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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 알렌 박사가 말하는 슬픔 치유 ㅣ 한알의 밀알 39
알렌 휴 콜 주니어 지음, 윤득형 옮김 / 신앙과지성사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좋은 애도
좋은 애도, 나쁜 애도가 있을까?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 마침 귀에 흘러들어오는 부활의 Never
Ending Story 때문이었을까? 내 가슴 저 깊이 저변에 깔린 감정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신학을 시작하기 직전 내 인생에 어이없어 할 때 30년
전에 먼저 하늘나라에 올려보낸 내 남동생이 꿈에 나타났던 일이 생각났다. 작은 뱀들에게 내 몸을 이리저리
물렸는데 다 떼어지고 물린 상처만 남겨졌는데, 남동생이 그랬다. “누나
울지마 괜찮아 … 이제 다 떼어냈어..” 그 말을 건네는
내 남동생은 하얀 반 면티셔츠를 입은 장성한 남자였다. 12살 소년이 아닌 장성하고 성숙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작년에 학교에 언더우드가 사람들이 왔었다. 리차드 언더우드가 말하기를
“선교란…함께 울어주는 것이다. 그게 바로 사랑이다.” 우리 민족은 역사 속에서 참으로 울 일들이
많았다. 나라를 잃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고 힘든 인생 때문에 울고 못난 내 자신 때문에라도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그 울음에 같이 동참해주었다. 슬픔에
같이 곡을 해주었다.
각당복지재단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
회장인 윤득형 박사가 번역한 알렌 휴 콜 주니어 박사의 <Good Mourning>은
본인의 슬픔에 본인 스스로가 그 슬픔에 잘 동참하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슬픔에 동참하는 방식은 알렌 박사의 말처럼 자신의 인생경험이나 사회문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같이
곡을 해주고자 하는 방식에 대한 틀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그 안에 어떤 내용물과 색깔을 채울지는 각자의 몫이라고 부연하고 있다.
알렌 박사는 목회상담 교수로서 인생에서 겪는 상실의 경험을 잘 다루기 위해 학문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지만, 이것을 신학적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예수 그리스도가 슬픔을 겪고 있던 민중의 마음에 같이 동참했던 그 마음을
글로 풀어 쓴 것 진배없다. 즉 목회적인 관점(Shepherding
Perspective)에서 목자가 양을 돌보는 마음, 즉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울 때 같이 울어주는 그 마음을 목회상담학이라는 학문 분과를 통해 설명해주는 것이다. 같이
울어주지 못하는 사람 자신을 위해 울 줄을 모르는 사람은 그 자신을 위해서도 가장 불쌍한 사람이다. 왜냐면
바로 사랑이 뭔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Good
Mourning> “좋은 애도”는 중요하다.
혹시 모르겠다. 상실을 직접 겪어본 사람이 이 책을 읽을 기회를 갖는다면 자신의 특별한 경험에
비추어 ‘어느 누구도 내 상실은 보상받지 못하고 위로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제3자가 말하는 상실감에 대한 애도 방법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저자는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공간을 처음부터 마련해두고 있다. 그러므로 차분히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보라. 상실감을 직접 겪은 사람이든 그러한 상실감을 겪은 사람에게 인내와 시간을 통해 좋은 애도로 방향을 제시해줄
애도상담가든 어느 누구에게도 인생에서 겪는 상실감을 극복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될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의 구성은 총 2부로 나뉘어, 1부에서는 상실의 경험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면서 왜 상실감에 대한 좋은
애도가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한다. 2부에서는 그렇다면 좋은 애도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좋은 애도를 촉진시키는지, 좋은 애도를 위해 신앙과 기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해 준다.
개인적으로 남동생을 잃은 큰 아픔은 30년이 지나도 어제일 같다. 그만큼 인간이 겪는 상실감이 어떤 구체적이고 인위적인 방법에 의해 완전히 극복되고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무엇이 상실감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전략들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실천에 옮겨보기
바란다. 우리 나라 속담에 “시간이 약이다” 라는 말이 있다. 맞다. 모든
일에 그렇듯 상실감도 시간이 최고의 약이다. 여기에 나와있는 방법론은 그 시간의 무게와 잔인함을 버티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줄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