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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시간 -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 제43회 공식 선정작
델핀 파니크 지음, 이나무 옮김 / 초록서재 / 2025년 3월
평점 :
『전쟁의 시간』은 프랑스 작가 델핀 파니크가 그린 그래픽노블로, 전쟁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유머와 상징, 아이러니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전쟁 서사의 전형적인 구조를 일부러 비껴 가며, 전투 그 자체보다 전시 사회와 일상, 그리고 그 안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중심에 둡니다. 중·고등학교 역사 교사로서 이 책을 접했을 때,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전쟁을 단지 ‘전투’나 ‘승패’로 이해시키기보다는,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통해 접근하고 싶으셨던 선생님들께 이 책은 새로운 도구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쟁의 시간』은 무겁고 어두운 전쟁사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유머와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전합니다. 덕분에 학생들에게 ‘전쟁’이라는 주제를 감정적으로, 또 인간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다.
수업 아이디어로는 먼저 ‘시각 자료를 활용한 역사 수업’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전통적인 글 중심의 교재와 달리, 시각적 요소가 풍부하여 한 장면만으로도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예를 들어, 민간인이 사라진 거리, 식량을 구하려 애쓰는 가족, 임시로 편성된 여성 부대의 모습 등은 한 컷만 보여 주어도 당시 전쟁 상황의 복합성과 긴장감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장면을 수업 시간에 제시하고, 학생들에게 “이 장면에 담긴 역사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 인물의 입장에서 전쟁은 어떤 경험이었을까요?”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사고를 유도하면 의미 있는 토론 수업이 가능합니다.
또한 이 책은 ‘역사 서술의 관점 비교’ 수업에도 적합합니다. 교과서에서 다루는 전쟁 서술과 『전쟁의 시간』이 묘사하는 시각을 비교하여, “누구의 목소리가 빠졌는가?”, “이 장면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어떤 진실을 보여 주는가?”를 질문해 보는 활동도 권장할 만합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역사를 하나의 사실 나열이 아닌, 다양한 관점의 구성물로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이 책에는 젠더, 폭력, 사회 모순과 같은 민감한 주제가 등장하기 때문에 수업 전에 충분한 맥락 설명과 감정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업의 도입 단계에서 “이 책은 전쟁의 고통을 다르게 보여 주려는 시도이며, 특정 입장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속에서 역사적 삶의 다양한 결을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라고 안내한다면 학생들이 보다 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