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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날씨만 계속되는 세상은 없어!
제니 재거펠드 지음, 김아영 옮김 / 리듬문고 / 2020년 9월
평점 :
제니 재거펠드 지음 김아영 옮김/ 리듬문고
2020 스웨덴 헤파클룸펜상 수상
책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또는 어디를 펼쳐도 이야기가 막힘없이 펼쳐집니다.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 누군가가 읽는다면, '나 같은 고민하는 사람'이 이 책에도 있구나 하고 재미있다며 읽을 것 같습니다. 내면의 이야기를 담백하고 솔직하게 서술하는 시게의 말솜씨 덕분일 것 같습니다. 또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에게는 꼭,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녀를 두지 않았더라도, 이 시기에 이런 고민하고 있겠구나 하며 이해의 폭을 넓게 해 줄 말랑말랑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주인공 '시게'가 외할머니가 운영하는 '로얄 그랜드 골든 호텔 새드블락카'(할머니가 지은 이름, 꽤 길죠.)에서 총 59개의 이야기를 펼쳐집니다. <D-59 요술작살>로 시작되는 이야기가 중반이 될 때까지 저는 'D-day'가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그래도 물 흐르듯이 책장이 넘어갔습니다
혹시, 좋은 방법 알아요?
사람들이랑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요술 같은 방법이요
엄마에게 묻는 시게
'시게'는 한 쪽 머리로 사시가 있는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이사 오기 전 다녔던 스톡홀름의 학교 친구들 앞에서 "피겨스케이팅"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순간 친구들의 시선을 기억합니다. 그 뒤로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다닙니다. 또 지우개를 먹어봤다고 친구에게 말했던 것이 덫으로 돌아와 외톨이 학교생활을 했던 것이 나옵니다. 외할머니 댁에서 전학을 앞두고 여름방학 기간에 녀석은 지난 일은 곱씹으며, 야외에 나가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대화 주고받기를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침착해야 한다.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애썼다.
멋진 사람들은 딱히 관심이 있는 듯 행동하지 않으니까
마음에 피어오르는 기쁨의 불꽃을 애써 참으며~~~~
내 자신을 너무 드러낸 게 아닐지 겁이 났다.
유노와 함께 카롤리나를 찾으며
또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친구에게 어디까지 자기의 비밀을 말해도 좋을지 가늠하면서,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이 순수한 것도 아니고, 상처로 돌아올 수도 있음에 망설이는 모습을 볼 때에는 '아..... 나도 시게처럼 저런 마음의 변화를 겪었겠구나', 그렇게 어른이 되었겠구나 싶었습니다.
시게에게 일어난 일들은 많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6학년 남자아이가 '사회화'라는 이름으로 애쓰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지구 건너편 북유럽의 사춘기 남자아이와 우리 집 7학년 남자아이의 생활과 다르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어른들의 대화에서 온갖 앞뒤 안 맞는 모순을 찾아내며, 이해하기 위해서 큐브를 맞추듯이 이리저리 생각을 돌려보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예전엔~ 뭐, 그리 멀지도 않은 1년 전만 해도 어른들이 뭐라고 하면, 일언반구도 안 하고 눈만 껌벅이던 제 아들 녀석도 '시게'처럼 이 말이 맞아? 하듯이 눈을 더 크게 치켜뜨는 것이 마치 머릿속 큐브가 정신없이 돌아가는 듯합니다.
책에서 시게는 외할머니에게 큰 위로를 받는 듯 보였습니다. 인기를 얻는 방법을 물어보는 시게에게 담배를 빌려주나, 춤을 잘 춘다거나라고 대답하던 할머니는 시게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반대로 너 스스로 사랑하는 건 어때?
그건 평생 가는 사랑의 시작인데 말이지!
인기를 얻기 위한 방법을 외할머니에게 묻다가 돼 돌아온 말~
시게의 눈으로 묘사되는 관계들은 우리의 삶과 결을 같이 하는 듯합니다.
'엄마'보다는 이름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자유로운 영혼 외할머니와 규칙 없어 보이는 엄마의 삶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딸, 호주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친아빠와 친아빠가 있었다면, 곤란한 삶을 살아내는 방식을 도와주지 않았을 까라며 그리워하는 시게, 그리고 새아빠의 두 자녀, 목소리 큰 여동생과 이제야 말을 배워서 "똥~" "똥~" 거리는 막내와 일자리를 구하려고 애쓰는 엄마, 그리고 동네 기자를 자처하며 자신에게 냉랭한 듯 보이는 동갑내기 여자아이와 그 여자아이의 마당에서 훔쳐 온 정원 난쟁이 인형으로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게 된 시게.
삶에 허우적거리는 듯 보이는 엄마를 바라보는 시게. 시게의 마음에 응답하는 엄마의 태도가 따뜻했습니다. 저도 아이들에게 저런 매너 있고 따듯하고 사랑스러운 태도를 지니고 있었던가?라고 되묻게 되는 대화에서 눈과 마음을 한참이나 세워두었습니다.
엄마에게 황금비 같은 게 내렸으면 좋겠어요.
돈 걱정 안 해도 되게요.
직장을 구하느라 마음이 탄 엄마에게 시게가....
이미, 필요한 모든 황금을 가지고 있단다.
시게의 말에 응답하는 엄마
문학소년이 아닌 우리 집 7학년도 술술 읽어 나갔습니다. 민들레 잎을 삼각형 모양으로 뜯어 먹는 카롤리나 거북이, 냄새 폴폴 풍기며 긁어달라는 아인슈타인 개, 인스타그램 Run away 운영 이야기 및 목소리 큰 여동생마이켄이 좋아하던 'Cars(카)', 무민 등등이 이질감 줄여주는 장치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에서 쏟아지는 대화들이 사춘기 아이를 둔 엄마인 제게도 많은 공감을 불러오기도 하고 위로도 되었습니다. 이 책은 곧 밤마다 툭하면 울고 있다는 사춘기 초입에 서 있는 딸 아이를 둔 엄마에게 갈 예정입니다! 읽는 이 모두에게 공감과 함께 따뜻함을 전해 줄 책입니다. 저는 또 리듬문고의 '청소년 문학 시리즈'를 뒤져봅니다.
슬픔이 나를 집어삼키기 전에(제니 재거펠드), 경계를 넘어(커티스애플바움), 가치 있게 돈을 쓰는 최악의 방법(아른핀콜레루드), 머니게임(에마퀴글리)
<출판사 리듬문고의 "나쁜 날씨만 계속되는 세상은 없어!", 우아페카페의 서평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