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외교 - 부시, 네오콘 그리고 북핵 위기
찰스 프리처드 지음, 김연철.서보혁 옮김 / 사계절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 빌어먹을 도덕적 순수성(Moral Clarity)! 골수 기독교도 공화당원들 자위하기엔 좋겠지만, 아주 전세계적으로 피눈물 나게 했구만. 현대판 십자군이야. 말로도 똑같아.

♤ W. 부시가 펼친 대북 정책, 아니 모든 외교 정책의 기저엔, '도덕적 순수성'의 여부에 따른 '신의 심판'을 대리하는 인간이라 자처하는 오만함, 혹은 착각이 깔려있었다고 본다. 이는 그의 성격상 단순함과 '기독교 신앙'의 융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즉, 그는 서로 좋아할 성과를 이끌어내는 '꾼'이 아니었다. 그저 '성경말씀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그냥 목장에서 농사나 지으면서 사람 좋은 아저씨로 사는게 좋았을 터다.

♤ 6자회담은 4개국(한,일,중,러)가 북한의 약속을 감시하고, 보증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 미국은 어떻게든 양자회담을 피하고 싶었으며, 항상 중국을 통해서 얘기하길 원했다. 3자회담도 겨우 이뤄졌고, 나중에 확장된 6자회담은 기껏해야 4개국이 배심원이 되어, 북한을 재판할 미국을 지켜보라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사람이 많으면 많을 수록 의미있는 성과는 나오기 힘들지 않나. 하지만 중국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서 초기에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 W.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은 동북아시아에서 이슈를 제어하고, 이를 이끌어갈 주도권을 중국과 한국, 일본에 빼앗겨버렸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6자회담의 [동북아시아 상설 안보기구화]이며, 이를 통해 목소리를 되찾아와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가 얘기하는 북한 핵관련 각 사례들을 좀 더 깊이, 다른 편의 생각도 아울러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되도록 이 책을 읽기 전에 [김정일, 최후의 도박](후나바시 요이치 저)과 [두 개의 한국](돈 오버도퍼 저)를 먼저 읽어야 할 것이다. 전자는 2000년대의 사건을, 후자는 1994년 핵위기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저자가 인용하는 시기가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정신이 없다. 1994년부터 2006년 10월(9일 북한 핵실험)까지의 북핵관련 주요 사건들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으면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번역의 묘가 이 어지러움을 해소해 줄 수 있으나 이 책은 그 정도의 친절함을 보여주지 않는다.

원문을 '온전히' 옮기는데 치중해서 그런 건지, 영어식 문장이 너무 많고, 번역도 직역에 가까워 술술 익히는 책이 아니다. 이번에도 샤프를 들고 문제되는 부분들을 하나하나 표시했다. 다시 한 번 읽고 정리하여 역자에게 메일로 보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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