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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게임 중독 ㅣ 작은 스푼
안선모 지음, 토리 그림 / 스푼북 / 2021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작은 스푼 시리즈
엄마는 게임 중독
글 : 안선모 / 그림 : 토리
출판사 : 스푼북
- 국내창작동화, 어린이문학
요즘 우리 반에서 유행하는 게임은 왕게임이다.
어떻게 하는 거냐면,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내세워 왕이 되는 것이다.
왕이 되면 종이로 만든 왕관을 쓸 수 있다.
어떻게든 아이들은 왕이 되려고 안달복달한다.
그깟 종이 왕관이 뭐라고 아이들은 열을 낸다.
나(오찬수)는 뭐 별로 잘하는 게 없어서 왕이 되겠다는 생각을 안 한다.
그리고 왕이 되는 거에 관심도 없다.
내 머릿속은 온통 게임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못하는 게 없는 은성이가 나에게 게임왕으로 도전했다.
은성이와 나는 친구들에게 맞는 게임을 추천해 주는 방법으로
겨루기를 시작했다.
'나도 왕이 되고 싶다.
그것도 게임왕이라니!
저 천하의 재수덩이 류은성을 꼭 이기고 싶어.'
가장 먼저 뭐든지 잘하고 열심히 하는 반장 예주에게 게임을 추천하게 되었다.
은성이는 여자애들에게는 역시 옷 입히기 게임이 최고라고 말했다가
그건 편견이라며 예주에게 질책을 받았다.
나는 천천히 말했다.
"예주, 너는 엄청 활동적이니까 철권이라는 게임을 추천하고 싶어.
역동적이고 화려한 권법이 마음에 꼭 들 거야."
그렇게 해서 나는 우리 밤 게임왕이 되었다.
그동안 나는 엄마 눈을 피해 몰래 게임을 하느라 정말 힘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왕이 된 건,
그동안의 피나는 노력 덕분이다.
컴퓨터실에서 공부하는 사회 시간,
오늘 할 공부를 마친 나는 신이 나서 검색창에 '오찬수'를 쳐 보았다.
인물 정보에 따로 나올 만큼 유명한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영어 이름을 검색했다, '마이클'.
그러자 '마이클 쇼크'라는 기사가 떴다.
세계 보건 기구(WHO)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했다는 기사였다.
또 게임 중독자의 20년 후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
그 게임 중독자의 이름이 바로 '마이클'이었고,
그의 모습 때문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
왠지 그 사람이 미래의 나인 것 같았으니까.
"세상에! 이건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다, 괴물!"
금요일 5교시 창의 체험 활동 시간에 컴퓨터실에서
게임 중독 자가 진단을 했다.
20번까지 문제를 모두 끝내고 결과 보기를 눌렀다.
"당신의 점수는 54점으로 게임 중독입니다."
중독(中毒) 명 : 술이나 마약 따위를 계속적으로 지나치게 복용하여
그것이 없이는 생활이나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오른손을 번쩍 들고 선서를 외쳤다.
"나, 오찬수는 하루에 한 시간만 게임을 하겠다!"
한 달에 한 번 가족회의를 하는 날,
엄마는 오후 여덟 시부터 자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엄마는 매일 밤 여덟 시에 서재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새벽까지 게임에 정신이 팔려 있는 거다!
내가 아파서 조퇴하고 일찍 온 날 낮에도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내가 엄마에게 게임을 가르쳐 줬을 때부터
엄마가 게임 중독이 된 것 같다.
아, 어떡하지?
예전의 엄마로 되돌리기 위해 게임 중독을 막아야만 한다.
작전 개시!
1단계 컴퓨터 모니터와 본체를 이어 주는 선 빼놓기
2단계 인터넷 선 자르기
3단계 컴퓨터 모니터를 감추기
이 특별한 작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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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도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게임을 무척 좋아한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게임을 못하게 막을 수만도 없다.
얼마전 나도 딸에게 게임을 하나 배웠다.
평소 게임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게 너무 재미있는 거다.
그래서 한 번은 토요일에 밤을 새서 그 게임을 했다.
이 책도 그런 내용인 줄 알았다.
엄마가 자신 때문에 게임 중독이 돼서 반성을 통해
게임을 끊는 이야기인 줄 말이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이야기 속 오찬수의 엄마는 왕년에 잘 나가는 게임 회사 과장님이었던 것이다.
결혼, 출산, 육아로 경력 단절이던 찬수의 엄마는
게임 스토리 작가로 재취업을 위해 인기 있는 게임을 모조리 섭렵해 본 것이었다.
그토록 열심히 준비한 엄마는
다시 김은실 과장이 되어 회사에 다니게 되었다.
엄마가 게임 중독인 줄 알고 큰 걱정에 빠졌던 찬수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 간의 사랑과 이해, 존중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또한 경력 단절의 늪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름과 자신감을 찾은
엄마의 모습이 무척 감동적이었고,
비슷한 시기를 살아내고 있는 내 자신도 더욱 응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