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남- 가와무라 겐키

억남
가와무라 겐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6년 7월

  오랜만에 인터넷에서 구입한 종이책이었다. 그것도 서점에서 책장을 넘겨보지도 않고, 단순히 출판사 서평에 이끌려서... 그리고 번역자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양윤옥님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하도 인상이 강한 소설이라 그런지 읽고 나서 2주가 지났는데도, 아직도 두근거린다. 분명히 소설인데 돈에 관한 명언이나 몇 몇 구절들은 곱씹어 보느라 참 열심히 읽었다.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대한 정답을 찾으러 떠난 여정을 그린 이야기다. 3억엔의 복권 당첨금을 채 써보기도 전에, 친구가 그 돈을 홀랑 들고 사라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남자(가즈오)는 크게 좌절하지도 울분을 토해 내지도 않고, 15년만에 만났던 그 친구(쓰쿠모)의 지난 세월을 함께 보낸 세 사람(도와코, 모모세, 센주)와 이야기를 나누며 쓰쿠모의 비밀과 돈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돈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 표지에는 접시 가득 쌓아올린 지폐를 먹으려고 입을 벌린 남자가 있고, 책 속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이름에는 모두 숫자가 들어간다.
        주인공 가즈오 - 1
        돈과 함께 사라진 친구 쓰쿠모 - 99
        쓰쿠모와 동업한 도와코 - 10
                              모모세 - 100
                              센주 - 1000
        가즈오와 별거 중인 아내 마사코 - 10000

 ...그건 마치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 같다. 티슈밖에 당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평생 티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하와이 여행은 그것이 당첨된다는 것을 명확하게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인간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부자가 될 사람이 부자가 된 이미지를 명확히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p.30,31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자유를 손에 넣을 수는 있다.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 싫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p. 42

 

"왜 가게를 넓히지 않았지요?" 가즈오가 물었다.
"필요 없기 때문이야." 도자기 가게 주인은 대답했다. "그런 건 필요 없고, 지금 이게 가장 잘 팔 수 있는 방법이야."
..."세상은 부자를 존경하고 위인으로서 인식한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의 말이다. 도자기 가게 주인은 그 말이 진리지만 거기에는 '후편'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세상은 부자를 존경하고 위인으로서 인식한다. 하지만 위인이 된 사람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부자'가 되더라도 '위인'은 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오래오래 행복을 누리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p. 173

 

    일확천금으로 행복을 거머쥘 지, 아니면 수많은 억남들의 실패담처럼 비극적이 될 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책을 덮으면서는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왜냐하면 딸아이에게 경품 추첨에 걸린 자전거를 주고 싶었던 가즈오가 되찾은 3억엔으로 처음으로 가진 건, 에메랄드그린색 자전거였으니까. 가즈오가 소중히 여기는 건 가족과의 행복이 아닐까 한다.
  다시 만나길 기약한 쓰쿠모가 가즈오의 곁으로 금방 돌아오면 좋겠다. 그래야 완전한 100이 될 수 있으니까.

 

 

<가와무라 겐키의 억남은 보통의 재테크 서적보다 돈에 대해 많이 그리고 깊이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