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과학이 문제일까? - 10대에게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ㅣ 왜 문제일까?
김동광 지음 / 반니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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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사로서 교실에서 근현대사를 가르치다 보면, 과학적 발견이나 기술의 발전을 단순한 연표상의 사건이나 부차적인 배경으로 치부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은 과학이 단순한 지식의 축적을 넘어 인류의 세계관을 어떻게 재편했는지, 그리고 권력 및 자본과 결합하여 역사의 물줄기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근대성(modernity)의 핵심인 과학혁명이 프랑스 혁명만큼이나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의 토대를 닦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역설한다.


이 도서를 통해 얻은 가장 신선한 수업 아이디어는 ‘세계관의 전환을 통한 근대성 이해’이다. 흔히 근대 과학은 이성의 산물로만 여겨지지만, 저자는 16~17세기 과학혁명 이면에 마술적 자연관과 신비주의적 전통(헤르메스주의)이 있었음을 지적한다. 학생들에게 뉴턴이 물리 법칙을 정립한 과학자인 동시에 연금술에 심취했던 ‘최후의 마술사’였다는 사실을 소개한다면, 역사가 지닌 복합성을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질(quality)’의 세계에서 ‘양(quantity)’의 세계로의 이행, 즉 수치화와 측정 기술이 어떻게 부르주아 계급의 성장과 대항해 시대의 경도 측정을 가능케 했는지 설명하는 방식은 거시사와 미시사를 잇는 훌륭한 수업 틀이 된다.


수업에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재로는 ‘전쟁과 과학의 비극적 결합’을 꼽을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가스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고뇌와 ‘유럽 문명의 추락’을 다룬 대목은 현대사 수업의 깊이를 더해주는 강력한 텍스트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중 진행된 ‘맨해튼 프로젝트’와 이를 둘러싼 아인슈타인과 실라르드의 서한, 그리고 전후 오펜하이머의 탄식은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과 핵무기 경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토론하기에 최적의 소재다. 나아가 19세기 우생학이 어떻게 인종차별의 근거가 되었고 나치의 유대인 학살로 이어졌는지 분석한 내용은 인권 교육과 연계하여 활용하기 좋다.


이 외에도 역사 교사들에게 이 책이 주는 특별한 도움은 ‘역사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이다. 저자는 과학이 인류에게 편의와 진보를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환경 오염, 정보 격차(Digital Divide), 백신 아파르트헤이트와 같은 새로운 불평등과 소외를 낳았음을 경고한다. 이는 학생들이 역사를 단선적인 발전의 과정으로만 보지 않고, 하나의 문이 열릴 때 다른 문이 닫히는 ‘역사의 명암’을 성찰하게 이끈다. 또한, 젠더 관점에서 로잘린드 프랭클린과 같이 역사 속에서 지워진 여성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복원하려는 시도는 성 인지 감수성을 갖춘 역사 교육에 큰 영감을 준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과학기술의 역사가 곧 인류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의 역사임을 보여준다. 교사가 먼저 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과거를 해석하는 안목을 갖춘다면, 학생들에게도 과거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공익 과학’과 시민 참여의 중요성을 역동적으로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박제된 지식이 아닌, 현재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살아있는 도구로서 역사를 가르치고자 하는 모든 교사에게 필독을 권할 만한 가이드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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