하니 잘 살았다.
어느 날, 푸른 하늘을 훨훨 날아가는 검은 독수리를 본 꼬마 개구리는
마음이 울렁울렁,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꼬마 개구리는 우물 밖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탈출에 성공한다.
그리고 독수리에게 하늘 구경을 시켜달라고 부탁한다.
검은 독수리는 발가락 사이에 꼬마 개구리를 살포시 끌어안고는
푸른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우물 안에서는 상상도 못 해 본 드넓은 세상을 마음껏 구경하니
감격에 겨워 두 눈은 동글동글,
가슴은 벌렁벌렁, 두 다리는 허공에서 팔딱팔딱 뛰었다.
안전하고 아늑하고 편안한 삶을 거부하고
드넓은 세상으로 나온 꼬마 개구리는 자유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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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서 이야기 똥 여우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해서,
귀 기울이며 집중하게 되는 그림책이다.
어쩜 이렇게 이야기 똥을 잘도 누는지,
곰 할아버지네 집에 함께 따라가고 싶다.
재미있어서 금세 다 읽어버려서 다른 이야기를 또 듣고 싶기 때문이다.
이야기 똥 여우 말처럼 큰 집에서 혼자 부자로 사는 것보다,
재미잇는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가 있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딸도 자신이 알게 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점점 그 말솜씨에 놀라고는 한다.
한 땀 한 땀 바느질에 열중하는 아낙처럼 최선을 다하다 보면
이야기 똥 여우 못지않은 이야기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