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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
윌리엄 트레버 지음, 정영목 옮김 / 한겨레출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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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의 젓 편인 '조율사의 아내들' 번역에 상당히 문제가 있어 짜증으로 시작했으나, 그 이후의 다른 작품들은 대체로 무난한 번역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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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바이오틱스에서 프로바이오틱스로 - 내 안의 우주
김혜성 지음 / 오랄바이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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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명한 독일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그의 저서 <인간의 조건>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생각하는 일은 (...) 정치적 자유가 있는 곳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그렇게들 한다.  그러나 유명한 학자들이 보통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참으로 불행히도 생각하도록 하는 힘은 인간의 다른 능력에 비해 가장 약하다.  폭정 아래에서는, 생각하는 일보다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일이 훨씬 쉽다."


 '생각하는 일'은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으로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히 우리 인간들 대부분이 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간주되지만, 위에서 언급된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그리 간단히 결론내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러한 '생각하는 힘 혹은 일'은 한나 아렌트가 그의 또다른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폴란드에서의 대규모 유대인 학살을 관료적으로, 실무적으로 주도한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해 언급할 때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습니다.  아이히만의 유대인 학살을 가능하게 했던 주요한 이유로서 꼽는 것이 그의 '무사고'입니다.  즉 자기의 사유와 행위에 대하여 성찰과 반성 없이 주어진 명령, 규칙, 관습에 의지하여 생각 없이 행하는 모든 것을 '무사고'에 기초한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 시대와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과도한 불행, 재난, 고통의 상당 부분의 일정한 몫이 우리 시대와 사회에서 공공적인 역할과 책임이 더 많은 자들이 행하는 '무사고'와 그에 기반한 실천에 기인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 중의 한 부류가 소위 전문가, 전문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흔히 말하는 우리 사회의 잘 나가는 자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법조인, 교수, 의사, 언론인 집단 등을 대체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움켜쥐고 있는 위와 같은 사람들이 자기들을 현재의 정치, 사회, 경제, 정신적 지위에 이르게 한 소위 메인 스트림의 고정적이고 경직화된 사고와 감각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고, 그러한 주류적 흐름에 댐을 쌓고 그 자체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그들이 행하는 '무사고'에 기반한 실천입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겪는 각종 과도한 고통과 불행, 재난의 주요한 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혜성박사의 새 책을 언급하기 전에 장황히도 위와 같은 진술을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주요한 전문직인 치과의사이자 박사이며 상당한 규모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경영자인 저자가 위와 같은 전문가 집단의 '무사고'에 기반한 실천에 대항하는 아주 좋은 범례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위의 책에서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증진하고 보존한다는 명목 하에서 이루어지는 안티바이오틱스(항생제)의 남용, 과잉의료화에 대하여 아주 친절하고도 부드러운 언어를 사용하지만 매우 근본적인 비판을 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그리고 암 등 여러 현대병들에 대한 기존 주류 의학의 분할적이고 박멸적인 차원의 대처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전면적이지는 않지만 보완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간의 몸을 분석적으로, 분할하여, 기계적으로 바라보는 서양 주류의학의 기존 관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관계론에 기반한 '통생명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생명에 대한, 조금 좁히자면 인간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차원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통생명체라는 개념을 미생물과 인간의 공존, 공진화라는 측면을 중심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전혀 어렵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깊이를 결여하고 있는 책은 아닙니다.  의사라는 전문직으로 삶을 살고 있는 저자가 자기가 속한 세계의 주류적 사고에 의문을 품고, 그것을 성찰하고 반성하면서 병을 앓고 있거나 앓게 될 우리 시대의 사람들에게 알기 쉽고 친절한 언어로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는 따뜻함이 전문성을 가진 용어의 때때로의 전개 속에서도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자기가 속한 세계의 기존 사고와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거기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고 고집하며 성찰 없는 욕망의 실현을 향해서 내달리는 우리 시대의 많은 전문가들에게 작은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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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 저들은 대체 왜 저러는가?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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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렉스와 질투심에 찌든 재승박덕의 서울대 출신 엘리트주의자의 화려한 몰락. 진보의 유시민 김어준이 되고 싶었으나 좌절된 한 경박한 지식인어 참담한 시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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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 - 내 안의 우주
김혜성 지음 / 파라사이언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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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치과의사다.  현대 의료의 일선 현장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일을 하고 그를 통해 밥을 먹고 산다.  현대 의료의 기본 관점은 위생이고 소독이고 박멸이다.  물론 이를 통해 현대 의학은 많은 위대한 성취를 이루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위대한 성취는 그만큼이나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현대 의료가 낳은 위대한 성취의 그늘에서 시작한다.  박멸과 소독의 대상이었던 미생물이 우리 인간의 생명과 생존에 필수적이며 반드시 필요하고 부정할 수 없는 동반자라는 것을 명백해 인식하고 그 미생물들을 '나' '나의 신체' '나의 정신'을 구성하고 있는 나의 일부로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를 한 마디로 "통생명체"라고 명명하고 있다.  포유류로서 혹은 영장류로서 단독으로 존재하는 '나'가 아니라 오랜 진화의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던 미생물과 '함께 하는 나'라는 개념의 통생명체라는 재미있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은 이제 현대 사회의 많은 문제 심지어 여러 질병들에 대해서 사실상 제대로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암과 심장질환, 치매 등 온갖 만성적인 질병들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우울증, 탈진증후군 등 여러 시대의 질병들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무기력은 우리 시대의 증상이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자신에 대한 사유적 반성을 요청하고 있다.

  이 책은 쉽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질병을 이야기하기 전에 건강을 말하고, 건강을 설파하기 전에 좋은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쉽지만 매우 전복적인 사유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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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의 반전 - 몸과 마음의 회복력에 관한 30년 노화 연구 보고서
에릭 B. 라슨.조앤 디클레어 지음, 김혜성 외 옮김 / 파라사이언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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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간다는 것은 아마도 내일이 오늘과 별 다른 차이가 없거나 어쩌면 무언가가 더 악화된 형태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일 지도 모른다.  더욱이 가족적, 사회적 유대가 회복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된 현대 사회에서 늙어감은 외로움의 수렁에 빠지거나 병마에 시달리거나 궁핍해지거나 중의 하나이거나 아니면 그 여럿일 수도 있다.  설혹 본인이 나름의 인생의 지혜를 가지고 있다고 자처하여도 들어줄 자들조차 없는 경우가 태반인 경우가 대부분이 아닌가.

 

에릭 B 라슨과 조안 데클레어가 지은 <나이듦의 반전>은 나이듦 혹은 나이들어가는 자들에 대한 무슨 특별한 교시나 비밀을 담고 있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어느 정도의 교양과 학식을 갖춘 자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만한 내용을 정리해주고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책이다.  하지만 그 설명 방식이 매우 친절하고 부드러우며 동시에 과학적이기도 하다.   저자가 의사이며 미국인으로서 예로 들어지는 것들이 주로 미국적 경험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다소의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현대 의학의 총아가 모여 있는 미국의 경험은 나름의 보편성을 띠고 있다는 면에서 눈감아 줄만한다. 

 

저자는 노인이 되어가는 자의 중요한 덕목으로 크게 능동성, 수용성, 회복력의 강화를 들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여러 임상적 경험 사례를 너무나 깊고 부드럽고 공감하는 태도로 여러 노인들의 경험을 예로 들어 찬찬히 설명하고 있다.  꽤 설득력이 있으며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나이들어 가는 사람이라면 침대 옆이나 자기 눈에 잘 띄이는 곳에 두고 일상의 '노화 지침서'로 삼을 만한 책이다.  하루에 혹은 가끔가다 5분 정도씩 아무 장이나 펴서 읽어도 반드시 도움이 되는 부분이 발견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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