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까지 알까 - 2020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정지아 외 지음 / 강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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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에 맞았던 것도, 그렇지 않았던 것도 섞여 있었던 소설집. ‘사람 사는 모습을 그려내려고 노력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정했다고 느꼈던 것 같다.

 

2020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었다. 수상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일단 그러한 맥락을 배제하고 나에게 소설이 어떻게 다가왔는지를 중심으로 나름대로의 평을 해 보려고 한다. 작품의 순서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순서이다.

 

그만두는 사람들

평소 그림엽서 모음집 같이, 이미지로 이어져 있는 소설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 소설도 이미지가 예쁘게 느껴져서 읽으면서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아주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고 불안한 심경을 전달해낸 점이 좋았고, 바다와 스웨덴, 고양이와 식물원의 이미지도 글의 내용과 잘 어우러졌던 것 같다. 구성상 충분히 치밀하지 못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나의 취향에는 아주 잘 맞았던 작품.

 

2. 가정 사정

요새 소설을 볼 때 이미지를 굉장히 중시하는구나, 라는 걸 새삼스레 느끼고 있는데 이 작품도 이미지가 좋았던 것 같다. 좁은 작업실 안에서 옷 수선을 하는 정미의 이미지와 잔뜩 쌓인 종이꽃 부스러기를 치우는 경비원 윤씨의 이미지. 그러면서도 인물의 생각이나 독백 같은 것들이 자연스러워서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정미와 윤씨의 일상의 단면을 바로 옆에서 엿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읽으면서는 몰랐는데 다 읽고 나니 먹먹한 기분이 들었던 소설.

 

3. 우리는 어디까지 알까

사투리를 잘못 사용하면 어색하다고 느끼기 쉬운데, 이 소설의 경우에는 오히려 소설의 맛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했던 것 같다. 매운탕과 소주의 이미지가 뭔가 인물들의 고단한 삶을 대변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다 읽고 나서 칼칼한 매운탕 한 그릇이 먹고 싶어진. 다만 심사평에는 이것이 가부장제를 은근히 돌려 비판한다고 적혀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전혀 그렇게 읽지 않았어서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든다. 고달프게 살아가는 어머니와 나, 기택이의 사람 사는 이야기같다는 생각이 훨씬 컸는데.

 

4. 연수

인물에 대한 개인적 비호감이 소설 전체에 영향을 끼친 케이스인 것 같다. 일단 평생 승승장구해 온 주인공이 유일한 실패 격인 운전에 대해 가지는 일종의 콤플렉스가 충분히 이해가 되었고, 성공에 대한 강박이나 스트레스를 운전에 투영하는 것 같아 안쓰럽기도 했다. 하지만 연수 강사의 캐릭터가 툭툭 내뱉는 결혼에 대한 말 같은 것들이 너무 신경 쓰였다. 저자는 엄마를 알 듯 모를 듯 닮은 강사를 통해 일종의 세대공감 서사를 만들려고 했던 것 같은데, 나의 경우에는 재미있게는 읽었으나 강사의 캐릭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하지도 못해 오히려 반대의 방향으로 읽은 듯.

 

5. 3구역, 1구역

작은 디테일들을 통해 다른 세계의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거부감이나 미묘한 감정들을 잘 드러내 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에 비해 로 표현되는 공인중개사에 대해 주어지는 정보가 적은 탓에 상대적으로 평면적이게 느껴졌던 것 같다. 특이한 2인칭의 시점으로 말을 건네듯 전개하는 방식은 인상 깊었으나, ‘라는 인칭 대명사가 읽는 내내 자꾸 눈에 걸렸다. 친밀하지 않은 사이에 라고 부르는 게 설득력이 없다고 느껴졌던 걸까. 그렇지만 그렇다고 당신도 어감이 좀 이상해서, 딱히 어떻게 바꾸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 같다.

 

6. 영화를 보다가 극장을 사버림

의식의 흐름 기법과 비슷한 서술이라고 느꼈다. 일부러 명료한 문장을 피하고 주인공의 생각을 그대로 옮기려고 노력한 것 같은 기분? 그렇지만 그런 탓에 내용을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읽기에는 조금 불편했던 것 같다. 영화를 보다가 극장을 사버림이라는 제목이 특이해서 끌렸는데, 본문과의 연결 고리가 잘 보이지는 않았다. 꼼꼼히 다시 읽어 보다 보면 무언가 눈에 들어오는 게 있지 않을까.

 

7. 신세이다이 가옥

조금은 추리 소설식의 구성이라고 느꼈는데, 처음부터 모든 사건이 명료하게 드러난 것이 아니라 조금씩 밝혀져 나갔기 때문이다. 길지 않은 분량에 다섯 명도 훨씬 넘는 인물들이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인지 글의 내용이 뇌리에 잘 입력되지 않았던 것 같다. 문장 자체는 매끄러웠지만 감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느낌? 어찌 되었든 나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인상 깊게 다가오지 않은 작품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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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사랑하는 우리는 선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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