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의 통일이야기
백기완 지음 / 청년사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북쪽은 가난하고 우리는 잘산다. 그런데 통일이 되면 남쪽도 가난해지게 되므로 통일이 싫다.' 요즈음 초등학생들은 통일에 대해 물으면 이렇게 답한다고 한다. 소비자본주의의 축복을 듬뿍 받은 이들에게 가난한 북쪽은 버거워 보인다. 혹시나 통일이 되어서 남쪽도 가난해지는 것이 그들은 두렵다.

지금처럼 소비의 천국에서 맘껏 컴퓨터 게임이나 즐기며 사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애타게 노래하던 기성세대에게 이러한 현실은 어떻게 다가올까? 극한적 이념 대립 속에서도 그들에게 통일은 포기할 수 없는 당위였다. 통일을 경제논리로 바라보는 작금의 현실이 그들은 안타까울 것이다.

이 책은 일생동안 통일운동과 민중운동에 매진해 온 백기완의 저서이다. 천부적인 이야기꾼답게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와 여기저기서 전해 들은 민중들의 이야기를 서술하면서 분단의 아픔을 구체적으로 전달한다. 저자는 분단을 통해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민중들의 비참한 현실을 목격하면서 통일에 대한 열망을 키워 왔다. 누군가가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서슴없이 '내 직업은 통일이요'라고 말할 만큼 저자에게 통일은 일생일대의 숙원이었다. 군사정권의 모진 고문 속에서도,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통일이었다. 도대체 통일이 무엇이기에 그는 평생을 통일운동에 바쳐 왔을까?

첫째, 통일은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다. 일제의 극심한 착취와 수탈 속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뿔로사리처럼 꿋꿋이 일어났다. 1945년의 해방은 마땅히 일본제국주의에 맞서 싸웠던 사람들이 누려야 할 몫이었다. 하지만 해방과 동시에 미국과 소련의 개입으로 한반도는 분단되었고, 남쪽에서는 미국의 비호 아래 친일파들이 여전히 득세했다. 분단을 반대하고 통일을 주장한 애국자들은 오히려 빨갱이로 몰려 죽임을 당했다. 이렇게 분단은 잘못된 역사를 잉태한 원흉이다. 분단의 틀거리를 깨지 않는 한 잘못된 역사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둘째, 통일은 민족의 힘을 한데 모으는 일이다. 분단은 냉전 구도 속에서 남쪽과 북쪽의 끊임없는 대립과 긴장을 양산했다. 대치상태가 지속되면서 양쪽은 군사적으로 만만치 않은 비용과 인력을 허비했다. 또한 민중들의 정당한 요구조차 국가안보라는 명목으로 계속해서 묵살되었다. 그리고 최근의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에서도 보듯이 남쪽은 미국에 대한 종속적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통일은 남쪽의 피눈물과 북쪽의 피눈물이 만나 굽이쳐 모든 군사 장치와 허접쓰레기들을 몽땅 쓸어내는 것이다.

셋째, 통일은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통일이 되려면 우선 남쪽과 북쪽이 한데 합쳐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진정한 통일이라 볼 수 없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전략과 다국적 자본의 횡포가 여전히 지속된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통일일 뿐이다. 빈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현재의 세계질서를 깨뜨리지 않는다면 올바른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저자는 제국주의, 착취주의, 상업주의 문화, 범죄의 세상을 무너뜨리고 모두가 잘 살되 올바로 잘사는 세상, 노나메기 세상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통일이라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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