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6편으로 구성된 소설집입니다. 책 제목이 시선을 확 끌어서 산 책인데, 생각보다 어렵게 읽었습니다. 글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마음이 괴로워서 한편 한편 천천히 읽게 되더라고요. 6편 모두 지구온난화가 손 쓸 수 없이 심각해져 빙하가 녹아버리고 육지가 바다에 잠긴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생존을 위해 인류는 바다 속으로 들어가 살 수 있는 신인류가 되거나, 바다 위에 배에서 살아가거나, 바다 속 돔 안에 해저 도시를 세우고 아둥바둥 살아갑니다. 돌고래, 상어와 함께 헤엄을 치고 대화를 나누고 유전자 조작으로 인간과 해양 생물을 결합한 신인류가 등장하고 바닷속에서 지낼 수 있도록 진화한 주인공들을 보면 동화를 읽는 것 같지만 빙하가 녹고 인간의 이기심으로 동물을 학살하고 자신과 다른 인간을 배척하고 이용하는 인간들을 보면 현실 그 자체이지요. 하지만 빠져나갈 구멍도 없는 암울한 디스토피아 소설은 아닙니다. 그 속에서도 연대가 있고 사랑이 있고 희망이 있어요. 절망적인 바닷속에서나 곧 잠길 육지에서 평화를 맞는 인간은 오염된 바다를 끌어안고 공존을 택한 인간뿐이거든요.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오염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주면서 바닷속을 상상하는 재미와 연대와 공존의 중요함도 생각해보게 합니다.🐋🐬🦭🐟🐠🐡🦈🐙🦀🦞🦐🦑🐚🪸🪼" 우리는 멸망과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웃는 날이 더 많을 거라 믿었다. " " 지금까지 갈 수 없던 바다의 바닥을 향해 가는 중이었다. 그곳에서 내 몸이 새로운 산호초를 자라게 하면 좋겠다. 그럼 그걸 먹고 또 다른 생명들이 자라나겠지. 나는 바다가 될 것이다. " " 공포와 절망에 물든 사람들은 어렵고 느린 길보다 빠르고 결과가 확실한 방법을 택했다. 그때라도 멈춰야 했을까? 타임머신이 발명되어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인간은 늘 이기적이기에." " 전 세계가 한마음으로 해저도시를 만들었으면서도 나중엔 누가 들어갈지 선별하느라 싸웠고, 탈락한 이들은 배를 타고 바다를 떠돌며 천천히 죽어갔다. "