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희 공주의 남자친구
배정진 지음, 서동 그림, 페이퍼100 기획 / 세상모든책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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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텔레비젼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좋은 다큐멘터리에 대한 소식을 들을 때, 또는 역사물을 다룬 드라마가 뜰 때등이다.
중학생인 아이가 역사를 공부하며 왕의 계보가 복잡하여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다. 적절하게 극적 효과를 가미한 역사 드라마를 보면서 책을 읽으면 더 잘 이해하게 될터인데... 이 책이 역사 사극 '공주의 남자'의 원전인 <금계필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니 더없이 훌륭한 역사공부가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언제부턴가 조선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항상 애틋함이 강하게 드는 왕이 있는데 다름아닌 단종이다. 어린 나이에 보좌에 올라 감당하기 힘든 정사를 돌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열두살이면 어린애가 아니던가. 어버이를 잃은 슬픔과 통한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하고... 숙부(수양대군)의 야망을 알고 있는 어린 왕이 느꼈을 불안과 두려움이 얼마나 컷을지 짐작도 하기 힘들다. 감히 알 수 있을거 같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계유정난'은 단종의 가장 가까운 충신이었던 김종서를 죽이고 정권을 장악한 사건을 일컸는다. 두려움에 떨며 숙부에게 양위를 권유할 때 어린 왕의 마음은 어땠을까. 불행하게도 그의 딸 세희와 김종서의 아들 차동은 친한 친구 사이다. 나중에 혼인하자는 약속을 할만큼.

김종서가 철퇴에 맞아 죽을 때 가까운 숲에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본 세희와 차동은 큰 충격을 받는다. 어렸지만 조정의 풍랑을 예감한 세희는 차동에게 도망쳐 살아남을것을 강권한다. 

 아버지의 악행을 지켜보며 성장한 세희는 아버지를 믿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살아있을 차동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한다. 얼굴을 꼿꼿이 들고 아버지의 욕심때문에 죽어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간언한다. 세희는 공주라는 신분을 잃고 궁궐에서 쫓겨나 정처없이 떠도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 차동과 재회하게 된다. 

 세조는 평생을 어린 조카를 죽인 죄의식에 시달렸을 것이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죄없이 죽어간 사람들이 무수했으므로... 말년의 그는 젊은시절의 악행들을 후회하고 회복하고자 했으나 이미 지나간 시간들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세희와 차동의 사랑이야기를 참으로 가슴아프게 읽었다. 어린 단종의 두려움과 공포, 슬픔과 한이 여울져왔고, 사육신의 청렴한 공직자로서의 자세가 다시 한 번 존경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아버지를 원망하며 멀리한 세희의 아픔도 느껴져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말년의 세조가 느꼈을 다양한 감정들도 어지간히 이해되어 마음이 아팠다. 권력이 얼마나 무상한 것인지 그가 젊을 때 깨달았더라면... 어린 단종을 도와 훌륭한 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졌다면 우리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픽션이긴 하지만 논픽션같은 느낌도 든다. 아마도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운명적인 사랑앞에 자신들의 상처를 고스란히 내려놓고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었을 차동과 세희가 참으로 위대해 보인다.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건 바로 진심어린 이해와 사랑이라는 새삼스러운 깨달음.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계유정난이나 사육신의 죽음, 이시애의 난등 역사적 사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겠지만, 그만큼 사람으로서의 도리나 정직함이 주는 진정한 삶에 대해 배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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