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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빅토리아 턴불 지음, 김영선 옮김 / 보림 / 2017년 9월
평점 :

보림출판사에서 멋스럽고 고급진 책이 출간되어 소개해드려요.
판도라
우리가 알고 있는 판도라와는 달리 책표지 그림에는
여우와 새 한 마리, 잡동사니들밖에 보이지 않아요.
비닐패킹되어 있는 이 책은
무려 실크로 덮여진 책이라 빛을 받으니 더 반짝반짝거려서
마음을 사로잡아요.
보들보들해서 자꾸 만지고 싶어지는 책이랄까요?ㅋ
그럼 지금부터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살짝 소개해드릴께요~

판도라는 혼자 살았어요.
망가진 물건들이 잔뜩 쌓인 곳에서요.

이 주인공 여우의 이름이 판도라였군요.
그런데 망가진 물건들이 잔뜩 쌓인 곳에서 혼자 살다니..
어딘가 이상한 친구일까요?
뉴스나 다큐 프로에서 본 쓰레기더미에서 혼자 사는 그런?
...

판도라는 사람들이 버린 물건들로 멋진 집을 지었어요.
하지만 찾아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요.
판도라가 지은 집은 꽤 그럴싸해보여요.
마치 비밀기지같기도 하고 멋스럽기도 해요.
비록 버린 물건들로 지었을지라도요.
그런데 찾아오는 이가 아무도 없다니
많이 외로울 것 같아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어울려 살지 않으면 행복을 느낄 수 없는데
판도라도 그렇지 않을까요?


판도라는 물건들을 모으고 고치면서 지냈어요.
버려지고 잊힌 물건들이 판도라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났지요.
그러던 어느 날......
곰인형을 고치고 나서 인형을 바라보는 판도라의 눈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져요^^

혼자 버려지고 잊힌 물건들을 고치며 지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무언가 툭 떨어졌어요.

새같은데..
진짜 새일까요? 아님 장난감?
아들램은 진짜 새라고 하고 저는 장난감같기도 했어요.
진짜 새라면 저렇게 떨어지면 죽을 것 같았거든요.;;;

어딘가 망가진 게 틀림없었지만
판도라는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몰랐어요.
판도라는 포근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밤새 지켜 주었어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살아있는 진짜 새였나봐요.
판도라의 정성을 알고 살아났으면 좋겠는데말이에요.


판도라에게 찾아온 손님은 처음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어요.
하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튼튼해졌어요.
이 파란 새도 판도라의 정성을 알았는지
점점 기력을 회복해 건강해졌네요^^
이제 판도라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미소지어졌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저는 이 장면이 이렇게도 느껴졌어요.
우리에게 찾아온 연약하고 우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는
아기라는 생각?
처음에는 힘도 없이 울기만 하고 누워만 있다가
힘을 길러 아장아장 걷기도 하고
빠르게 달리기도 하고말이에요^^
그러다가 성인이 되어 우리보다 힘이 세지고 건강해지고..
어떠신가요?
딱 들어맞지 않나요?
ㅋㅋ


하지만 멀리멀리 날아갈 때면
먼 곳의 선물을 입에 물고
늘 돌아왔어요.
새의 입에 물린 선물들이 보이시나요?
새싹일 수도 있고 여문 꽃씨일 수도 있고요.
판도라가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열어버린 상자 안에는
'희망'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 선물들이 혹 희망은 아닐까요?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손님이 돌아오지 않았어요.

이 작은 손님은 어디로 간 걸까요?
이제 다시 판도라는 혼자가 된 걸까요?
ㅠㅠ
판도라는 다시 혼자가 되었어요.
가슴이 고장 난 것만 같았지요.
다시 혼자가 된 판도라는 전보다 더 외롭고 힘들었을 것 같아요.
우리가 왜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들 하잖아요.
침대에 누워만 있는 가슴 아픈 판도라..
이대로 괜찮을까요?
저는 이 장면이 또 이렇게도 느껴졌어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사랑하는 이를 만났지만
헤어짐으로 아파하는 연인들 이야기는 아닐까하고 말이에요.
그와 혹은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면서
마음에 총 맞은 것처럼 아파하고 있는 이들을 말이에요.


그런데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잿빛이던 세상이
차츰차츰 환해졌어요.
판도라의 몸짓, 표정 변화가 보이시나요?
뒤돌아 엎드려 있다가 조금씩 고개 내밀고 상자 속 희망을 보았어요.
파란 새가 선물로 물고 왔던 것들이
점차 싹을 틔우고 풍성하게 자라고 있어요.

온 땅이 새롭게 태어나는 것 같은 멋진 장면은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바래요^.~
그리고 또 한 가지!!!
과연 그 파란 새는 돌아왔을까요?
ㅎㅎ

한 두 줄 짜리 그림책인데
이렇게 감동을 줄 줄이야~~~
이 책은 그림이 참 많은 것을 말해주는
진정한 그림책이에요.
그렇담 아들램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판도라 너 친구 생겼구나.
난 친구는 있는데 형제가 없어.
친구란 같이 사는 것도 아니야.
그 식물 하나로 온 세상이 발전했나?
그런데 너 왜 혼자였어?
넌 친구가 생겼으니 이제 혼자가 아니야.
쓰레기 더미가 땅이 되었으니 쓰레기 냄새도 안나고
니 손에 닿는 건 모두 새거된다면
나한테 팽이 만들어주라
응?
라고 썼네요.
ㅋㅋㅋ
맙소사!
아들램은 판도라가 잡동사니 쓰레기들로
물건을 새롭게 만드는 게 신기했나봐요.
친구도 생겼으니 이제 혼자 아니고
자기한테 팽이 하나만 만들어주라고..;;;

아들램의 생각은 어디로 튈지 정말 모르겠네요..
맙!!! 소!!! 사!!!
그래도 판도라에게도 희망이 생기고
그 희망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여
세상이 바뀌는 모습은 파악했으니..
라고 위안삼을래요^^;;;

그런데 잠깐!!!
아들램은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를 모르는 듯 했어요.
물어보니 역시나 모르..;;;
저희 집에는 이 이야기가 없지만
요즘 한창 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에 빠져 있는 아들램에게 보여주러
도서관 찬스를!!!
도서관이 추석 연휴로 문을 닫아
대출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네요ㅠㅠ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의 편에 서 불을 선물하자
화가 난 제우스가 산 봉우리에 결박되어 독수리에게 간을 갉아먹히는 벌을 받고
제우스의 명령으로 헤파이스토스가 흙으로 최초의 여자를 만들었으니
그녀가 바로 판도라!
신들의 사자인 헤르메스가 판도라를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 앞으로 데려가고
형으로부터 제우스가 보내는 선물은 절대 받지 말라고 했지만
판도라를 아내로 맞고
판도라는 제우스가 절대 열어 보지 말라고 했던 상자(항아리)를 열면서
그 안에 담겨 있던 질병, 분노, 늙음, 죽음.. 등이 빠져 나왔다는..
그렇지만 그 안에 희망도 있었다는..


이 책은 판도라의 상자가 아니라 판도라의 항아리!!!
상자가 맞는지 항아리가 맞는지 찾아보니
원래는 판도라의 항아리였는데
르네상스 시대 이후로 상자로 바뀐 것 같다고 하네요.
고대 그리스에서 식품 보존을 위해 사용되었던
피토스라는 종류의 항아리에 온갖 재앙이 봉인되어 있다고 하네요.
(by 네이* 검색)


두 권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
알아보기 쉽도록 정리해보았어요^^
워낙 그리스로마 신화 신들의 이름이 어렵기도 하고 헷갈리기도 했는데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이제 한 눈에 알 것 같았네요.

그리고 주인공 판도라와 관련해서
책 내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이해가 되는 것 같네요^^

주인공 여우의 이름이 공교롭게도 '판도라'
그는 정말 그리스로마신화에서처럼
상자를 열지 말았어야했을까요?
판도라는 상자에 온 마음을 뺏겨 어쩌면 상자가 그의 전부였을지도 몰라요.
상자를 열어 보지 않았더라면
그 안에 희망의 씨앗이 들어있었는지도 몰랐겠지요.
이야기의 바탕은 그리스로마 신화의 판도라에서 가져왔을지 모르지만
이 책은 그보다 더 많은 의미를 품고 있는 것 같아요.
작디작고 연약한 아기를 키우는 마음같기도 하고
사랑하는 연인의 마음같기도 하고말이에요.
열심히 정성을 다해 보살펴서 키운 내 아이가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나의 곁을 멀리멀리 떨어져 산다면?
그게 바로 판도라가 느꼈을 아픔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 아이는 결혼 후에도 종종 찾아와 안부를 묻곤하지만
우리는 아기라는 씨앗을
희망으로 삼아 키운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오히려 그리스로마 신화의 판도라보다
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도록
현대적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아닌가싶었네요^^

실크로 덮여진 책표지를 열면
부드럽고 은은한 색채를 담은
판도라와 파란 새의 가슴 절절한 이야기가 펼쳐져요.
혹 이 책 자체도 판도라의 상자는 아니었을까요?ㅋ

버려지고 잊혀진 물건들을 고쳐 지은 집에서
혼자 살던 판도라에게
어느 날, 하늘에서 툭 떨어진 파란 새 한마리!
친절히 돌보는 판도라의 마음!!
새가 물고 오는 희망의 씨앗!!!
파란 새가 떠나면서 받게 되는 고통, 슬픔은
상자를 연 판도라의 몫이었지만
그 안에는 희망이라는 씨앗이 있었다는 것!!!
희망이 가져오는 생명력과 변화가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책!!!
'판도라'

비록 판도라는 별 것 아닌 잡동사니들 가운데 살고 있지만
그가 보여준 따뜻한 보살핌과 친절은
희망의 씨앗을 불러와 세상을 변화시키지요.
작지만 위대한 희망!!!
그건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네요.^^

실크로 덮여진 너무나도 보들보들 고급지고 멋진 책!!!
이 판도라의 책을 열면
작지만 위대한 희망을 볼 수 있어요^^

어쩌면 판도라네 집의 잡동사니들이
우리의 복잡한 내면은 아니었을까요?
힘들고 지치고 외로울지라도
내게 내미는 작은 손길 하나만 있다면
이 세상은 살만한 세상이 되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리스로마 신화의 판도라의 상자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어요.
가슴 뭉클하게 책을 읽고
연계하여 진짜 그리스로마 신화의 판도라 상자 책도 읽어보고
알아보기 쉽게 정리도 해보고
생각도 나누어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네요^^
저는 당연히 이 책을 강추드려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