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곱창 1인분도 배달되는 세상, 모두가 행복할까? - 인권 ㅣ 질문하는 사회 9
오찬호 지음, 소복이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0년 9월
평점 :

'차별을 차별이 아니라고 하면 모두가 차별받는다' 프롤로그부터
'여러분이 오랫동안 살아갈 세상입니다' 에필로그 사이에
40개의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사회의 여러 가지불의한 힘들을 보여줍니다.
늘 깨어있는 감수성을 지니고 묻고 따져서더 바르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라 말합니다.
책 제목이 좀.. 깁니다.< 곱창 1인분도 배달되는 세상, 모두가 행복할까? 인권 >설거지하며 거실을 할 일 없이 서성이는 듯 보이는 아들에게 "거기~~ 곱창 책 좀 읽어라~~ " 두어 번 말했더니,
"엄마, 곱창이 뭐야~ 인권이구먼!"이라며 수루룩~~~ 책을 넘깁니다. 30분 정도 지나니, 녀석이
"Easy! 좋았어~" 그러며 소파에 안겨 있던 기다란 팔 다리를 허우적거리듯 폅니다.
그렇게 책을 두 번 나눠서 다 읽은 듯합니다.
아이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꼭지를 물어보니,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18. '남의사', '남군', '남기자'란 말을 들어 봤니?
40.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려면?
왜 그러냐 물어보니,
자기가 지금까지 남의사, 남군, 남기자라는 말은 정말 들어 본 적이 없었던 것이 놀라운데, 알려줘서 고맙다고 합니다. 또, 40번 주제로 넘어가서, '생명 연장'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지 못하는 것에 대한 사례가 아이에게 큰 공감을 줬던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혹시나, '존엄한 죽음'이라는 이유로 죽음이 '선택'의 문제가 된다면, 그 뒤로 불러올 생명경시 상황은 생각해 봤어?'라고요. 고려장 이야기도 하며, 사회학자가 된 듯~ 이것저것 따지듯이 대화를 하지만 늘 그렇듯이 뾰족할만한 명철한 결론은 없이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옮깁니다.
아이가~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으로, 배웠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앞으로는 너도 너의 생각이 단단해지면 책을 통해 배우기만 하는 것을 넘어 저자와 비판적 대화를 할 수 있겠지'라며 엄마 욕심을 은근히 드러내 보입니다.
아이와 함께 대화를 해 보려고 저도 책을 읽었습니다. 40개의 이야기들은 읽기에 어렵지 않았습니다. 사건을 풀어보는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명쾌한 논거 덕분에 주장을 따라가기 쉬웠습니다. 대부분의 주제가 사이다 마시듯 통쾌했습니다만, 어느 지점에서는 불편하기도 하고, 반성도 되고,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른데, 이런 표현은 그렇지 않나? 싶은 구간도 있었습니다.
저는 14. 학교가 왜 종교를 강요할까?에 나오는 '2012년 시조새' 소동이라고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조새는 파충류가 조류로 진화했다는 가설을 뒷받침해 주는 동물이라고 나옵니다만, 창조과학회에서 교과서에 '시조새'를 빼달라고 요청을 했던 모양입니다. 음, 저는 과학자도 아니라서 잘 모릅니다만, 불변의 진리를 '법칙'이라고 하지요. 현재 생물들은 멘델 박사의 '유전법칙'을 따른다고 배웠습니다. 다윈이 연구했던 가설인 진화론은 그 가설을 설명해 주고 증거해 줄 화석 자료나 증거들이 충분하지 않음에도 교과서에 실려있습니다. 창조과학이 주장하는 바도 과학 책에 진화론과 함께 비교하며 학생들이 배워 알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이런 희망도 차별이나, 혐오를 넘어 인간이 인지하는 한계를 넘어서 고정관념을 뒤집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덕분에 2012년 사건도 찾아보며 이리저리 사색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책은 단순 명료하게 따끔하게 일러주기를 하는 뉘앙스로 적혀져 있다고 느꼈습니다. 평소 단호박처럼 훈계하듯이 아들에게 말할 때 제 말투와도 닮았나.. 감히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제 아이가 쉽게 읽었나도 싶었습니다. 평소에 아이의 '마음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던 차였는데요. 예를 들면 '훈육의 차원에서 적당한 체벌은 필요하다'라는 식의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제 마음이 일렁였습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누군가의 말도 떠올랐고요. 이렇게까지 생각해야 어떤 작은 폭력이라도 우습게 여기지 않고, 말로 사랑의 대화하는 기술을 연마하게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이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머리가 나쁜 사람들이 화를 잘 내는 것 같아" 아이의 그 말에 저는 깜짝 놀라서 물었죠. 무슨 소리냐고요. 그랬더니,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면 화를 잘 내는 것 같다고요. 마찬가지로 어른도 아이들에게 화를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또는 물리적 처벌을 가할 때가 있습니다. 정말 화를 부르는 아이들의 행동을 뒤집어서 이해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순간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또 교우 간에도 마음이 쿵쾅거리며 화가 나는 시점에서 내 마음을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세팅을 하면, 미움 뒤에 편가르기, 혐오하기, 차별하기로 이어지는 생각의 흐름을 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만, '바른 인권' '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평소 우리의 못 된 언행들은 혹시나 마음속에 조그맣게 심겨져 있는 '차별'에서 흘러나온 것은 아닌지요? 그것을 감지하고 걸러낼 수 있는 민감성을 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테고, 아이와 저는 서로의 파트너가 되어서 훈련을 해 보려고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대로 '오랫동안 살아갈 세상'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작은 실천이라고 여겨집니다.
글 중간중간에 마음교육하는 듯 써 둔 여덟 개의 다짐이 있습니다.
다짐 1. 나는 차별받은 적이 없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짐 2. 놀리는 건 웃기는 게 아니다.
다짐 3. 의도가 없어도 차별이 될 수 있다.
다짐 4. 때론 좋은 말도 나쁜 결과로 이어진다.
다짐 5. 행복은 마음먹기에만 달려 있지 않다.
다짐 6. 나는 어떤 경우에도 폭력에 반대한다.
다짐 7. 인생은 경쟁이 아니다.
다짐 8. 나랑 상관없는 일은 없다.

저자 오찬호 님이 책에 가득히 써 내려간 위 다짐의 근거들이 되는 40개의 글처럼, 우리 아이도 위 다짐을 공유하며, 자기만의 근거들을 모아나가기를 바래봅니다. 또 많은 청소년들이 이 글을 덕분에~ 윤리적인 감수성을 높여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차별이라는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아이가 꺼낸 말을 적어봅니다.
어린이를 보고 비웃지 마라 우리가 지나온 길이니까늙은이를 보고 비웃지 마라 우리가 갈 길이니까
어떤 기자가 쓴 글이라며- 아들은 그를 시인이라고 합니다
<나무를심는사람들의 "곱창1인분도배달되는세상,모두가행복할까?", '우아페' 카페의 서평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