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확실히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에 휩쓸리길 거부한 것은 내가 그때까지 한 번도 나 자신에게 허락하지 않은 특권이었다. 그때까지의 내 삶은 늘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서술되어져 왔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강하고, 단호하고, 절대적이었다. 내 목소리가 그들의 목소리만큼 강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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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바로 그것에 내 배움이요 교육이었다. 빌려 쓰는 책장에 앉아 나를 버리고 떠난 오빠를 흉내 내면서 모르몬 사상의 한 분파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보낸 그 긴긴 시간들 말이다. 아직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참고 읽어 내는 그 끈기야말로 내가 익힌 기술의 핵심이었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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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밝게 먹으면 운명이 밝아진다.
그러므로 내 인생은 내가 정의한다! - P312

야이 썅년아.
너 거기서 떡값 빼돌리다가 잘린 거 모를 줄 알았냐?
앞으로 거슬리게 행동하면 도둑년이라고 소문날 줄 알아라.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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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그렇게 집을 떠난 대가가 어떤 것이었는지, 오빠가 자신이 향하는 곳을 얼마나 모르는 채로 떠난 것이었는지 내가 이해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렸다. 토니 오빠와 숀 오빠도 산을 떠나긴 했지만 그들은 떠나서도 아버지에게 배운 것을 계속하며 살았다. 트럭을 몰고, 용접을 하고, 폐철 수집을 하면서. 그러나 타일러 오빠는 텅 빈 진공의 공간으로 발을 내디딘 것이었다. 오빠가 왜 그렇게 했는지 나는 알지 못했고, 오빠 자신도 알지 못했다. 오빠는 어떻게 그런 확신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확신이 불확실성이 드리운 어둠을 밝힐 정도로 밝게 타오르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오빠 머릿속에서 울리는 음악, 우리는 듣지 못하는 희망에 찬 멜로디 때문일 것이라고 늘 생각했다. 오빠가 삼각함수 책을 살 때, 그 모든 연필밥을 모을 때 흥얼거렸던 그 비밀의 멜로디 말이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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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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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님의 책을 처음 읽었다. 우선 좀 부끄럽다. 책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막연히 그를 ‘트렌드에 맞는 글을 쓰는 작가‘로 치부했다. 물론 그렇게 글을 쓰는 일도 쉽지는 않다. 하지만 <책, 이게 뭐라고>를 통해 알게 된 장강명 작가님은 내 생각보다 훨씬 열심히 책을 읽고,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일을 고민하고, 진지하게 글을 써나가는 사람이었다.

<책, 이게 뭐라고>는 저자가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떠올린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세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장과 내용 모두 가볍고 명쾌하다.(물론 가볍고 명쾌한 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즐겁게, 후루룩 읽었다. 책에 관한 그의 관점과 생각이 흥미로웠고,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의 뒷이야기는 청취자가 아니어도 재미있었다. 책을 읽는 인간이라면 분명 눈이 번쩍 뜨일 내용이다.

책의 부제는 ‘읽고 쓰는 인간‘이지만, 실상 그는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인간‘이었다. 책 곳곳에서 한국의 출판업이 사실상 ‘셀럽 비즈니스‘가 된 현실에서 그저 읽고 쓰는 인간이고 싶지만 하릴없이 말하고 듣는 인간이기도 해야 하는 현실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고뇌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자세히 보지 않아서였을까, 대중매체에서 본 그의 모습이 천상 말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본 능숙함은 큰 노력에 의한 결과였음을 알게 되었다. 어쩔 수 없는 노력이었을 것이다. 부제는 책의 주제인 동시에 그의 바람일 듯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장강명 작가님의 다른 책을 읽고 싶어졌다. 수차례 언급된 제임스 엘로이의 <블랙 달리아>는 꼭 읽을 것이다.

나는 지금 만44세다. 60대 중반에 내가 가장 뛰어난 작품을 쓰게 된다면, 20년가량 남은 셈이다. 장편소설은 아무리 빨리 써도 1년에 한 편이다. 나는 솔직히 내가 소설가로서 대단히 뛰어난 재능을 타고 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쓰면 쓸수록 나은 작품을 쓸 수 있다고 믿는데, 그렇다면 최대 스무 편쯤 훈련할 기회가 있는 셈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몸이 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을 포기하고, 소설 쓰기에만 매달리지는 못했다. 겁이 났기 때문이다. 인세 수입보다 방송 출현과 강연으로 버는 돈이 훨씬 더 많았다. 이제는 사실 전업 작가라고 할 수도 없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생각만 했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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