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
사샤 스타니시치 지음,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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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작품성 있는 책을 한 권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은행나무 출판사의 '출신'




작년에 읽은 책 중 기억에 남는 좋은 책이었던 '방랑자들'


타출판사의 책이었지만


2018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대표작이라고 해서


호기심에 읽었었는데


글의 구성과 문체가 다소 어렵긴했지만 좋았거든요.


그 책을 읽고 다음 책으로 찾아보던 책이


은행나무 출판사의 '태고의 시간들'이었어요.


항상 새로운 책의 세계를 추구하기에


읽었던 작가님보다 새로운 작가님 책을 읽고싶어서


온라인서점에서 이 책을 선택했어요.




그런데 와~~~


책 표지 디자인이 너무 멋있는 거에요.






누가봐도 용으로 보이는 이 책 표지 주인공

'용'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 '출신'일까?


동양에서는

아니 적어도 한국에서는 용이 출세, 등단, 신성시되는 상상 속 동물인데


과연 이 책이 쓰여진 유럽, 독일, 작가님의 고향에서는

어떤 의미의 동물일까?


이 책 뭔가 있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어요.




게다가 빨간 띠지에


그해 단 한 권의 책에 수여되는


최고의 문학상 '독일도서상' 2019 수상작



독일문화권 아시아 4개국 소셜 번역 프로젝트 선정작



이라고 쓰여 있으니 어찌 기대감이 상승하지 않을 수가요.







책 표지 용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작가님 성함을 가슴에 품고 승천하고 있는 듯한 형상의 용은


그 몸이 마치 꽃처럼 흩어지듯이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했어요.



멀리 산이 보이고 그 산으로 가는 다리 혹은 기찻길이 보이고


여권에 찍힐만한 한 국가의 도장이 보이고


청년으로 보이는 듯한 빨간 조끼를 입은 한 사람이 두 팔 벌려 달려가고


스프링 노트에 글을 쓰고 있는 손


아마도 이 모든 것들의 이야기가 책 안에서 펼쳐질테지요.



책 표지를 걷어내니 하얀색 속 표지가 나오고


그 표지에 또 용이 등장하는데


앞서 보았던 글 쓰는 손이 흩어져 용과 함께 승천하고 있네요.








책 앞날개에는


항상 작가님의 주요 약력


혹은 이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담겨 있어서


놓치지 않고 보는 편이에요.




사샤 스타니시치



1978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소도시 비셰그라드에서 태어났다.


1992년 보스니아 전쟁이 일어나자


무슬림인 어머니와 세르비아계인 아버지와 함께 고향을 탈출해


독일 하이델베르크로 이주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독일어와 독일 문학을 공부했고,


...







독일로 전쟁을 피해 이주한 이주민 작가님은


그해 단 한 권의 책에 수여되는

최고의 문학상인 독일도서상에 어떻게 수상하게 되었을까?


이주민의 작품도 차별하지 않고 시상하는

독일의 문화와 나라 인품에 감탄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얼마나 작품이 좋았기에

이주민의 출신으로도 수상을 할 수 있었던 걸까?




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저 또한 '출신'으로 편견과 아집에 쌓여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졌어요.





책으로 직접 경험은 할 수 없지만


다양한 해외 문학을 접하고 그 안에서 문화를 느끼고 깨달으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힐 수 있어


한국 문학, 한국 작가님의 책 뿐 아니라


이런 해외 문학서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네요.










총 페이지수가 480 페이지나 되서 읽을까 말까 주문할까 말까 망설였지만


어려웠던 '방랑자들'도 완독했다는 뿌듯함에 주문을 하고 완독한 이 시점에서


이 책은 꼭꼭꼭 많은 분들이 읽으셨으면 하는


강추하는 책이 되었어요.



차례 페이지만 4페이지나 할만큼 방대한 내용이지만


짤막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고


소설인 듯하지만 실제 일어난 일이라 수필스러운


실화이지만 작가님의 상상력이 가미된 환상적인 이야기에


전혀 지루하지 않고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어요.



단, 사회, 역사, 국사, 세계사 과목이 싫어서 이과를 선택했던 저로서는


저의 '출신'의 한계로 세계 지리, 역사가 어두워


중간 중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제 탓..



동유럽권 여행을 한 번 다녀왔다고


괜히 읽어보고 싶고 친숙하게 느껴졌던 것은 제 맘..ㅋ










이 책의 시작은 2018년 3월 7일이지만


책 속에서 여러 날짜가 등장하면서 시간은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고 있어요.


친절하게도 장소와 날짜가 앞서 표기되며 이야기가 흘러가기에


헷갈릴 일은 없지만


그런 구성으로 인해


에세이도 아닌데 지금까지의 작가님 모든 일대기를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 책은 단지 '출신'만을 주목해서 읽는다면


이야기를 읽고나서의 완독의 기쁨에


더해지는 것이 별로 없을 거예요.



지금은 없어진 나라의 출신의 가족이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등지고 독일로 이주해서 살았던


이주민으로서의 어쩌면 방랑자로서의 삶과 고난, 역경,

그러나 그 안에서의 또다른 소소한 행복, 성공?



과연 사람들이 말하는 그 '출신'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출신'이라는 것이 나를 정의내려주고 나의 앞날을 예지해줄 수 있는 것인가?


안되면 조상 탓, 잘되면 내 탓?


그런 속담도 떠오르고요.


자신의 '출신'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노력 여부, 의지에 따라 바뀔 수도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출신'인가 아닌가



자신의 고향에서는 엘리트적 삶을 살았지만

그 터전을 떠나면 한낯 이방인에 지나지 않고


자신의 전공과 삶의 방식을 활용하기도 어려운


그게 바로 '출신'이라는 것인가?



나라 떠난 국민은 혹은 잃은 국민은


국가에서 보장해주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하기에 삶의 애환이 녹아져 있는가?


아마 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일제강점기의 우리 조상들의 삶이 어떠했을지 상상해보셨을 거 같아요.


그때 만약 독립하지 못했더라면 자주국가적 삶을 쟁취해내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우리 삶은 또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물론 이 작가님은 태어나고 자란 삶의 터전을 떠나왔기에


단지 우리 땅에서 우리 땅을 지키려는 조상들이 느꼈을

고통과 고난에는 차이가 있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작가님은 책에서 자신은 흔히 이민자들의 차별대우, 고통을 별로 느끼지 못하셨다고 해요.


그것은 자신만의 확고한 의지와 노력으로 독일에 체류허가증을 받고


작가로서의 생업을 이어갈 수 있었기 때문일까?



'출신'이야 어떻든간에 목표가 있고 의지가 있다면


그 '출신'을 뛰어넘어 이뤄낼 수 있는 것인가?


강제추방되지 않기위해 어떻게든 이 땅에서 밥벌이를 할 수 있다고 증명해야


허가증을 발급해주는 것이 그게 '출신'의 이면은 아닐까?



작가님을 학교에 보내고 독일에 정착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작가님의 부모님은 자신이 살아온 엘리트적 삶과는 상관없이


등 한 번 피기 어려운 공간에서 위험하고 힘든 노동을 하셨어요.


오늘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했네요.


정부에서는 이민자들도 기본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재교육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 걱정에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니


독일어를 배우지 못해 결국 구하는 일자리를 보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그 일자리 또한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겪었을 좌절과 패배감은 이민자들이 겪어야 할 설움이었기에


마음 한 쪽 구석이 쎄해졌네요.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분들이


제주도 예멘 난민 사건을 떠올리실 거라 생각해요.


2018년 500명이 넘는 예멘인들이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하면서


우리 사회에 큰 화두를 던진 사건이라고 해요.


국내 치안이 문제되면서 찬반논쟁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네요.


그것이 더 긍정적이든 더 부정적이든간에요.









책에는 작가님 주변의 이웃들, 가족들, 스타니시치 가문의 이야기들이


다양한 에피소드로 작가님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버무려 들려주고 있어요.


심각하고 아프고 고될 줄만 알았던 이민자와 남은 가족들의 이야기에도


어느 누가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재밌게 읽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만나도 말은 안통하겠지만 한 번 만나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처음으로 빵 터지기 시작했던 페이지가 p79









한국인의 대부분의 이름은 세 글자예요.


성이 한 글자, 이름이 보통 두 글자이지요.


성이 두 글자 이상이거나 이름이 두 글자 이상인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보통은 한국인의 대부분의 이름은 세 글자이지요.


아마도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이름에는 악센트 부호가 있나봐요.


생각을 더듬어 보면 대체로 이름은 출신을 나타내는 것 같네요.


나까무라, 아키코, 아라토, 쯔무기


누가 봐도 일본인인거 같지요.


하오란, 쯔위, 하오위, 쯔란


누가 봐도 중국인인 거 같지요.


서양도 마찬가지겠지요.


이렇게 우리는 태어날때부터 이름에 '출신'을 적고 태어나는지도 모르겠네요.


외모도 동양인과 서양인은 확연히 구분되고


대충 생김새를 보면 어느 국적의 사람일지 짐작하는 걸 보면


'출신'이란 그 사람의 역사의 시작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인간은 이미 존재하는, 주어진, 물려받은 상황에서 자기 자신의 역사를 만든다."  p 161


카를 마르크스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




아마도 이 책을 쓴 작가님은 자신을 받아주고 체류하게 해준 이민의 땅 독일을


자신의 역사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살면서 한 번쯤은 '이사'를 합니다.


혹은 '이민'을 갈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전이 일어나거나 전쟁의 땅이 된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일단은 살아야 하니 국경을 넘어 난민, 이민자의 삶을 살게 될까요


아니면


오스코루샤의 친할머니 크리스티나처럼 평생을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전쟁이 얼른 종식되고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도하며 살게 될까요?



작은 나라인데도 그마저도 남북으로 나뉘어 살고 있는 우리는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어 살다가 통일하게 된 독일을 통일의 본보기로 삼기도 합니다.


물론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서 통일의 여부에 찬반이 있겠지만


이 책의 주요 배경지 중 하나인 하이델베르크, 독일하면 떠오르는 것은


저는 무엇보다 '통일의 땅'이에요.



통일되고 나서의 삶이 그 전보다의 삶보다 나을지 그렇지 않을지를 떠나서


가족이란 한 집에 같이 살며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존재인데


그렇지 못하다면 그 고통은 어떠할까요?


명절 때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탈북자의 이야기가 생각이 나네요.


물론 크리스티나 할머니와 비교할 수 없는 마음이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 그리움이라는 것을 안고 사는 것은 비슷하지 않을까요?




전쟁이 끝나고 할머니를 다시 만나러 가는 차 안..


스타니시치 가족들은 어떤 생각으로 그 여정을 함께 했을까요?



또한 고향인 오스코루샤에서의 삶의 조각들을 모으는 단편들은


스타니시치에게 어떤 영향력을 끼쳤을까요?



각 단편들이 모두 의미있게 다가오지만


똬리를 틀고 있는 뿔뱀에 대한 기억은


마음 속 한켠에 남아 있던 '출신'에 대한 이미지는 아니었을까요?


뱀은 용이 될 수 있나요?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낫다


이런 속담도 떠오르네요.


이 또한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용의 꼬리가 나을지 뱀의 머리가 나을지를 선택하는 것이겠지만


용과 뱀은 다르지요.


그게 바로 '출신'이지요.



하지만 용의 꼬리 역할이든 뱀의 머리 역할이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면


운명같은 운발, 재능을 능력과 장점으로 만들어 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규정 이상의 일을 했던 외국인청 담당자의 체류 연장은


작가님을 작가님으로 만든 최선에 대한 선물은 아니었을까요?





체류허가증



작가로서 자립적인 직업 활동, 그리고


이와 관련된 활동의 종료와 함께 소멸됨.   p291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 책은 단순히 '출신'만을 이야기하는 책은 아닌 것 같아요.


'출신'에만 주제를 집중해서 읽으신다면


이 책의 매력을 반만 아신 거라 생각해요.



자신의 '출신'에 대해 정체성과 뿌리를 알기 위해


크리스티나 친할머니를 따라간 여정이었지만


그 친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계셨지요.


할머니의 기억 속에

'출신'과 오스코루샤, 고향, 삶의 터전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친언니 자고르카, 남편 페로를 계속 찾았던 것은


치매로 기억이 왔다갔다하는 가운데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출신'에 대한 염원은 아니었을까요?




저희 친할머니도 현재 치매 증상이 있으셔서


부모님을 비롯한 형제, 가족들이 걱정이 많으신데


명절때 마다 찾아 뵙는데도


항상 가면 너무 오랜만에 왔다고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시더라구요.


부모님도 한 달에 한 번 찾아뵙기 일쑤인데


조부모님은 너무 오래 걸려 찾아뵈었나봐요.


치매로 가끔 아침에 인사를 하고 알아보셨는데도 저녁에 누구냐고 물으시면


뭐라고 해야하는지 난감한데


책 속에서 사샤는 할머니께 적절한 반응으로 대처하는 것을 보고


많이 느끼고 배웠던 시간이었네요.



물론 이 책이 치매가 주된 주제인 책은 아니었지만


책 속에서 독자들이 각자 나름의 시선으로 의미를 찾고 깨닫고 배운다면


그것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요?




기억과 정신이 왔다갔다 할 지라도


자신의 '출신', 그 뿌리와 정체성을 드러내주는 가족은


어느 순간에도 찾아 마음과 정을 나누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요즘 출간되는 책들은 책 제목이 긴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의 제목은 딱 두 글자 '출신'


그 두 글자에 함유되어 있는 상징적 의미와 내포된 메세지는


이 책의 제목으로 넘치지도 모자라지 않게 해준 것 같아요.




이 책의 백미는 마지막 '용의 보물'이라고 생각해요.


그 전에도 물론 앞서 설명드렸던

여러 가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게 하는 책이라 좋았지만


보다 파격적으로 책이 하기 어려운 독자의 결말이라는 부분을 건드려준 건


'출신'을 떠나

'나'로서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한 요즘의 트렌드를 반영한


신개념의 책이 아닌가해서요.



작가님이 정해놓고 독자들은 그의 흐름에 따라 책을 읽고 덮는 것이 아닌


독자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는 결말, 결론이라니


정말 색다르지 않나요?



제가 선택해 따라간 페이지들은 다행히


'용의 보물'을 찾아 모험하는 거였는데


읽고 나서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길도 가보기 위해


호기심에 이리저리 책장을 넘기며 다 탐험해 보았을 거 같네요.



어느 페이지를 선택하던지 그건 독자의 몫!!!


그 선택된 페이지에 결말과 결론도 독자의 몫!!!



아마도 우리는 내 삶이라는 페이지를


그렇게 선택의 순간으로 하나씩 이뤄내고 있는 것 아닐까요?


'출신'이라는 것이 있겠지만


그 바탕에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채색을 하느냐에 따라


지금 여기서부터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


그런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이들 책은 요즘에 이런 구성의 책들이 나오던데


어른 책은 왜 보기 드물까했던 생각이


이 책으로인해 아쉬움을 채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네요.


혹 아이들은 앞으로의 미래가 펼쳐진 삶이기에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 책이 출간되고


어른들은 이미 많이 살아왔기에 선택지가 적어서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해요.


어른들도 제 2의 삶을 즐길 수 있고


제 3의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시대가 되었지요.



작가님은 이민자로서의 제 2의 삶을 독일에서 즐기시고 계신 거 같아요.


자신의 고향에서 그냥 살았더라면 발견하지 못했을 재능이었을 수도 있고


다른 삶의 모습을 그리며 살고 계셨을 수도 있지요.


자신에게 운명처럼 다가 온 '출신'에 자신의 선택지를 더해


우리도 제 2, 제 3의 삶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다 읽고 나니


이제야 책 표지 디자인의 용 그림과 용 그림 안의 상징적인 그림들이 이해가 가요.





동양에서의 용의 의미와 서양에서의 용의 의미,


혹은 유럽, 유고슬라비아, 비셰그라드, 오스코루샤에서의 용의 의미는


차이가 있겠지만


작가님의 상상력과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된 마지막 챕터를 읽고 나면


그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무시무시하고 위협적일 수도 있지만


장검을 꿰 차고 "일제 공격, 드라코"라고 외쳤을 때


용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신화적이고 전설적인 우화를 통해


작가님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는지 알 것 같으니말이에요.





당신의 머리 위로 생생한 날갯짓 소리가 들려올 것 같지 않으신가요?





인간은 이미 존재하는, 주어진, 물려받은 상황에서 자기 자신의 역사를 만든다.  p161



이 책에서 딱 한 문장을 꼽으라면 저는 이 문장을 다시 한 번 꼽고 싶네요.





오늘도 자신의 역사를 만들고 계신 많은 분들을 응원합니다^^








이 책에는 책 표지의 용이 세 번 나오네요.




책 표지의 용의 몸통 부분에 다양한 상징적 의미의 그림들은


이 책의 완성을 의미하고


책 속표지의 하얀색 용의 몸통 부분에는

스프링 노트에 글을 쓰는 손만 나오는데


그것은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한 작가님의 과정인 것 같고


더 넘겨 차례 페이지가 나오기 전에 나오는 용의 몸통 부분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그것은 아무것도 채색되지 않은 순수한 출발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 용의 몸통 부분에 무엇을 채색하고 무엇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각자의 용이 완성되어 가는 것이


바로 '출신' 위에 자기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요?











여담으로..



이 책에 완전히 빠져 있는 저에게 심통난 아들램이


이 책을 쓰레기통에 넣었다지요.


다행히 북커버에 씌워있어서 쓰레기통에 들어갔다왔어도 읽는데는 지장이 없고


쓰레기통에 들어갔다고 그냥 포기하고 버렸다면


진짜 억울했을 너무 너무 괜찮은 좋은 책!!!


작년에 '방랑자들'이 좋았던 책이었다면


올해는 아마 이 책을 꼽게 되지 않을까싶네요.



쓰레기통에 들어갔다고 그냥 포기하는 선택지를 선택하지 않고


얼른 주워 완독하는 선택지를 선택했기에


저는 이 글을 쓰고 있어요.


선택지가 하나 하나 모여 나의 역사가 될 거에요^^




작가님께 작가를 하실 수 있도록 체류허가증을 내주신 외국인청 담당자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 분 덕분에 작가님이 이 책을 쓰시고


저는 작가님 덕분에 이 책을 읽고


즐거움과 깨달음과 행복을 느꼈으니요^^






저는 이 책을 매우매우 강추하는 바입니다.



꼭 읽어보시길요~~~








< 이 포스팅은 인터넷서점 알라딘 적립금으로 구매하여 읽고 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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