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협의 남쪽
이토 다카미 지음, 최윤정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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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족은 애틋하고 따뜻한 존재다. 허나 늘 아름답게만 기억되는 관계는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내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지만 반면 내 마음 한켠에 묵직하게 자리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존재,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혈연으로 이어진 관계가 바로 가족이다.

『해협의 남쪽』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감을 절묘하게 표현해 낸다는 저자 이토 다카미가 이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족관계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그려낸 소설이다. 고향 홋카이도를 떠나 제 멋대로의 삶을 위해 남쪽 내륙지방으로 훌쩍 가버린 아버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간사이 지방의 여러 도시를 떠돌며 사업에 실패하고 어머니와도 헤어진 뒤 태국으로 간다는 편지 한 장만 달랑 남기고 사라진 아버지. 주인공 히로시는 할아버지의 병환을 계기로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아버지의 모습을 회상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흔적을 뒤쫓는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더듬으며 자신이 그토록 부정하던 아버지와 많이 닮았음을 깨닫는다. 늘 흔들리듯 방황하며 살았던 아버지의 모습은 현재의 자신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히로시는 그런 아버지를 한 인간으로 바라보며 이해하게 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족에 대해 아버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봤다. 그러는 한편 마음이 왠지 쓸쓸하고 무거워졌다. 가족도 가족이지만 우리 사는 인생 자체가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소설 속의 한 구절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살아 있다는 건 불안함을 동반한다. 불안한 인생 속에 정착할 곳을 정해두고 싶은 것은 유약한 인간의 본성이리라.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니 서글픈 것이다.” 불안하고 서글픈 인생, 하지만 이 인생을 함께 헤쳐 나갈 가족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 축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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