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같은 시각.
나도 제주도를 향해 떠났어.
너는 배를 탔고, 나는 비행기를 탔을 뿐.
너와 나의 목적지도, 목적도 같았어.
그 날 볕이 참 좋더라.
수학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 바람, 온도, 습도.
"와~"
내 눈 앞엔 두 줄로 도열한 기나긴 설레임들이라니..
아차!
도착 연락을 해야지?
얼른 핸드폰 전원부터 눌렀어.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뭐지?
재난문잔가?
이 목록 뭐야?
'엄마 엄마 남편 아빠 엄마 남편 아빠 언니 남편 남편 동생 언니 엄마 엄마 엄마 동생..........'
끝도 없네?
겨우 2시간 꺼놓았을 뿐인데? 잉?
"뚜루루루루~~~"
과도한 애정을 느끼며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수자야~ 너 왜 이렇게 연락이 안되는거야?"
엄마였어.
"엄마~ 나 제주도 수학여행온다고 했잖아.
비행기라서 그랬지. 근데 왜?"
"아니 수학여행 간 사람들 다 물에 빠졌다 그러는데
너는 폰 꺼져있지.. 연락이 안되서 너무 놀라서..
여기는 너때매 난리났지."
전화부대에 껴있는 남편 목록을 보니
비행기타는 걸 알고 있던 남편마저
울 엄마 채근에 꽤나 당황했나 싶었어.
하나님아버지를 찾으며
감사를 말하는 엄마를 보며 나는 그저 웃었지
"엄마! 내가 왜 죽어~~!"
죽음은 당연히 내 것이 아닌양 말이지.
그런데 가만..뭐라고?
수학여행 간 사람들이 바다에 빠져?
이건 또 무슨 말이지?
띠링!
수학여행 단톡방.
세월호 참사가 시작된 뉴스가 공유되기 시작했어.
꿈이지?
아니, 꿈이어야 했지.
수학여행 모든 팀은 호텔로 먼저 들어갔어.
짐을 풀기도 전에
2학년 전체가 로비에 모여
TV브라운관 화면만 하나같이 쫓아다니고
있었지.
다들 움직이지 못한 채.
실시간으로 마주 한 세월호 참사.
기울어진 세월호가 바다 속으로 하염없이 침잠하는 것을
여과없이 그대로
우린 함께 보고 있었어.
"와아아~~"
세월호 전원 구조!
실시간 소식에 다 같이 환호하다가.
오보라네?
조용히 부둥켜 안았고,
입을 틀어 막았고,
조용히 울었고,
크게도 울었어.
왜 아무도 구조하지 않는거냐며
소리를 질렀고,
어이없음에 넋이 나갔고,
돕지 못하는 무기력함을 자책했어.
그렇게 304명의 사랑을 잃고 말았지.
나만 가족 품으로 돌아왔고,
너는 가족 품에서 아주 멀어져 버렸어.
여기까지가 2014년, 나의 십육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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