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02
김규항 김정란 홍세화 진중권 엮음 / 아웃사이더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지금도 내 방 한 구석에는 어릴 때 열심히 수집한 열쇠고리가 수북이 쌓여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열쇠고리를 수집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우표수집하는 친구들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수집하고 싶었을 뿐이다. 다른 그 무엇이 열쇠고리였을 따름이다. 수집을 하다보면 수집 그 자체에 묘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수집한 열쇠고리를 하나씩 만지작거릴 때면 뿌듯한 희열을 느끼곤 했다. 이러한 감정의 바탕에는 남들과 다른 것을 수집한다는 차별성과 꾸준히 수집한 결과물을 바라보며 느끼는 성취감이 깔려있지 않을까?

'아웃사이더'는 나에게 수집욕구를 자극하는 책이다. 왜냐고?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객관적으로 '인물과 사상'이나 '당대비평'보다 내용적으로 나을 것이 없는데도 유독 '아웃사이더'는 책값을 치르고 사게 된다.(다른 잡지들은 서점에서 필요한 부분만 읽는다.) 혹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수집하고 싶기 때문은 아닐까? 이제 겨우 두권이지만 책장에 꽂혀있는 '아웃사이더'를 보면 열쇠고리를 하나씩 만지작거릴 때의 그 기분이 되살아난다.

내가 처음부터 '아웃사이더'를 구입하게 된 것은 순전히 홍세화와 진중권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호는 오히려 최유준의 글과 홍성담의 인터뷰가 나를 사로잡는다. 최유준이 말하는 '열린 음악회'는 '조선일보'와 무척이나 닮았다. '열린 음악회'와 '조선일보', 두 상품 모두 열림의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면서 내부적으로 기득권을 온존시키고 있지 않은가? 두 상품은 한국 사회를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상징물이다.

홍성담의 그림에는 고스란히 그의 경험이 녹아 있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지도 모르겠다. 그의 리얼리즘 정신과 예술혼이 꺾이지 않고 계속해서 우리 시대를 날카롭게 그려내기를 기대해 본다.

'아웃사이더'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김규항의 필체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인터뷰 담당에 국한되기에는 그의 재능이 사장되는 느낌이다. 나는 다른 매체에서 그의 글을 읽으면서 좋은 글이란 풍부하고 다양한 지식을 펼쳐내는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가슴에 담긴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를 위한 여분의 자리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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