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 - 어느 수의사가 기록한 85일간의 도살장 일기
리나 구스타브손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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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햄이 되기 위해 죽어가는 돼지들의 도축장 일기를 읽고 있자니 손에서 땀이나고 눈에서 자꾸만 눈물이 났어요.
어느 순간 몸이 부르르 떨리곤, ‘나도 비건이 되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더군요.
수의사의 신분으로 식품(도축돈육)의 품질 검역의 일을 한 리사의 일상이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을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더라구요.

‘잠시 보류해뒀던 생명윤리 분야의 연구에 다시 뭔가를 해봐야하나?’하는 뭔가가 스물스물 또 올라오네요.

한편,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이 자꾸 불편했어요.
아픈 돼지,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돼지, 문제가 생길 것 같은 돼지를 식품에서 제외시킬 것이라는 생각은 제 착각이었어요.
오히려 그 녀석들을 최우선으로 처리(도살)하고, 최악의 것(병변, 염증, 상처 부위 등)만 제거하고, 그 외에 문제를 일으킬 만한 것을 수의사의 전문성에 의지해 식품 가능 판정을 허락받는 의외의 프로세스에 놀랐어요.

동물복지, 혹은 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고 하나 마주하기 불편한 진실을 세상에 알린 리나의 용기에 박수와 감사를…

이런 책을 출간해주신 갈매나무출판사에도 감사합니다.

*동물복지, 생명윤리, 환경 등에 관심있는 모든 준들께 추천합니다.

“아…… 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에요. 뭘 하든 다 적응하죠. 스위치를 끌 수 있어야 해요. 안 그러면 못 견뎌요. 돼지들 눈을 절대 들여다보지 말아야 해요. 알죠? 돼지는 사람을 똑바로 쳐다봐요. 아침에 녀석들이 아직 자고 있을 때 옆으로 지나가면 인기척을 느끼고 올려다봐요. 너 누구니? 여기서 뭐하니? 하고 묻는 것처럼…… 외면해야 해요. 난 총 쏠 때는 항상 고개를 돌려요.” -p.213

‘밖에서 해가 진다. 컨테이너 안에 까마귀 한 마리가 앉아 있다. 바닥에 피가 얼어붙었다.’ -p.241

(이 게시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독자의 주관대로 자유롭게 리뷰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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