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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가 된 붉은 산양 ㅣ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29
선스시 지음, 박경숙 옮김 / 보림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보림출판사에서 중국 아동문화 신간이 출간되어 소개해드려요.
유모가 된 붉은 산양
지금까지 몇 권 접했던 중국 아동문화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동물들이 주인공이에요.
책표지도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양은 다 하얀색인줄로만 알았는데 붉은 색이라는 것도 신기했고
게다가 유모라니..
아마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다른 독자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특별히 동물들이 주인공이라서
의인화된 재미있는 동화를 상상했다면 오산!!!

책을 보는데 아들램이 옆에서 기웃기웃하며 재밌겠다며 자기도 읽고 싶다고
다 보고 나서 자기 주라고 했어요.
그런데 이게 왠걸!!!
동물들의 처절한 약육강식의 세계는 물론,
피 튀기고 선혈이 낭자한 끔찍하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라
이제 8살된 아들램이 충격이라도 받을까 주기가 망설여지더라구요.
아들아.. 4 ~ 5년만 더 기다렸다가 보자..;;;
이 책은 책 제목이 된 '유모가 된 붉은 산양'
'쿠차이'
'결함'
'상모의 꿈'
이렇게 네 가지 이야기가 나와요.
모두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로
어느 이야기 하나 빠져들지 않고 볼 수가 없던지라
책을 손에 잡은지 세 번만에 다 읽어내려갔네요.
새끼를 낳다가 죽은 암컷 늑대를 대신할 붉은 산양 유모를 끌고 온 늑대,
그 붉은 산양 유모인 첸루얼의 시각에서 쓰여진
'유모가 된 붉은 산양'
양의 성품일지라도 가르치고 다듬으면 늑대처럼 용감하고
위험 상황에서도 자신의 새끼를 버리고 혼자 도망가는 남편같은 일은 벌이지 않도록
수컷 새끼를 길러보지만
늑대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어미인 자신을 치고 먼저 달아나는 자식을 보았을 때..
승냥이들의 총알받이인 쿠차이로
자신을 길러 준 어미를 정했을 때의 복잡한 심리와 전개
그 우두머리인 쒀퉈의 시각에서 쓰여진
'쿠차이'
아무리 제일 늙은 승냥이를 총알받이로 하는 것이
약육강식, 효율적인 면에서 유리하다지만
자신의 몸 다치는 것 아랑곳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 키운 어미를 쿠차이로 정하기란..
어느 강 어느 목에 속하는지 알 수 없는 초식 파충류,
몸의 어느 부분 하나 무기로도 쓸 수 없고 속수무책 당하기만 하는 징의 시각에서 쓰여진
'결함'
육식 공룡처럼 날카로운 이빨이나 발톱도 없고
눈에 잘 띄는 오색의 털과 연골같은 두 어깨가 불만이었지만
위험 상황에서 서로를 구하거나 방어하지 않고 재빨리 도망가기를 바라며
냉정하고 엄하게 새끼들을 키워보지만 실패하고
본성은 거스를 수 없는 건지..
양귀비 꽃을 사이에 두고 수컷 코끼리들이 전쟁을 하여 전멸,
암컷 코끼리인 모완의 시각에서 쓰여진
'상모의 꿈'
다시는 그런 뼈아픈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상모가 된 모완은
새끼 수컷들에게 전쟁놀이도 자제시키며 무리를 이끌어가지만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양귀비 꽃을 사이에 두고 전쟁을 펼치고 있는 새끼 수컷들..
이 네 가지 이야기 모두
동물의 본성과 모성애에 관한 갈등과 고민을 말하고 있기에
이야기의 전개가 흥미진진했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생각지도 못한 흐름이 재미를 더할 수 밖에 없었어요.
냉혹하고 현실적인 진짜 이야기이지만
결말은 모두 희망적이고 꿈을 꾸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아동 문학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지요.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결말이 이루어지는지는
책을 통해 확인하시면 더 재미있으실 거에요.

냉혹한 현실 세계와 피 튀기는 잔인한 묘사를 소개하자면..
피범벅이 된 엄마의 얼굴은 두피 절반이 멧돼지에게 물려
회백색의 두개골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엄마의 앞발톱이 어미 멧돼지의 왼쪽 눈을 찔러
유리구슬같이 커다란 눈알이 허공에서 덜렁대고 있었다.
...
갑자기 어미 멧돼지가 엄마의 배에 송곳니를 찔러 넣고 미친 듯이 흔들어 대자,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엄마의 배에 구멍이 뚫리더니 창자가 바닥으로 쏟아졌다.
...

본성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심리 묘사 부분도 소개하자면..
'이건 자식을 가진 엄마의 생각이라 할 수 없어,
집단의 이익이니 안정과 단결, 영원한 평화는 모두 피상적이고 허무맹랑한 것들일 뿐,
금쪽같은 자식의 생명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야.'
자얼방과 자얼망이 다시 분열하고,
코끼리들이 다시 서로 증오하며 둘로 나눠지는 것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체 그저 낭떠러지에 서서 지는 해를 구경한다면
자얼망 코끼리들은 분명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
피 튀기고 잔인한 현실을 묘사하는 것도 과히 압도적이었고
본성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심리 묘사도 실감나는
보기 드문 아동 문학 작품이 아니었나 싶네요.
정말 훌륭하지 않습니까?
이 책의 작가님은 주로 동물들을 소재로한 작품을 발표하셨다고 하니
앞으로 또 어떤 동물을 소재로 작품을 발표하실지 기대되네요.
정말 리얼 버라이어티 동물의 세계!
산양과 늑대, 승냥이, 공자새(중국의 시조새), 코끼리가 펼치는
동물들의 현실적인 생태 이야기!
이보다 철저하게 동물들의 삶과 본성을 묘사할 순 없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찾는 이야기!
'유모가 된 붉은 산양'
참 흥미진진했고 확 몰입되어 뒷 이야기 흐름이 궁금했던 책!
그래도 끝까지 희망을 노래하는 책!
신선한 충격의 책!
저는 이 책을 당연히 강추드려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