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의 독재 - 시사인물사전 9
강준만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하나가 제목처럼 '쾌락의 독재'라는 테마에 부합하는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인물 탐구 인터뷰 기사들이다. 비록 일관성은 떨어지지만 무크지처럼 내용은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현재의 인류 사회는 쾌락의 지배를 받고 있는 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단순한 지배도 아닌 독재를 받고 있을 정도이다. 소비자본주의란 곧 쾌락자본주의이다. 쾌락은 하나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되어 우리의 일상을 철저하게 조종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패션, 영화, 광고, 팝 아트 등의 영역은 쾌락이 사회로 전달되는 통로이며 크리스티앙 디오르, 입 생 로랑, 캘빈 클라인, 스티븐 스필버그, 앤디 워홀 등의 인물은 쾌락을 전파하는 전도사이다. 우리가 패션을 소비하는 행위는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다. 디자인을 고르는 행위는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닌 쾌락에 의한 것이다. 패션은 철저히 쾌락을 관철한다.

영화는 더 이상 예술을 표현하는 수단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산업은 영화예술을 압도한다.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영화를 통해 꿈을 소비하는 것이다. 이제 할리우드 영화의 판단 기준은 철저하게 기술력에 의존한다. 그리고 쾌락은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구현된다. 광고는 쾌락의 집산지이다. 이제 광고는 이미지에 의해 좌우된다. 무엇이 더 자극적이냐에 따라 광고의 성패가 결정된다. 우리도 의식하지 않는 사이 광고는 계속해서 우리의 의식 속에 쾌락의 이미지를 주입한다.

우리는 어느덧 쾌락의 홍수 속에 휩싸여 있다. 쾌락 이데올로기는 이제 우리에게 습속으로 기입된다. 우리의 화두는 온통 '뭐, 재미있는 것 없을까?'이다. 그리고 이러한 재미를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소비행위를 반복해야 한다. 소비자본주의는 이런 방식으로 생명력을 이어간다. 과연 여기서 우리는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강준만의 저서는 보통 텍스트의 깊이가 떨어진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약점을 예리한 컨텍스트로 만회한다. 쾌락 탈출의 우선 전략은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이분법을 배격하는 것이다. 대중문화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는 쾌락 탈출은 요원하다. 마르크스의 변혁이론이 철저한 자본주의의 분석 위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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