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미네르바 > 예수, 그는 누구인가
예수 하버드에 오다 - 1세기 랍비의 지혜가 21세기 우리에게 무엇을 뜻하는가
하비 콕스 지음, 오강남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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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는 누구인가? 어떤 이는 예수를 떠돌아다니는 ‘성인(聖人)’으로, 또 어떤 이는 카리스마를 가진 ‘설교자’로, 종교적으로 고무된 ‘사회 혁명가’로, 그와 반대로 ‘실패한 혁명가’로 묘사하기도 했다. 그를 제거하고 싶은 사람은 혹세무민하는 무당이라고 비하했다. 간디에게 있어서는 비폭력으로 세상을 변혁시킬 삶의 모델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예수는 랍비이고, 전 역사를 통해서 가장 위대한 이야기꾼이라고 한다. 예수는 정답을 건네주는 게 아니라 윤리적 결단을 위해 각자 생각할 수 있는 사고방식을 제시한다고 했다. 그는 모든 랍비처럼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이천 년 전 광장이나 너른 들판에서, 예수는 군중들에게 이 세상에서 정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참 진리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이야기한 것이다.

2000년 전 유대 땅 베들레헴에서 나서, 갈릴리 나사렛이란 빈촌에서 자란 예수의 행적은 성경의 4복음서에서만 기록되어 있다. 그 기록에는 태어났을 때와, 열두 살 때 성전에서 랍비들과 토론하는 장면, 그리고 30세부터 공생애를 시작한 3년 간의 이야기밖에는 없다. 물론 또 다른 외경에는 좀더 나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그래서 누군가는 예수가 인도에 갔다는 말까지 하고 있지만) 정경에는 예수의 생애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기록이 있는 것은 아니다. 33년 간의 짧은 생애를 마치고 떠난 예수... 그 당시 예수를 본 사람은, 혹은 예수의 풍문을 들은 사람은 많아 봤자 수 백 명, 혹은 수 천 명 정도에 이를 것이다. 그러나 200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전 세계 수십 억의 인구(구교와 신교를 포함)가 그를 믿고, 그를 구주라 고백하고 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의 중심 인물이다.

한 때, 난 예수 그 이름만으로 가슴이 뜨거워졌고 행복했었다. 이 분이 있었기에 힘들었던 한 시기를 견뎌낼 수 있었고, 내 삶의 어떤 부분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내 삶의 한 부분을 그분께 드리고 있다. 때론 매너리즘에 빠져 시큰둥하며 형식적인 신앙생활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 심중에 있는 이 분의 자리는 다른 어떤 것에도 넘겨주지 않았다. 3월, 4월 내내 참 많이 힘들고 아팠다. 그래도 내가 힘을 얻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예수, 이분이 나와 함께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픈 내내 난 성경과 함께, 이 책을 읽었다. 500쪽에 이르는 다소 두꺼운 분량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아픔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1980년 대 초 하버드대학교는 학부에 '윤리적 사유'분과를 신설했다.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고 자부하던 하버드대 졸업생들 중에 부정한 거래, 불의한 범법 행위, 환자보다는 돈에 더 관심을 가지는 의사들이나 자기들의 연구자료를 날조하는 과학자들이 많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뒤늦게 윤리적인 문제가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버드생들이 어떤 분야에 있어서는 전문가일지는 모르지만, 윤리적 가치관에 대해서는 아직도 초보생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예수의 윤리적 모범과 가르침에 초점을 맞추어 강의가 시작된다.

처음엔 이 강좌가 얼마나 인기가 있을까 걱정하였지만 해가 갈수록 그 강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방문 교수들, 박사 후 연구원들, 중견외교관들, 언론인들까지 청강할 정도로 인기 있는 강좌가 되었다. 말하자면 이 책은 그 20년 동안 강의한 내용을 정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왜 예수일까? 역사적으로 보면 위대한 인물들도 많다.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도 있을 테고, 성인으로 일컫는 공자나 석가모니도 나올 법한테 왜 윤리 문제에 예수를 거론하는 것일까? 예수의 삶은 한마디로 겸손의 삶이었고 베푸는 삶이었다. 그의 공생애 3년 간의 삶은 하늘 나라의 선포와 더불어, 항상 가난한 자, 병든 자, 소외된 자들과 함께 한 삶이었다. 예수는 유대인이라면 치를 떨며 거부하는 창녀나 세리, 사마리아인에게까지 자비와 사랑을 골고루 베풀었다. 그의 삶은 윤리적 삶의 모델이 되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 책은 예수의 삶에 관한 단편적 이야기를 살펴보면서 그의 삶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예수, 그는 단지 역사적 인물만은 아니다. 현재적 예수를 파악하자는 것이 결국 이 책의 의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예수를 랍비라는 곳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예수의 전체적인 면을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것은 저자가 자유주의 신학자라는 것도 한몫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이 시대 - 복제 생명이나 장기 이식, 대규모 기아나 테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벅찬 윤리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예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그 해답은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될 수도 있겠다. 성경에 좀 문외한인 독자라 하더라도 하버드대에 가서 윤리학 강의를 듣는다는 심정으로 책을 본다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를 마무리하면서 이젠 나에게 질문한다. 예수, 그는 누구인가? 그는 랍비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나의 주님이시다. 베드로처럼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라는 고백을 나도 한다. 그는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참혹한 길을 걸어가신 인류의 구세주이시다.

*이 책을 선물하신 비연님께 감사드린다. 선물을 받자마자 읽기 시작하여 이틀만에 다 읽었지만 리뷰는 너무 늦어졌다. 졸렬한 리뷰로 비연님께 감사한 마음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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