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노래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배봉기 지음 / F(에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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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라지지 않는 노래는 이스타 섬의 모아이 석상을 모티브로 삼아 쓰여진 소설이다. 이 책의 저자 배봉기 작가님은 국립대학교의 인류학과 교수로 있는 그분의 친구로부터 받은 기록을 바탕으로 소설의 필요 요소인 허구를 가미하여 이 책을 쓰셨다고 머리말에 나와 있었다. 그 기록은 3인칭으로 쓰여져 있지만 소설의 재미를 위해 1인칭 부족의 족장을 주인공으로 하여 역사적 사실인 기록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나는 학창시절 역사를 좋아했고, 현재도 역사 관련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고, 역사관련 서적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빠져들어 보았다. 이스타 섬의 모아이 석상은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까 늘 궁금했었는데 기록을 토대로 한 소설이라니 더 기대가 되었다.

 이스타섬은 처음에 아주 평화로운 섬이었다. 사냥도 꼭 필요한 것만 했고 나무 열매도 꼭 필요한 것들만 땄다. 부족들은 순수했고 그들의 마음은 따뜻했다. 자연을 느끼고 자연과 함께더불어 살아갔다. 하지만 물고기를 잡으러 갔을때 그들 중 한 명이 뒤쳐져 표류하게 되는데 그때부터 이 섬의 운명은 달라진다. 회색늑대의 배 3대가 그를 발견하고 그는 자신의 섬으로 그들을 안내한다. 그때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넓은 평야에서 살았던 회색늑대의 부족들은 살육, 살인, 싸움이 일상이었고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환경이었다. 회색늑대가 그들간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간신히 선별된 건장한 부족민들과 도망해 나왔는데 중간에 태풍을 만나 모두 잃고 배 3척만 남았다. 그리고 굶주림에 뼈만 남은 그들을 받아주는 이스타 섬의 부족들. 이것이 그들의 불행의 시작이 된다. 단이족과 장이족. 이것은 귀의 길이를 의미한다. 회색늑대가 이끄는 장이족 부족들은 단이족이 배푼 은혜를 피로 값고, 단이족을 노예로 만든다. 노예가 된 단이족들이 반란하지 못하게 원래 그들이 좋아했던 석상을 크게. 아주 크게 만들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완성된 석상을 섬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우뚝 세우기.. 그리고 단이족이 장이족을 두려워 할 수 있도록 석상의 귀를 길게 만들도록 시킨다. 고된 노역에 시달린 단이족, 맞고, 죽임 당하고.. 그러다 서로 증오와 분노가 싸이고 그렇게 그들은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이 계속 서로의 싸움에서의 승리에 따라 바뀌게 되고 섬은 점점 황폐해진다. 그러던 중 장이족과 단이족의 혼혈족도 많이 생겼는데 그들은 항상 노예신분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 혼혈족 중 한명인 '미친소리'(지배계층에 대한 저항을 소리지름으로써 표현하여 생긴 이름)에게 '발과 입이 없는 자'가 다가온다. 사실 그는 말을 할 수 있었는데 석상에 깔려 다리를 잃고 죽은줄 알고 버려진 그는 살아남아 숲에서 살고 있는 자였고 아무도 그를 상대하는 사람이 없어 말을 못하는줄 알았던 거다. 그는 미친소리에게 처음 평화로웠던 이스타 섬을 배경으로 한 역사에서부터 증오가 넘치는 현재의 이스타섬의 역사까지 모두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라고 하고 홀연히 떠나버린다. 그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하기 시작했고 점점 그 노래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 그는 다시 이스타섬을 평화의 섬으로 만든다. 그렇게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던 그들에게 언젠가부터 커다란 이방인의 배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방인들은 선물을 주기도 하고, 총으로 죽이기기도 했고 해서 족장은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이번 이방인들의 배는 쉽사리 섬을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의 말을 할 수 있는 통역역할을 하는 자도 한 명 데리고 왔다. 섬의 젊은이들은 호기심이 많았고 이전 이방인들이 그들의 여자들을 잡아가고 그들의 선조를 죽이는 것을 보지 못했기에 족장의 말을 듣지 않고 이방인들의 꼬임에 넘어가 그만 젊은이들을 구하려는 족장과 함께 1000명 정도 되는 남자들이 이방인의 배에 갖혀 잡혀가고 만다. 그리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페루 연안의 한 섬. 그들은 그곳에서 비료로 쓰일 새 똥을 채취하며 노예로 살다가 전염병에 걸려 죽어나간다. 족장은 부족의 언어와 섬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부족서사시로 구송할 수 있는 두 명의 사제, 그리고 다섯 명의 제자들을 데리고 겨우 섬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폭풍을 만나 모두 죽고 족장은 노예선에 발견되어 팔려가 농장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는 농장주의 아들과 친해져서 그의 언어를 전수하려 하지만 실패했고 그들의 언어와 역사는 영원히 잊혀진다.
 모아이 석상이 세워진 슬픈 배경을 바탕으로 한 장편 소설을 읽는 내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기록에 의하면 그 족장이 도착한 곳은 오클랜드의 한 항구라고 하는데 그땐 서구 열강들이 한창 노예 식민지로 열을 올리던 1860년대 였다고 한다. 그 농장주의 아들이 1910년 3월 18일에 쓰여진 실제 기록자의 말이 책의 뒤편에 실려있다. 그때 이스타섬의 남자들을 모조리 잡지 않아 그들의 노래를 전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남아있었다면 우리는 이제는 기호가 되어버린 그들의 언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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