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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X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
엘리자베스 아체베도 지음, 황유원 옮김 / 비룡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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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결부될 때 여성들에 대한 억압은 또 얼마나 강력해지는지. 입 밖으로 나가려는 말들을 믿고 그 말에 힘을 부여하는 시오마라가 좋았다. 시인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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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기억한다 -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베셀 반 데어 콜크 지음, 제효영 옮김, 김현수 감수 / 을유문화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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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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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곽재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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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가의 작법서를 기대했다면 그런 책을 보면 됩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앞부분만 쓰다 관둬버리는, 그럼에도 쓰고 싶은 마음으로 매일이 타들어가는 사람이 뭐라도 끝까지 쓸 수 있도록 솔직하고 성실하게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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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 - 권력에 밀린 한국인의 근본신앙
최준식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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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정서의 심층에는 무교가 있지만 스스로를 타자화해온 한국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좋은 내용인데 저 역시 감정적으로는 백프로 공감합니다만, 주장의 톤과 형식이 아쉽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봐도 나쁘진 않겠지만 학술서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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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 병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리단 지음, 하주원 감수 / 반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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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정병러라는 말이 왜 그렇게 불길했을까.

“당신이 병을 지나치게 아끼면 병은 외려 당신을 무너뜨려 망치게끔 수를 쓸 수도 있다.”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리단, 반비, 2021)

나는 나를 아끼고 싶었던 것이지 병을 아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어디까지까 우울증이고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반응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밤이 되면 당연히 피곤한데도 우울증 때문일 거야 하고는 계속 뭔가를 하는 식.) 그래서 내가 원하는 걸 웬만하면 다 들어주는 해주는 방식으로 나를 아낄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대상이 되는 것이 병인지 나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정병러’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나는 언제든 그 팻말을 가져와 내 앞에 세워놓고 아프니까 이것도 저것도 해줘 라고 요구해올 것이었고, 그때는 정말로 나를 응석받이로 키웠기 때문에 병이 나를 스포일드 차일드로 만드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되게 재수없는 말일 수 있는데, 조력자인 배우자가 나를 이해해줄수록 스스로에 대한 그런 엄격한 태도는 더 커졌다.

또 한 가지는 내가 내 병을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지금 이런 상태이지만 원인도 알고 방법도 알아. 어떻게 할지 알고 있으니 그렇게 하기만 하면 될 거야. 그건 절반은 맞았고 절반은 틀렸다.

왜냐하면 이론적으로는 완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니까 모르는 거였다. 예컨대 우울증인 사람에게 보통 몸을 움직이라고들 조언한다. 나는 이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몸을 움직이는 것인지는 몰랐다. 여성들은 대개 몸을 움직이는 법을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다. 책을 읽다가 갑자기 일어나 몸을 흔들라는 건가. 아니면 당장 밖으로 뛰어나가 운동장을 세 바퀴 돌고 오라는 건가. 아무도 그렇게 구체적인 것까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물론 운동 코칭을 받으면 가능할 수도 있다. 돈을 써서 카톡 같은 메신저로 신체 상태와 운동량에 대해 코치에게 상담할 수 있다. 아니면 운동을 아주 좋아해서 친구들에게 운동 컨설팅 해주기를 좋아하는 지인이 있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자신이 하나하나 몸으로 시험해보는 수밖에 없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마시고 베란다로 나가 문을 열고 심호흡을 할 것. 여기까지 한 사이클로 만들자. 이제는 베란다 호흡까진 저절로 몸이 알아서 하니까 아파트 현관까지만 나가서 심호흡을 하고 오자, 하는 식으로 아주 세밀한 행동계획을 짜는 일이 수반된다는 걸 몰랐다.

이 책의 독자들은 어쩌면 정병러로서 평생을 살아가기 위한 정체성을 정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정병러라는 정체성이 뒤로 물러나야만 할 때도 있다. 사회의 일원으로 나와야 할 때 그렇다. 걱정하지 말자. 이미 형성된 정병러 정체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미약하게나마 정신병이 거기 남아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한. 그러니 일부러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된다. 사라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아니다. 나의 또 다른 정체성과 사이 좋게 공존할 수 있도록 조절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자신이 정병러로 사는 동시에, 정병러 자아 하나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 아닐까. (물론 중증일 경우는 다를 수 있다. 같은 질환이라도 병은 개인마다 다르게 경험된다.)

조심스럽게 덧붙이자면 지금 회복기에 있지만 아직은 직면할 힘이 약해서 감당하기 힘든 분들에게는 발췌독을 권한다. 트리거가 될 만한 부분은 자신의 빠른 판단으로 넘어가고 나중에 읽어도 된다.

생각해보면 약물치료를 결심한 순간, 나의 모든 것을 나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렸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내 발로 약을 먹겠다고 정신과를 찾아갔을 리가 없다.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그래서 그 힘을 지렛대 삼아 일어나면 역설적으로 그때 홀로 설 수 있다. 나중엔 나 같은 애가 타인을 도울 수도 있다. 그러니 혼자서 해결하려고 자신을 괴롭히지 않아도 된다. 방에서 한 걸음만 나오면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잖아.

돌아와 보니 지치지 않고 말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정신병이 침범할 수 없는 반짝이는 지성으로 이 책을 써주신 리단 님과 정병러 동료들에게 너무 너무 고맙다. 정신병이 앗아간 언어가 여기에서 싹트고 있었다.

그러니

살아만 있으십시오. 일단 살아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만 살아 있으세요. 내일도 모레도 일단 오늘만 살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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