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적 사건 - 북핵 문제 정밀 분석
이수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구입 : 2008년 4월 26일 (코엑스몰 반디앤루니스)
독서 : 2008년 5월 4일~5월 5일(새벽 3시 30분)

♤ 한 번 하고 끝날 게 아닌 이상, 나를 등쳐먹었던 상대라도 웃는 낯으로 대하라. 어떻게 하면 ‘예전처럼은 더 이상 안될 것’이라 강한 인상을 심어줄 지 생각하자.

♤ 1994 합의를 어기고 98년 이래 몰래 핵개발을 해온 북한이 잘못한 게 맞으나,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가 문제. 차피 터진 일이니, 도덕성은 둘째 치고, 수습에 들어가야 한다.

♤ 개인 비망록을 있는 그대로 옮겨,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고, 필요한 단어가 빠져 읽기에 불편한 점이 많다. (그러나 내용의 특성상, 교정, 교열을 할 수 없음을 감안해야 한다.)

♤ 개인 발간 문서는 1차 자료로서 귀중하기는 하나, 100% 신뢰해서는 안 된다. 이는 자화자찬과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내용만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수혁 현 국정원 1차장의 글 속에는 ‘3단계 방안(핵폐기 의향표명+초기조치/동결 중 폐기협상/폐기 중 조치)’을 한국이 창안했음을 강조하는데, 이에 대한 타국 수석대표들의 반응은 어떨지 모른다. 김용구 교수가 지적한 바, 미간 문서 속에 본질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는 십 수년을 더 기다려야 자세한 사정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 완벽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라는 약어는 이수혁 대한민국 수석대표가 처음 시작한 말이다. 한-미-일 3자 회동(6자회담 준비회의)에서 이 네 단어를 말하기가 불편하여 CVID로 불렀는데, 그 이후 미국 협상팀이 입에 달고 산 말이 되었고, 가장 북한의 원성을 자아낸 말이 됐다.

♤ 3자회담(북-중-미)부터 3차 6자회담까지의 이야기가 수록되어있는데, 2.13 합의를 이끌어낸 4차 회담, BDA문제가 해결되고 이뤄진 5차회담의 이야기는 프리처드의 [실패한 외교]를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프리처드의 이야기는 외부 관찰에 의한 것으로, 협상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려면 [전환적 사건]에 버금갈만한 6자회담 수석대표의 회고록이 나와야 할 것이다.

♤ 이수혁 전 수석대표(전 독일 대사))는 현재 국가정보원 제 1차장이다. 그가 이 직위에 있으면서, 이 책을 낸 이유가 무엇일까? 다시 말해, 그는 북한 내부 사정에 대하여, 알건 다 알게 된 상태임을 유념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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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외교 - 부시, 네오콘 그리고 북핵 위기
찰스 프리처드 지음, 김연철.서보혁 옮김 / 사계절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 빌어먹을 도덕적 순수성(Moral Clarity)! 골수 기독교도 공화당원들 자위하기엔 좋겠지만, 아주 전세계적으로 피눈물 나게 했구만. 현대판 십자군이야. 말로도 똑같아.

♤ W. 부시가 펼친 대북 정책, 아니 모든 외교 정책의 기저엔, '도덕적 순수성'의 여부에 따른 '신의 심판'을 대리하는 인간이라 자처하는 오만함, 혹은 착각이 깔려있었다고 본다. 이는 그의 성격상 단순함과 '기독교 신앙'의 융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즉, 그는 서로 좋아할 성과를 이끌어내는 '꾼'이 아니었다. 그저 '성경말씀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그냥 목장에서 농사나 지으면서 사람 좋은 아저씨로 사는게 좋았을 터다.

♤ 6자회담은 4개국(한,일,중,러)가 북한의 약속을 감시하고, 보증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 미국은 어떻게든 양자회담을 피하고 싶었으며, 항상 중국을 통해서 얘기하길 원했다. 3자회담도 겨우 이뤄졌고, 나중에 확장된 6자회담은 기껏해야 4개국이 배심원이 되어, 북한을 재판할 미국을 지켜보라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사람이 많으면 많을 수록 의미있는 성과는 나오기 힘들지 않나. 하지만 중국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서 초기에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 W.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은 동북아시아에서 이슈를 제어하고, 이를 이끌어갈 주도권을 중국과 한국, 일본에 빼앗겨버렸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6자회담의 [동북아시아 상설 안보기구화]이며, 이를 통해 목소리를 되찾아와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가 얘기하는 북한 핵관련 각 사례들을 좀 더 깊이, 다른 편의 생각도 아울러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되도록 이 책을 읽기 전에 [김정일, 최후의 도박](후나바시 요이치 저)과 [두 개의 한국](돈 오버도퍼 저)를 먼저 읽어야 할 것이다. 전자는 2000년대의 사건을, 후자는 1994년 핵위기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저자가 인용하는 시기가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정신이 없다. 1994년부터 2006년 10월(9일 북한 핵실험)까지의 북핵관련 주요 사건들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으면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번역의 묘가 이 어지러움을 해소해 줄 수 있으나 이 책은 그 정도의 친절함을 보여주지 않는다.

원문을 '온전히' 옮기는데 치중해서 그런 건지, 영어식 문장이 너무 많고, 번역도 직역에 가까워 술술 익히는 책이 아니다. 이번에도 샤프를 들고 문제되는 부분들을 하나하나 표시했다. 다시 한 번 읽고 정리하여 역자에게 메일로 보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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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의 일본견문록 - 대마도에서 도쿄까지
신유한 지음, 강혜선 옮김 / 이마고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본문은 역자 강혜선 교수님과, 도서출판 이마고에 동시에 발송됐습니다.)



저는 외무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입니다. 전공은 영문학과 외교학이지만, 일본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여러 책을 찾아 읽다보니 전문 연구자, 전공자는 아니지만 ‘딜레탕트’정도의 어쭙잖은 지식은 갖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일 관계사는 임진왜란이나 일본제국주의 시기보다는 ‘조선통신사’가 오고갔던 시기, 양국관계가 우호적이었던 시기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는 편입니다. 이에 [조선선비의 일본 견문록]은 신문 지상에 소개됐을 때 구입을 고려했었고, 어제(4월 26일)에 구입하여 밤을 도와 읽었습니다.

그러나 다 읽고 나니 책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가 없어 자판을 두들깁니다. 두서없으며, 잠을 못자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쓰는 글이라 좀 험한 말투로 책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걸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1. ‘옮긴이의 글’에 대한 불만

  - ‘옮긴이의 글’, 혹은 ‘역자 전-후기’는 원문에 대한 소개와 글만으로는 알 수 없는 배경 설명, 역자의 개인 소회를 담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글의 서두보다는 말미에 붙이는 것이 여운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책의 앞부분에는 중요 인물에 대한 소개(5명 정도)나, 주요 제도(1~2가지 정도), 혹은 시대상황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기본 지식만 제공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책의 서두에 자리한 ‘옮긴이의 글’ 중에서 ‘신유한의 눈으로 본 18세기 초 일본’(16pg) ~ ‘갈등과 우정사이에서-신유한이 만난 일본사람들’(38pg) 까지는 본문의 요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흥미진진함을 자아내는 ‘기행문’의 특성상 없느니만 못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쉽게 풀어 말씀드리자면 ‘이미 앞에서 나온 내용이구나’ 싶어 긴장감이 확 죽어버리는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만약 이 부분이 초고에 들어있었다면 출판기획자는 이 부분을 역자를 설득하여 과감히 삭제했어야 합니다. 그 빈자리 정도면 다른 추가자료를 더 보강할 수 있었을 겁니다.

2. 문화와 외교 전례에 대한 소개가 부족

 - 362pg ‘대마도 태수의 강호저택에서 본 일본 연희’(연회와 혼동 우려가 있어 한자병기를 했어야 합니다.)는 당시 일본의 노(能) 혹은 가부키 및 유흥공연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적절한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는 그저 해괴하고 저속한 ‘극’으로 이 공연을 치부하고 말 것입니다. 당시 신유한의 일본에 대한 몰이해가 현대에도 계속되는 겁니다. 남색(男色)문화도 마찬가지고요.

 - 369pg에 국호와 연호, 흥기를 왜 올려 쓰는 지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이는 조선과 일본 간의 외교 전례 혹은 규정(프로토콜)이었던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후일 일본 메이지 정부가 조선에 보낸 국서에서 이것을 마음대로 바꾸어, 조선이 접수를 거부하는 사례가 있었고 이게 운요호 사건으로 이어진 바 있습니다. 허투루 넘길 부분이 아닙니다.

3. 끝나지 않은 책

 - 398pg 대불사 연회에 참석한 결과 귀국하여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언급이 있는데, 이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유한이 제술관으로 다녀온 1719년 조선통신사에 대한 평가 자료나 후일담이 없습니다. 책이 제공하는 후일 정보는 신유한에 대한 영조의 언급(역자의 글)과 그의 후일 관직 및 여생에 대한 이야기뿐입니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서 검색하여 이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합니다. 게다가 일본에서의 신유한, 혹은 기해사행에 대한 평가 혹은 후세에 전해지는 유물은 일개 독자로서는 해당 1,2차 자료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하여 알 방법이 없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이 책은 시작과 과정은 있는데 결말이 없습니다.

4.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국문학계의’ 사람만을 위한 친절하지 않은 책

 - 역자는 일본어 인명과 지명을 죄다 해당 한자의 우리말 발음으로 고쳐 썼습니다. 그러나 현재 풍신수길, 가등청정, 덕천가강이라는 이름을 보는 즉시 누구라고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대판이라고 하면 이게 오사카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제는 일본어 표기가 친숙하고 이해가 빠릅니다. 만약 국어국문학계의 관행상 이 이름들을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관행이라 해도, 출판 기획자는 역자를 설득해서 이 부분을 일본어식 표기로 바꿨어야 합니다. 이 책은 독자층을 일반 대중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중간에 제공된 시들, 특히 풍속을 묘사한 시들에 원문을 병기해 주었다면 한시(漢詩)에 대한 흥미를 돋우어 좋은 결과를 낳았을 것 같습니다. 이에 더하여 일본인들에게 그네들 옛 문화를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보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정보 역할도 했을 겁니다.

 - 옛글의 번역이 논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문학자의 연구성과가 대중을 위한 책으로 거듭나려고 서둘러 무리하다보니 ‘논문’도 아니고, ‘대중역사서’도 아닌 어중간한 책이 되고 만 것 같습니다.

♤ 오타 : 211pg 이 벼루가 다 달아야 → 닳아야



- 학자의 연구 노고나, 당시 국제 무역으로 번화했던 일본 도시의 묘사, 제 2의 북경 ‘유리창’이 된 일본의 서점, 그리고 출판문화에 대한 소개, 그리고 부당한 전례에 맞선 통신사의 외교대결 등을 알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선 책값이 아깝지 않습니다.

 - 본서의 치장은 고급스럽고 또 보기에도 편하나, 독자에 대한 생각과 배려가 부족하여 아쉽습니다. 따라서 이 책을 출판한 의도, 출판 기획자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역사학, 사회학 등 학제간 고찰이 반드시 필요한 ‘기행문’이 국문학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하여 ‘연구자료’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대중 역사서’의 판매전략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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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취 2017-01-3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감사합니다. 해유록을 좀 더 깊이있게 읽고 싶었는데 참고가 되었습니다^^
 
열가지 외교 이야기 - 중국 외교의 대부 첸치천의 국제정치 비망록
첸치천 지음, 유상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2008.03.05, 도착 당일 완독, 알라딘 주문)

 천지첸 전 중국 외교부 부장은 '중국 외교관'으로서 1989년 [천안문 사태]를 '정치 풍파'로 평가절하한다. 이를 빌미로 서방 진영이 불합리하게 중국에 압력을 가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애썼다고, 눈치를 봤다고 말한다. 결국 유럽이 뒤통수를 맞았다고 한다. 그리고 1991년 걸프전에서 중국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이 제재를 풀었다고 한다. 중국의 당중앙(黨中央)은 기권으로 이에 답했다고 한다.

 제임스 릴리 전 주중대사의 [CIA 비망록], 기 소르망의 [중국이라는 거짓말]을 보고  이상과 같은 천지첸의 천안문 사태에 대한 언급을 읽으면 마치 [라쇼몽(羅生門)]을 보는 듯 할 것이다. 참으로 낯짝이 두껍지 않으면 외교관이 될 수 없나보다 싶었다.

 그들은 먹고 살게만 해주면 인권이 달성됐다고 말한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한 국가 주권이 인권에 우선하며, 간섭하지 말라고 한다. 

 나는 국민을 배부른 돼지로 만들려는 당신네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으며,
 과연 당신네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수도꼭지를 손으로 틀어 막을수 있을지 궁금하다. 
 인터넷 상에서는 새로운 천안문 사태가 벌어지려 한다. 
 차라리 대외 인터넷 접속을 불허하는 것이 나을 테다.

 품격을 찾을 수도, 찾아서도 안되는 곳에 품격을 가미하려 하면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이란 사실을 일깨워준 책이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버려서는 안되는 이유는, 외교관의 말 한마디, 한 단어, 한 토씨에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사실과, 우리 눈에 보이는 현상에는 '여러가지 측면'이 있음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의 후안무치에 더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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