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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포인트 그림감상 - 원 포인트로 시작하는 초간단 그림감상
정민영 지음 / 아트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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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포인트 그림 감상은 작품을 구성하는 소재나 요소 중 어느 하나에 집중하여 감상하는 방식이다.
감상 포인트만 잡으면, 작품 전체를 꿸 수 있다.
한 점의 작품에서 모든 요소는 똑같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하나를 중심으로 보면 일이관지 할 수 있다.
또한 원 포인트 그림감상은 '슬로 감상'으로, 수박 겉핥기 식 감상에서 벗어나
깊은 감상을 지향한다. 소재를 좀 더 오래 관찰하고, 그에 따른 마음의 변화를 체크하는 일은
작품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 길이다.
이를 통해 작품을 내 것으로 만들고 세상을 깊이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본문은 전체 4장으로 구성되어 1장은 인간, 2장은 동물을 포함한 자연물, 3장은 인간이 만든
물건들, 4장은 그림과 관련된 요소들이다. 60 점의 그림을 장르와 시대별로 구분하면
서양 회화 17 점, 우리 옛 그림 19 점, 한국 근현대미술 15 점, 그리고 동시대 미술 9 점이다.

2장 中 얼음의 아르카디아, 박성민의 아이스캡슐(캔버스에 유채)
얼핏 보면 사진 같지만, 자세히 살피면 손으로 묘사한 그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눈을 의심케 할 만큼 묘사가 치밀하다. 해당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지만 빼어난 묘사력에만
현혹되어서는 곤란하다. 이 그림은 물질적인 재료에 비물질적인 정신이 더해진 작품이기 때문이다.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물감이라는 재료에 비가시적인 정신세계를 녹여서
영원히 냉동시킨, 조형적인 사유물이 그림이다.
얼음을 모티프로 한 박성민의 그림은 이런 맥락에서 풍성한 상상력을 제공한다.
박성민은 아이스캡슐을 덧없는 시간의 흐름에 저항하는 일종의 상징물로 표현했다.
유한한 생명체인 인간이, 역시 유한한 존재인 채소를 얼음으로 동결시켜 시간의
흐름에 제동을 건 것이다.
얼음은 차가운 성질로 생명의 온기를 보존한다. 박성민의 아이스캡슐이 차갑지만 않은 것은,
생명의 보호나 도자기 같은 직접적인 원인 외에 무의식적인 꿈이 담긴 이상향(아르카디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상향 속에서 사람들은 생의 허무를 잊고 생기를 충전하고자 한다.
아이스캡슐이 돋보이는 까닭은 양면성의 측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얼음은 시간의 흐름에
저항하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녹을 수도 있기 때문에 동결된 상태는 곧 동결되지 않은 상태까지 포함한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동결의 싱싱함에 매혹되는 것이다. 생사가 생명체의 양면이듯 동결과 해동도
얼음의 양면이다. 아이스캡슐은 '사유의 캡슐이다'

해당 도서는 한 작품을 각각 약 4-5페이지 가량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그 페이지 속에서도 서너 개로 단락을 나누어 같은 설명이 무의미하게 길어지지 않게끔
잡아주는 구성을 취한다. 앞서 책에서 발췌해온 박성민의 아이스캡슐에 관한 설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작품에 대한 설명이 꽤나 친절하게 기술되어 있다는 것이 확인 가능하다.
단 4-5페이지 만에 독자들에게 아르카디아에 대한 이야기, 얼음의 양면성,
그와 관련한 작가의 의도와 말까지 알차게 담아낸 것이다.
책을 한 번에 다 읽지 않고, 넉넉하게 하루에 10분씩만 투자해 오랜 기간 걸쳐 읽어도, 60일 동안
매일 미술 작품 한 점 정도는 공부할 수 있게 된다. 미술에 관해 얕게나마 공부해 보고 싶지만
집중력 혹은 시간이 부족하다 싶은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쉽고 간결한 설명임에도 작품의 중요한 포인트는 몽땅 알아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본문의 구성이 적절하여, 한 주제에만 너무 몰두하지 않고
인간과 자연, 동양과 서양 모두를 폭넓게 공부할 수 있다.
창작자의 의도와 작품의 표현 방식,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읽고 나면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좀 더 신중하게 변화한다.
또한 머릿속에 새로 들어온 관점과 지식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 또한 넓힐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작은 미술관에 들어와, 조곤조곤 작품에 대해 알아듣기 쉬운 설명을 듣는 기분이다.
잔잔한 음악을 깔고 책을 읽으면 작품 속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책을 접한 독자들에게 60 점의 작품 중 분명 마음을 이끄는 작품이 한 점쯤은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종이로 된 작은 미술관, 원 포인트 그림 감상을 통해 작품을 접하는 것뿐만 아니라
작품을 폭넓게 이해하고 그 속에 들어가 보는 것까지, 유의미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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