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 - 세상 끝에서 경이로운 생명들을 만나 열린 나의 세계
나이라 데 그라시아 지음, 제효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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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과학자가 경이로운 존재들과 함께하며 자기 세계를 넓힌 찬란한 성장의 기록”


우리가 매일을 아주 평범하게 살아가는 동안 누군가는 미지의 세계 ‘남극’으로 떠나 오로지 펭귄과 물개를 관찰하는데 1년을 바친다.

혹독한 추위, 사람이라고는 동료뿐인 삭막함, 폭넓지 않은 식재료들,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기 힘든 그런 고립된 환경 속에서 저자는 남극을 관찰하며 여러 감정과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어쩌면 알기 어려웠을 깨달음과 배움을 얻어간다.


“이렇게 모든 고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외딴곳에 생물다양성이 유지되도록 애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펭귄에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는 정확히 무엇일까?”


아주 머나먼 이야기 같으나 이것은 우리 삶에 아주 밀접한 지구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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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행성 지구의 남쪽 생태계는 변화하고 있고, 이 변화를 목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남극에 속한 남극반도는 남극에서 지역별 변화가 가장 크게 일어나는 곳이자 세계에서 지구 온난화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곳이다.”


“학계의 허세와 알쏭달쏭한 과학 용어의 바탕에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소박한 기쁨과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을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욕구가 있다. 나 역시 마음속에 경이로움의 씨앗이 자리를 잡은 건 어린 시절 나무를 타고, 꽃을 유심히 살펴보고, 새들을 관찰할 때였다. 생태계 모니터링 캠프의 일원이 되고 내가 생활하는 주변의 자연을 자세히, 아주 자세히 지켜보는 일을 시작하자 그 씨앗은 움터 무럭무럭 자라났다.”


“해안가 해수면에 얼음층이 형성되지 않으면 바닷물이 태양열을 그대로 흡수해서 그 지역의 온난화가 더 심각해지는 연쇄반응이 순차적으로 일어난다.”


“짙은 구름이 낮게 깔려 고래들과 그리 멀지 않은 수평선을 지워서였을까. 그 순간 내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이 아주 가깝고 친밀하게 느껴졌다. 갈매기와 고래, 펭귄, 그리고 내가 저 뭉실뭉실한 회색빛 담요 아래에서 옹기종기 함께 웅크리고 있는 듯.”


“보고 있으면 마음이 괴로워지는 광경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생명이 있는 곳엔 늘 죽음이 바짝 붙어 있다.”


“내 감정의 에너지는 바닷속 가장 어둡고 깊은 층과 비슷하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깊은 곳을 천천히 흐르는 심해의 차가운 물은 바다의 모든 해류를 끌어당긴다. 해저에서부터 솟아오른 섬들은 늘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그곳까지 다가왔다. 대체로 냉정한 현실에 고립되어 살던 내가 감정에 완전히 사로잡히는 순간과 맞닥뜨렸을 때, 그 순간에 더 깊이 매료되는 것도 그래서인지 모른다. 나는 그런 순간들을 마음에 담아두고 손때 묻은 인형처럼 이리저리 뒤집어본다.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어서 이곳저곳 잡아당겨 보기도 한다. 그런 순간이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파도 속에서 그렇게 펭귄이 보고 느끼는 세상을 함께 보고 느낄 때, 익숙한 경이로움이 밀려오던 순간을 기억한다.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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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남극 연구일지 + 그 과정에서의 저자의 개인적 경험, 감정 등을 담은 책이다.

처음 책의 표지와 제목을 봤을 땐 좀 더 후자의 비율이 높을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남극 관찰일지 같은 느낌이었다. 오로지 연구자의 역할로서 펭귄들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또 관찰한다. 그렇지만 오히려 계절, 시기별로 조사하는 과정과 변화를 읽게 되니 더 흥미롭기도 했고 사이사이 저자의 감정과 표현, 깨달음, 배움이 들어가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고립된 혹독한 환경의 남극에서 집중하여 맡은 바를 해내는 연구자들이 존경스러웠고, 나는 이 오랜 과정을 한 권의 책으로 읽어낼 수 있게 해주셨음에 감사했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읽어낸 듯한 느낌의 책이다. 

차가운 남극, 귀여운 펭귄 이외의 모습을 모두 담은 책,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삶의 감정과 배움을 이야기한 책. 

남극, 펭귄, 환경, 세상을 알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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