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삼국지 -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과 한국의 활로
권석준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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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때 문과에서 이과로 진로를 바꾼 둘째아이가 2학년 들어서는 컴퓨터학과에서 반도체학과로 지원학과를 바꾸었다. 그때마다 ‘그래???’ 하며 약간의 의아함이 있었는데,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자 저러자 잔소리하면 안 될 것 같아 뒤늦게 책 한 권으로 분위기 파악. 읽어낼 수 있을까 약간 걱정했지만 오일쇼크로 비유하고 시작하니 지금 상황이 아주 쉽게 이해되었다. 반도체가 그렇게까지 중요하다고? 하는 세상물정 모르는 뒤늦은 깨달음도 얻고 ㅋ 소설처럼 쓰진 않았지만 경쟁과 연구개발이 치열하여 진짜 삼국지처럼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물론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용어가 너무 많이 나오지만ㅠ 그런 건 건너뛰고 맥락으로만 읽어보자면… 연구자로든 엔지니어로든 ’직업생활‘이 빡셀 수는 있어도 ’전망‘이 별로인 건 아니라는 판단. 일이 고된 거야 그 길을 택한 본인 선택이니 뭐. 그리고 뭐가 됐든 외국어를 해야겠구나 하는 현실 자각. 언어나 나라의 틀로 생각하면 이 아이들의 미래설계가 너무 좁아지는 걸 느낀다. Z세대가 진정한 글로벌 세대라 하더니, 얘네는 정말 글로벌 세상에 살겠구나. 하나의 리스크가 있다면 정부의 판단력이나 협상력 이런 건데, 그건 투표를 잘해야 할 따름이고 ㅠㅠ 여튼 이제 말리지 않을게. 열심히 해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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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아간다는 믿음 - UN 인권위원의 새로운 인권 이야기
서창록 지음 / 북스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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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권 이야기가 나오는데, 생각 못했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줘서 흥미롭게 읽었다. UN 인권위원이라 시각이 정말 넓고 길게 보게 되는 듯. 여성인권 같은 첨예한 주제도 과거에는 이랬다는 것과 비교해서 보여주니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는 게 실감되기도 한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개인으로서, 여성으로서,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며 많은 것을 느끼며 읽었다. 나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를 같이 생각하자는 것에 끄덕이면서, 나는 어떻더라 돌아보면서.


무엇보다 우리가 미처 신경쓰지 못하는, 그러나 정말 중요한 인권 이슈들을 많이 다루어 신선했다. 신기술이 인권을 어떻게 바꿀지, 환경이 왜 인권 문제인지, 규제가 인권을 증진시키는지 등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데, 어렵게 얘기를 풀어 쓰는 게 아니라 옛날얘기하듯, 에세이처럼 부드럽게 써서 이해가 어렵지 않고 하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다. 아이들도 같이 읽으면 좋겠다 싶은데, 한번 슬쩍 찔러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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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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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농담을 하면 인간은 병들거나 술을 마신다

책 띠지에 있는 문구다. 페북을 돌아다니다, 사람들이 한강의 수상소식을 축하하며 ‘한강과 권여선 소설은 평생 계속 읽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하는 걸 봤다. 그때까지 이 작가를 몰랐던 나의 무지를 탓하며, 마침 나온 신간을 얼른 샀다. 책을 펼치기 전에 띠지의 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술을 찾는 건 인생이 농담을 하기 때문인가, 하긴 흰소리를 가끔 하지, 혼자 구시렁거리면서 펼쳐든 책은, 어우, 과연 사람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십분 이해되게끔 멋있고 기품 있었다. 한강 작가와는 전혀 다른 문체여서 키득대며 읽은 문장도 많은데 읽고 나면 비슷하게 울고 싶어지는 느낌도 이상했고. 특히 첫 편 ‘봄밤’을 읽은 느낌이 많이 이상했다. 예전 학교 다닐 때 많이 읽던 단편은 항상 100m 달리기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기교와 은유가 많아서 나처럼 무딘 사람은 신경을 곤두세우며 읽어야 했는데, 이 글은 다 읽고 났더니 장편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늙고 병든 두 사람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가, 해석할 필요 없이 한순간 가슴에 푹 꽂혔다. 이 짧은 글에 이렇게 묵직한 이야기와 감정을 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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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니까 인도, 지금이라서 훈자
박민우 글.사진 / 플럼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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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박민우의 책은 소설 포함 세 번째다. 내가 읽은 여행기가 5권이 안 될 텐데, 그 기준으로 보면 대단한 애정이다. <1만 시간 동안의 남미>가 내가 살면서 꿈이나 꿀까 하는 먼 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것처럼, 이번 책도 내가 결코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인도와, 있는지도 몰랐던 파키스탄 훈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지난번처럼, 그곳이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특히 훈자.

예전 책에서는 여행길 친구 비중이 제법 됐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혼자 다닌다. 그래서인지 박민우 본연이라 느껴지는 수다와 징징거림이 더 드러나는 것 같다. 혼자 다니는데도 어떻게 저렇게 쓸 에피소드가 많지? 사람들하고 어떻게 저렇게 쉽지 친해지지? 그 지역의 풍광보다 그 지역 사람들과 어울리는 장면이 더 재미있는 것은 여전하다.

쉼없이 징징거리고 투덜대면서도 넉살 좋게 주변 사람들을 웃게 하는 능력도 여전한 것 같다. 아니, 더 강력해졌다고 할까. 처음 얼굴 본 순간부터 혀를 내두르게 했던 놀라운 박민우의 수다와 친화력은 20년 넘는 동안 점점 업그레이드되는 모양이다. 내 기억에 있던 박민우는 매우 도회적인 사람이었는데, 그래서 지저분해지는 것, 불편한 것을 못 견딜 것 같은데, 지금은 도시랑은 영판 상관없는 세상을 누비고 다니니, 나의 감식안이란 이다지도 형편없는 건가. 내 감식안이야 어떻든, 잘사는구나, 싶어서 좋았다. 책날개에 있는 저자소개에는 한 달 30만원으로 생활한다고 했다. 본문은 어쩌면 그 돈으로 충분히 잘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인지도 모른다. 성격으로든 행동으로든 삶의 방식으로든, 어떤 면으로든 흔히 보기 힘든 한국 중년 남자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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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퍼런트 -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으로
문영미 지음, 박세연 옮김 / 살림Biz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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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차별화하라'는 말은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서 정말 딱지가 앉았는지, 무슨 기획서라도 하나 쓰려면 경쟁상품과 비교하며 '뭘로 차별화하지?'라고 누가 지적하지 않아도 스스로 묻게 된다. 그런데 일삼아 읽게 되는 경영서에는 '차별화' 하면 으레 이 책 <디퍼런트>의 한 구절을 읊더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 재미있게 읽은 <나음보다 다름> 책에서도 그렇고, 그래서 늦게나마 구해서 읽어보았다. 

차별화하겠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내 장점을 살리기보다는 상대적 단점을 보완하느라 시간 잡아먹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특색 없이(차별화 안 된) 밋밋한 제품을 세상에 내놓는 것 아니냐는 저자의 신랄한 지적은 이미 다른 데서 접한 내용이지만 여전히 시사점이 컸다. 나 또한 문서에 적는 '차별화 방안'이었단 게 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는 통렬한 반성이 들었던 것이다. 내가 생각한 장점이라는 게, 사실 모든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독보적 장점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일하면서 생각해왔던 차별화 방안이란 실상 이것저것 잡스러운 것으로 떡칠화장을 하고 조명발을 들이대 셀카 한 장 찍어보겠다고 하는 가련한 몸부림 같은 거였던 건지도 모른다. ㅠㅠ

뒤통수를 이만큼 얼얼하게 맞았던 1부가 지나고서는 책이 좀 얌전(?)해졌다는 느낌. 평이해졌다고 할까, 초반의 센세이션에 걸맞은 대안이나 전략을 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는 못해서 조금 아쉬웠다. 그건 어쩌면 내가 이 책이 나오고 너무 늦게 읽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책이 나왔을 당시에는 더 큰 각성이 일었을 테니. 등수로 모든 걸 평가하던 어릴 때는 넘버원이 너무 힘들었고, 그에 비해 온리원은 쉬워 보였다. 넘버원은 그 집단 중 오직 한 명뿐인데, 온리원은 맘만 먹으면 모든 사람이 그렇게 될 수 있으니. 그리고 타고나길 온리원으로 태어난 존재들일 테니. 그런데 요상하게 나이 먹을수록 온리원이 더 힘들다는 걸 느낀다. 문제는 그렇다고 넘버원이 더 쉬워졌다는 것도 아니라는 것 ㅠㅠ 이래저래 생각할 이슈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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