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이 초상권 그래 책이야 33
김희정 지음, 정용환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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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통해 교재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그래 책이야 033

#외모 #개성 #자존감


글 : 김희정 / 그림 : 정용환

출판사 : 잇츠북어린이






'치즈 어묵, 닭 강정, 치킨 샐러드, 쌀밥, 김치…….

먹는 걸 참고 날씬한 것보다는 마음껏 먹고 뚱뚱한 게 나아.'

머릿속에서 음식이 빙글빙글 날아다녔다.

드디어 밥이 있는 행복한 집에 다다랐다.

일단 냉장고에서 오렌지 주스를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나의 심각한 배고픔은 아랑곳없이 엄마가 가방을 들고

패션쇼를 하고 있었다.

엄마와 나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늘씬한 몸매, 오목조목 예쁜 이목구비의 엄마,

나는 아빠를 닮아 통통하다.

"호호호, 미솔아! 이 가방 너무 예쁘지? 이거 완전 득템!

미솔아, 엄마 가방 멘 사진 좀 빨리 찍어 줘. 인증 샷!"

엄마가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할 땐 일단 빨리 찍어야 한다.

패션쇼가 열린 날이면 엄마는 딸의 배고픔 따위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엄마는 잘 나온 사진을 골라서 별그램에 올린다.






그 날 맛난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안 씻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깨우지 않은 엄마 덕분에 푹 자고 일어나 학교에 가면서

여느 날과 같은 생각을 했다.

'오늘 급식 메뉴가 뭐였더라?'

그런데 문방구 앞에서 만난 지유가 나를 보자마자 킥킥 웃었다.

"미솔아, 너 어제 안 씻고 잤지? 크윽크윽.

웃을 일 아닌데 자꾸 웃음이 나네."

지유는 스마트폰을 내밀며 우리 엄마 별그램을 보여주었다.

#위가 놀라서 세수도 못하고 기절한 뚱뚱이 우리 딸!

#먹는 거 무지 좋아하는 뚱뚱이 우리 딸! 그래도 사랑해.

이런 식으로 엄마 별그램에 내 이야기가 꽤 많았다.

그 날 집에 와서 엄마에게 폭발했다.

"내 시시콜콜한 이야기랑 이상한 사진들은 좀 올리지 마! 제발!

왜 엄마 마음대로야? 분명 초상권 침해야!"

"뚱뚱이 초상권도 초상권이긴 하지, 푸후후."





아침에 깨서는 여느 날처럼 밤에 있었던 일은 모조리 잊었다.

하룻밤만 자고 나면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다 잊는 건

누굴 닮았냐 하면, 바로 엄마다.

나의 배고픔과 기분 나쁨은 늘 따로 논다.

이런 미솔이에게도 밥맛이 없어지는 역사적인 날이 찾아온다.

계속 체한 것 같이 속이 답답하고 기분이 꿀꿀했다.

급식이 담긴 식판을 보고도 식욕이 없었다.

밥맛이 없어진다는 그 사춘기는 레오와

슬픔가 함께 찾아왔다.

레오는 얼마전 제주도에서 전학 온 남자아이다.

잘생기고 예쁜 얼굴에 향긋한 과일 향기가 났다.

미솔이와 달리 삐쩍 마른 몸이었다.

많은 여자아이들이 레오에게 관심을 보였다.

미솔이의 속마음도 이상야릇했다.

레오랑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도 마냥 재미있고 즐거웠고,

레오랑 짝꿍을 하고 나서는 학교생활이 훨씬 더 즐거웠으며,

학교로 가며 처음으로 급식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유가 레오가 사귄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입맛이 떨어지는 기적이 찾아온 것이다.





오미솔, 뚱뚱이 초상권의 주인공 초등 4학년 여자아이다.

아빠를 닮은 통통한 외모에 전혀 불만이 없으며,

스무 살이 돼서 돌을 벌면 세계 각국의 맛난 음식을 먹으러 여행 다니는 것이 꿈이다.

엄마는 대놓고 미솔이에게 뚱뚱하다고 살 빼야 한다고 눈치를 준다.

놀림을 미리 당해 봐야 면역력이 생긴다며 말이다.

미솔이는 입맛과 감정은 아무 상관 없다며 지내고 있었는데,

레오라는 남자아이가 전학오고 짝꿍이 되면서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누가 봐도 미남인 레오는 미솔이와 말이 잘 통하고 친절했다.

계속 레오가 신경 쓰이고 레오에 따라 감정이 오락가락 했다.

미솔이에게 드디어 첫 사랑이 찾아온 것이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딸,

역시(?)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즐겁다.

엄마에게 마음이 잘 통하는 베프를 자랑하고,

잘 보이고 싶은 남자친구 얘기 하는 것을 무척 즐거워한다.

외모에 신경을 쓰며 아침에 기분 좋게 등교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귀엽다.

코로나 때문에 정상적인 등교가 어려워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른다.

학교가 제일 재미있을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볼 때도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는다.

그래서 뚱뚱이 초상권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자신이 미솔이가 된 것 같았다.

미솔이 엄마와 지유가 너무 얄밉고,

레오와 미솔이가 나누는 대화에서 가슴 설레했다.

무엇보다 미솔이가 자신의 모습에 당당한 것을 응원했다.

사람은 모두 다르게 생겼고,

자신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다.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 사람의 가치는 정해진 외모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고,

바른 언행을 밑바탕으로 하는 당당함이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딸에게 항상 말한다.

엄마 눈에 가장 예쁘고, 이 세상에 하나 뿐인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외모는 충분히 아름다우니 내면을 가꾸기 위해

엄마로써 본보기를 보이려고 애쓴다.

바른 생각, 바른 말, 바른 행동,

그렇게 자존감이 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말이다.

자존감이야 말로 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강력한 무기이다.

자존감은 외모가 아닌 가치로 키우는 것이다.

어서 코로나가 종식되어 자유롭게 학교 생활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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